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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로봇에 의한, 로봇을 위한 아이, 로봇
jimmani 2004-08-01 오후 7:12:42 3910   [1]
로봇과 인간의 갈등을 그린 SF 영화는 지금까지 참 많아 왔다. 어쩌면 SF 영화의 소재들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호소력이 강한 소재가 바로 이 '로봇과 인간의 갈등'이라는 소재가 아닌가 싶다. 장르의 특성상 눈부시게 완성된 미래 시대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기술의 진보가 가져오는 위험성에 대한 경고 또한 날려야 하는 SF 영화에게 이보다 더 확실한 소재가 또 어디 있으랴.

그런 점에서 이 영화 <아이, 로봇>은 참으로 안전한 선택을 한 영화다. 거기다가 공상과학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원작이라는 빵빵한 뒷배경까지 있으니, 확실히 흥행에 별 문제가 될 요소들은 없다. 그러나 잘못 만들었다간 여느 SF 영화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개성 없는 SF물로 그저 묻혀갈 위험성도 있기에, 남은 것은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문제다.

2035년. 앞으로 30년밖에 안남은 시기이나 영화 속 미래사회의 모습은 그야말로 눈부시기 그지 없다. 로봇 기술의 선구자인 래닝 박사의 노력 덕분에, 일상 생활에서 로봇은 로봇 3원칙이라는 철칙을 안고 인간과 몸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에 가까운 존재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인 강력계 형사 델 스프너(윌 스미스)는 이렇게 사회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로봇에게 아직도 맘을 열지 않는, 마치 로봇 알레르기라도 걸린 듯한 사람이다. 이런 그에게 어느날 사건이 다가오는데, 그것은 자신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던 래닝 박사의 갑작스런 죽음이다. 비공식적으로 자살로 판명된 사건이지만, 육감이 남다른 스프너는 단순 자살이 아님을 감지하고, 래닝 박사가 몸담고 있던 로봇 제작 회사 USR을 조사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쩌면 로봇이 래닝 박사를 죽였을지 모른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결과 용의자로 잡아들이게 된 로봇 써니. 그는 인간에게 충성하는 다른 로봇들과 달리 개인적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상당히 인간에 가까운 로봇이다. 이런 남다른 특성때문에 스프너는 써니를 더욱 의심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뜬금없이 로봇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등 이상한 현상들이 발생하게 되고, 의혹은 더욱 커지게 된다. 과연 래닝 박사의 죽음의 뒤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일단 SF 영화가 띈 의무 중 첫번째는 어떻게 미래 사회를 관객의 눈이 휘둥그래지게 할 만큼 현란하게 묘사하느냐다. 이 영화 <아이, 로봇>은 일단 이 의무를 잘 수행해냈다. 너무 번지르르한 미래식 건물만 즐비하게 들어서 거부감을 조성하는 것도 아닌, 지금도 흔한 변두리 아파트들 주변을 로봇들이 인간들과 뒤섞여 활보하는 모습, 눈깜짝할 사이에 스쳐지나가는 각종 자동차들과 전철들, 인공두뇌로 인해 거의 인격화되다시피한 대형 빌딩의 보안 시스템 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시 한번 미래에 대한 낙관적 희망에 부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아직 이 정도는 다른 SF 영화들도 그만한 기술력으로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여름 SF 영화의 단골 손님인 윌 스미스는 이 영화에서도 예의 반항기 가득한 모습을 보여준다. 로봇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감을 갖고 있는 주인공의 성격을 볼 때, 윌 스미스는 상당히 잘 어울린다. 거기다가 자칫하면 너무 모범생적인 SF물이 되었을 수도 있는 영화는 윌 스미스가 주연을 맡으면서 좀 더 활기있고 다혈질적인 SF물이 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연은 윌 스미스 만이 아니다. 어쩜 더욱 비중이 크다고도 볼 수 있을, 없으면 이 영화가 거의 죽었을 중요한 존재, 또한 다른 SF 영화와 이 영화를 확실히 차별되게 해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이 영화의 구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로봇, NS-5이다. 흔히 우리가 영화속에서 꿈꿔온 인간과 똑같이 생긴 로봇도, 그렇다고 로보트 태권 V 같이 도시락으로 똘똘 뭉친 둔중한 모습도 아닌, 지극히 슬림하면서도 야위어 약한 인상마저 주는, 극도로 절제된 디자인의 로봇이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의 최고 인기 캐릭터 '골룸'을 만들때 사용했던, 사람이 직접 연기한 모습에 그래픽을 씌운 기술을 사용해서 그런지 훨씬 더 자연스럽고 날렵하기까지 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 때문인지 이 영화에서 로봇 NS-5는 그저 겉모습만으로 눈요기를 시켜주는게 아닌, 유연하고 민첩한 신체적 특징을 이용해 스타일리쉬한 액션(!)까지 선보이는 다양한 역할을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로봇 '써니'는 폭력성과 유순함을 동시에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을 닮고 싶어하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로봇으로써 참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어린이용 캐릭터 상품으로 따로 만들어 팔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 차별성이 상당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SF 영화가 전달해야 할 과학 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메시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하느냐도 매우 중요한데, 이 영화도 그런 메시지를 주긴 준다. 다만 그 방식이 상당히 말랑말랑하다. '과학 기술의 진보로 인해 인간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간의 화해로 해결가능하다.' 이런 식이라고나 할까. 로봇이 용의자인 살인사건이라는 상당히 섬뜩한 소재로 시작하면서도, 반목과 싸움을 거치면서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기는 하지만 결국은 평화적인, 그래서 좀 낯간지럽기까지 한 화해의 결과로 매듭짓는다. <매트릭스>, <블레이드 러너> 같은 명작 SF 영화들이 기계가 거의 인간을 지배하다시피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관을 보여준 탓에 인상에 오래 남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이, 로봇>이 화해를 통해 교훈을 전달하는 방식은 그리 강렬하진 않다. 오랜 시간 로봇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던 스프너가 순간 화해 모드로 돌입하는 것도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좋게 생각한다면, 과학 기술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보다는, 공존을 위한 신뢰가 더욱 밝은 미래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떻게 생각할지는 앞으로 보실 분들의 몫이다.

여러 가지 점들을 열거하긴 했지만, 이 영화 <아이,로봇>은 현란한 미래의 모습과 미래 사회에 대한 경고 메시지보다도, 생긴 건 사람같이 안생겼어도 성격은 사람같이 생긴 로봇 캐릭터가 단연 빛나는 영화다. 자칫하면 다른 SF물과 차별되는 게 없는 그저 그런 SF 영화가 될 뻔했지만, 주연배우 윌 스미스보다 눈에 띄는 로봇 '써니' 덕분에 영화는 그래도 어느 정도 기억에 남을 차별화된 SF 영화가 됐다. 제목인 <아이, 로봇>에서부터 영화 시작 때 나오는 로봇 3원칙, 그리고 시종일관 로봇들이 무리지어 펼치는 스타일리쉬 액션까지, 이 영화는 드물게도 '로봇의, 로봇에 의한, 로봇을 위한' SF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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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로봇(2004, I, Robot)
제작사 : 20th Century Fox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irobot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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