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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을 다 따다 바쳐도 아깝지 않을 액션. 그리고.. 아이, 로봇
cropper 2004-07-29 오후 1:00:54 2282   [9]

필자는 괴롭다.
영화를 보고나서 망치로 얻어맞은 듯 멍한 정신을 추스리느라 힘들었던 것은 그렇다 치고
퍼렇게 멍들 정도로 쥐어져 있던 주먹을 폈을 때의 찌리리함과 시사회장을 나와서도 
흥분에 벌떡이는 심장은 깊은 밤도 잠재우지 못했다.

여기 또하나의 식상한 소재의 영화가 개봉한다. 
자신이 만든 피조물에 의해 죽임을 당한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교훈 이래로 로봇(기계)이
인간을 배신한다는 스토리는 이제 전혀 새로울 것 없다. .
하지만 한번도 제대로 영화화되지 못한 SF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I, ROBOT]
이 원작이며,  감독이 어둠의 마술사 알렉스 프로야스(크로우][다크시티])라는 점을
놓치지 말자.   

세인의 관심을 끄는 차원을 넘어 그 만의 비전과 세계를 창조한 SF의 대가 아시모프의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때 두발두손 다들어 반대했던 아시모프 추종자들조차
영화를 접하고 흡족해 했다고 하니 영화적 완성도는 두말 할 나위 없다.
몰입하기 힘들고 무지하게 긴 연작인 [I, ROBOT]이 사랑받는 두시간짜리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감독이나 각색의 산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 드디어 세상에 나온 이 영화
[I, ROBOT]의 탄생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로봇의 3 원칙
1. 로봇은 사람에게 해를 입힐 수 없다. 또한 사람에게 해가 되는 상황을 방관할 수 없다.
2. 로봇은 사람의 명령을 어길 수 없다.   단,  1조를 위배할 수 없다.
3. 로봇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          단,  1조와 2조를 위배할 수 없다.

USR(US. Robotics)의 공동창업자이자 논리적으로 헛점을 찾을 수 없는 로봇의 3원칙을
제창한 로봇의 아버지 래닝 박사가 어느날 갑자기 투신자살을 한다.  명백한 자살인 것
처럼 보이지만 천성이 거짓을 못하는 로봇 보다도  인간을 오히려 더 신뢰하는 스프너
형사는 처음부터 로봇의 소행이라고 단정한다.
살해현장에 숨어있다 잡힌 로봇 NS-5(써니)는 자신의 결백을 계속 주장하지만
로봇 3원칙을 어기고 스스로 자기 이름까지 지어 정체성을 부여한  이 혼란스러운 존재에
스프너는 강한 심증을 갖게 된다.  하지만 박사가 남긴 부스러기(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흘렸던 헨젤과 그레텔의 빵부스러기 비유가 나온다) 를 따라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던
형사는 가공할 만한 음모가 숨어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필자가 이 영화를 보면서 오버에 가까운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던 이유는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커져가는 의문과 음모의 덩어리가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즐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빈틈 하나 군더더기 하나 없이 (그 흔한 로맨스 한 컷도 없다)
자꾸만 비대해져 가는 그 비밀스런 음모와 공포가 싱크로나이즈하듯 완벽하게 보조하는
액션/특수효과와 한조를 이뤘을 때의 만족스러움이라니..

어떻게 보면 영화 [I,ROBOT]은 SF영화의 수작인 블레이드런너,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마이너리티리포트 의 장점만을 교묘하게 직조한 짝퉁 명품으로 보일 수 도 있겠고
그로인해 독창성 보다는 대중성과 타협하려는 얄팍한 면이 부각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I,ROBOT]은 영화와 극장이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극한의 기쁨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가슴을 짓누르는 무겁고 탁한 추리 형식, 그리고 그 눌림의 억압을 사정하듯
분출시키는 폭발적인 액션은 세상의 별을 다 가져다 붙여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탁월하다.

특히, 터널에서 일어나는 로봇들의 집단 공격장면이나 시민들과 대치하는 장면, 주인공
에게 격렬하게 저항하는 마지막 액션씬은 극장에 앉아있는 시간이 밥먹는 시간과 맞먹는
필자에게, 처음으로 현기증과 수족냉증을 체험하게 했다. 

완벽해 보이는 로봇 3원칙이 논리적인 비약과 헛점에 노출되면서 진화하는 로봇에게
가공할 만한 오류를 가져다 준다는 마지막 반전은
래닝박사의 죽음, 로봇 써니의 비밀과 맞물려 흠잡을데 없이 귀한 추리 SF영화로
추천될 만 하다.

인류와 로봇에게 해방과 자유를 가져다 주는 바로 '그'의 정체가 밝혀지는 엔딩씬은
써니가 도트프린터 형식으로 종이에 그려낸 꿈 속 모습과 겹쳐지면서
한국 역사상 가장 멋진 엔딩씬으로 평가받는 '공동경비구역 JSA' 의 그것보다 뭉클
하고 충격적이다. 

영화를 보고 간신히 잠들었나 싶더니 꿈을 꾸기 시작한다.  

내가 운영하는 시스템이 갑자기 내 말을 듣지 않고 엉뚱한 산출물들을 내놓기 시작한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나즈막이 소리쳤다.

'영화를 그만 보거나 직장을 그만두거나 하나를 택해야 겠군'

Filmania CROPPER

 


(총 0명 참여)
님의 그 현란한 포장에 감동할 따릅니다. 어쩜 이다지도 일관된 시각만 가지고 있으신지요.   
2004-07-2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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