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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렴과 발산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yesoo21 2004-08-08 오전 12:12:14 1016   [3]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원 제 : A Time for Drunken Horses
감 독 : 바흐만 고바디
주 연 : 아유브 아마디, 로진 요우네시, 아마네 에티아 디니, 마디 에티아 디니, 콜솔럼 에티아 디니
각 본 : 바흐만 고바디
촬 영 : 사에드 니자트
음 악 : 호세인 알리자데
편 집 : 사마드 타바조에
미 술 : 바흐만 고바디
장 르 : 드라마 
개 봉 : 2004년 07월 30일 
등 급 : 전체 관람가 
시 간 : 80 분
제작국가 : 이란
제작년도 : 2000년
홈페이지 : <a href="http://www.cinecube.net/cine/drunken" target="_blank">http://www.cinecube.net/cine/drunken</a>

2004년 8월 3일 오후 3시 10분 씨네큐브 광화문

결코 센티멘털리즘으로 빠지지 않으면서도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영화다.

                                                          - Philip French , <The Observer>
 
“인생이라는 놈은 나를 산과 계곡으로 떠돌게 하고 나이들게 하면서 저승으로 이끄네….”
아이들이 국경 넘어 집으로 돌아가는 트럭 안에서 옹알종알 부르는 노랫말.
시장통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으며 일거리를 찾고,
자신의 일을 얻기 위해 주먹다짐까지 벌여야만 하는
아이들에게 어쩌면 인생은 그런 것일게다.

여기 한 가족이 있다.
어머니는 막내를 낳다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국경 넘어 밀수를 하다 지뢰를 밟아...
남겨진 아이들...
'아윱'은 학교를 그만두고 가장의 짐을 안게 된다.
여동생의 노트를 사 줘야 하고,
누나와 막내 동생의 먹을 거리를 구해야 하고,
형이지만 왜소증으로 인해 막내보다도 작은 '마디'를 돌보아야 한다.
더군다나 마디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얼마 살지 못한단다.

대강 이 정도의 설정이면
영화 보지 않아도 안타까움이 밀려올 듯한 분위기.
하지만 앞서 언급한 영화평에서도 그랬듯이
영화는 굳이 우리의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런 영화를 보며 흘리는 눈물은
대체로 흥청망청 써 대면 살아가는 우리 삶에 대한
순간의 벗어남, 그리고 일종의 반대작용인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 이후에 우리는 다시 아무 일 없는 듯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가.
하지만 영화는 우리를 다시 제자리로 쉽게 돌려보내지 않는다.

영화는 그냥 보여주는데 중점을 둔다.
그래서 카메라의 움직임도 많지 않고,
실제로 프레임은 움직이지 않는데,
배우나 상황들이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것도 눈에 띈다.
그렇게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아윱의 누나는 마디의 수술비를 위해 결혼을 하기로 마음 먹지만,
시댁에서는 마디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 반대한다.
아윱은 일한 품삯을 떼이고 일쑤이고...
형제를 위해, 가족을 위해 제 몸 하나 바치지만
현실은 그 몸을 원할 뿐 그들이 지고 있는 마음의 짐은 거들떠 보지 않는다.

그래... 아윱은 현실을 이겨내려 마지막 장도에 오른다.
누나의 신부값으로 받은 노새 한 마리를 끌고 국경 너머로...
'노새를 팔아 마디를 수술시켜 줄 거야.'
국경 너머 가는 길은 지뢰로 가득하고
총으로 무장한 강도들이 들끓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강도들이 나타나고,
도망가야 하는데.. 도망가야 하는데...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노새에게 먹인 술.
노새는 술에 취해 바닥에 누워 버린다.
노새를 흔들어 깨우던 아윱은
급한 마음에 노새의 따귀를 때리기 시작한다. 울부짖으면서...

그리고 어렵사리 홀로 국경을 넘는다.
걸어간다...
카메라 바깥으로...
우리의 시선을 여전히 하얀 눈으로 가득찬 화면 안에 묶어 놓은채로...
우리는 영화의 상영시간 종료와 함께
다시 본래의 편하고 유쾌한 삶으로 돌아가려 했던 기대감을 '툭'하고 떨어뜨린다.
그리고 전혀 알아낼 수 없는 아랍어로 된 엔딩 크레딧과 함께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한 평론가는 나레이션을 맡은 여동생 아마네를 떠올리며...
결국 남아있는 건 아마네 혼자이지 않을까 하며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시선의 교차를 응시해야 한다.

오빠가 목숨걸고 국경을 넘어가기 직전,
공책을 사다 달라며 안 하던 짓(빵을 가져다 줌)까지 하는 동생 아마네,
그리고 그 동생에게 고맙다며 꼭 사다 주겠노라며 다짐하는 아윱의 얼굴.

눈물 흘리며 걱정하는 마음의 우리.
아윱의 마지막 모습에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는 우리.

얼마간이 지나면 우리에게 잊혀질 아윱의 삶,
하지만 또 다른 시선 속에서 여전히 꾸역꾸역 살아갈 아윱의 삶.

이 시선 사이에 교착점은 없다.
다만 방향성만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의 방향은 끊임없는 발산형으로 도무지 만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하얀 눈을 가득 담은 메마른 이란의 하늘을 바라보자.
이미 똑바로 하늘을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멍들은 우리의 마음과 삐딱한 시선은
하늘 끝 소실점에서 만날 수 있을 듯 하니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이들의 노래처럼 삶은 발산이 아니라 죽음으로의 수렴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끊임없이 발산하려고만 하는가.
마디의 몸이 자라지 않는 것은 우리의 바보같은 발산작용에 대한 일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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