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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을 보아도 여전한... 8월의 크리스마스
crew1020 2004-07-22 오후 12:22:28 2258   [9]
요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반면에, 집에 있다보니 영화채널을 볼 시간은 늘었다. ㅡㅡ;

 

"8월의 크리스마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 첫손에 꼽는 영화.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다.

아쉬운 마음에.. 상영관 이외의 대중매체 또는 비디오 등으로
열번 이상 영화를 보았나 보다.
그럼에도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과 영화에 담겨진 의미에 놀라곤 한다.

엊그제 역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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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까지 특별히 좋아하는 한국영화는 없었다.

그나마 아주 어릴때 "고교얄개"를 책과 함께 약간 재밌게 본 기억이 있을 뿐...
그렇다고 국민학생이 고등학생 대상 영화를 어찌 이해했으랴만..

그러던 내게 이 영화는 한국영화에 눈을 뜨게 만들어 주었다.
이토록 참을 수 없는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영화를 처음 접했기 때문이었다.

아주 작은 마을에 아주 작은 사진관 하나...
기억나는 사람은 열명이 채 되지 않는... 무척이나 간소한 영화.
어쩌면 일본영화의 전형이라 할 수도 있을만큼의...

영화에서는 그 어떤 눈물도 흘리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정원(한석규)이 깊은밤 이불을 덮고 혼자 울어버리는 씬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에 가득 고여있는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몇번을 반복해서 보았는데 어떻게 볼 때마다...

뻔히 알면서도 그 감정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을 지...

그들의 너무나 절제된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은 지금도 놀랍기만 하다.


내용은 이렇다.

정원(한석규 분)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작은 동네의 사진사이다.

언제부턴가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 분)이 필름을 맡기며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영화상에서 별다른 설명은 없지만 정원은 30전후로, 다림은 20 초반으로 보여진다.)

다림이 필름을 맡기러 올 때마다 정원은 예의 부드러운 미소로 그녀를 맞이하고,

주차단속을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정원의 미소로 풀며 다림은 조금씩 그에게 향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정원은 스스로 오래 살 수 없음을 알고있기에 그녀에게 향하는 감정을 애써 추스릴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이 떠난 후 홀로 남을 아버지를 위해 사진 현상기 조작법을 사진과 함께, 인생과 함께 정리한다.


길지않은 시간 정원과 다림은 처음 데이트를 하고...

어느새 커져버린 상대에 대한 감정을 느끼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다림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설레임에, 정원은 한없는 안타까움에..

어느 날 정원이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가 입원을 하게 되고

이를 알 리 없는 다림은 매일 사진관을 들러 한숨 짓고 돌아서길 반복한다.

그녀의 감정은 처음엔 그리움, 그리고 분노, 이후엔 포기로 이어지는데... 처음엔 편지를 문틈으로 넣고, 다시 빼고, 나중엔 사진관으로 돌을 던져버린다. 심은하의 내면연기가 인상적이다.

시간이 흐른 후, 정원은 뒤늦게 발견한 그녀의 편지에 답장을 적어 그녀를 찾아간다.

그러나 찻집에 앉아 그녀를 그저 한없이 바라볼 뿐 결국 그 답장은 전해주지 못한다.

그리고 전에 동네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찍어주었던 때처럼 자신의 마지막 사진을 찍는다.

마지막.. 정원의 죽음을 모르는 다림은 간만에 찾은 사진관을 지나가던 중 창가에 전시되어 있는
예전 자신의 사진을 발견하곤 웃음을 짓는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떨림이 있던 어릴 적을 추억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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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광석의 영정에서 이 영화의 모티브를 얻었다는 허진호 감독은 결코 서둘지 않으면서 배우의 내면과, 영화의 바탕이 되는 애절함을 절제의 미학으로 연출했다.

내용면으로는 그다지 새롭거나 독특할 것도 없다. 요즘 많은 영화에서 사용되는 핸드헬드 방식의 촬영도 전혀 없고,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고정된 카메라로 정적인 기법으로만 촬영이 되었다.

영화를 이끄는 힘은 그러한 절제된 기법으로 연출한 감독의 역량과, 더불어 시한부 인생을 살며 그리할 수 밖에 없는 한 남자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감정의 변화를 겪어야 했던 한 여자의 연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여주어 연기가 아닌 실제라고 느끼게 해주었던 배우들의 연기력에 있다.

죽음에 대하여 감독은 결코 눈물로 호소하거나, 눈물 흘릴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며 마지막까지 미소를 잃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랑을 하고 있다."
메인 포스터에 적혀있는 그의 한마디... 나중에야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결국 사랑도 하나의 추억으로 밖에 남지 않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추억이 아닌 사랑으로 남게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영화가 끝나며 정원의 독백이 오버랩 된다.
아마도 그가 전해주지 못한 편지가 아닐까?

대사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감정이 전달되어 가슴이 아려온다.
절제된 가창력으로 감동을 주었던 이소라가 떠오르기도 한다.

혹시 아직까지 이 영화를 안 보셨다면 꼭 한번은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이 영화에 몰입하여) 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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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1998, Christmas in Aug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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