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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만든 블럭버스터의 교본 본 슈프리머시
rcnhorg7 2004-08-10 오전 1:50:36 2752   [7]

 

 

 

이번 블럭버스터에 미국에선 시차가 분명히 존재했지만 국내에선 '격돌'이란 단어가
무색하지 않을 두 영화 '리딕'과 '본 슈프리머시'를 보면 무엇인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정작 몸으로 보여주는 액션을 선보여줘야할 빈 디젤은 - 물론 육체에서 오는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떨칠수는 없지만 - 나름대로 특수효과를 자랑하는 SF영화에
나오는가 하면 아카데미용 영화 시즌인 연말에 모습을 드러내는것이 더 자연스러운
약진하는 연기파 배우 맷 데이먼은 당당히 여름 시즌에 자신의 이름과 제이슨 본이라는
두가지 이름을 걸고 기존의 자신의 미소년틱한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진 몸으로 부대끼는
액션영화에 출연하니 사뭇 그 분위기가 다르다.

두 영화를 비교하자는것은 아니고 배우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재밌는 영화에 출연하는것도
괜찮겠다 싶다는 생각에서 두 영화를 본의 아니게 두 영화를 비교해봤다. 로버트 러들럼이
삼부작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2001년 '본 아이덴티티'가 미국에서 개봉될 무렵
숨을 거둔뒤 유니버셜사는 영화가 나름대로 블럭버스터로서의 잠재력이 있음을 느끼고 고인이
된 로버트 러들럼의 숙명을 완성시켜줄 겸 또하나의 블럭버스터 '본'시리즈가 제작되었으니
그 영화가 바로 '본 슈프리머시'이다.

1편 '본 아이덴티티'는 이미 미국에서 TV물로 제작되었고 우리나라에선 한편짜리(두편 아닌가?)
비디오로 출시되어있다. 이 영화가 TV에서 제작될 무렵 2편격인 '슈프리머시'가 출간 되었는데
TV물이기 때문이었는지 속편이나 극장판 계획따위는 없었다. 다만 로버트 러들럼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한 영화사들이 그의 소설의 판권을 사기는 했지만 좀처럼 영화화 될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결국 90년 후반 'swingers', 'go'등으로 성공한 독립영화 감독 덕 라이먼에게
유니버셜사가 감독직을 맡겼고 생각했던 것보다 영화가 잘 만들어지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이 영화가 잘 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1편을 본 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여서
그런것 같다. 기억상실 했다는 사람이 어쩌다 위기의 상황에서 특공무술이 튀어나오고 어쩌다
잘 도망쳐서 어찌어찌 문제를 해결해서 잘 살더라 결론은 재미없다. 뭐 이런 소문들이 퍼져서
사람들이 이 영화를 안 보게 된것 아닌가 추측해본다. 한마디로 우리는 이 사람의 모든것을
알고있으며 결국은 그것때문에 영화는 끝이 보인다는것이다. 물론 그 말이 아주 틀린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입견의 세계는 얼마나 사람들을 질리게 만들던가

그래 1편 '아이덴티티'가 기억상실증 환자가 쌈질도 잘하고 외국어도 잘해서 피식거렸던 당신,
사실 누구든 기억상실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타인은 정체를 알지만 정작 자신은 알지 못하는게
인간사회 아니던가 행동과 말투, 그리고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물질, 정신 모두 통틀어)
것들을 통해 개인의 존재가 정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메멘토'같은 경우에도 쥔공이
단지 기억상실이긴 해도 사고 이전의 학습내용까지는 잃어버리지 않았던가 만약 그가 언어학습
기능까지 잃어버렸다면 영화는 더볼 나위도 없는 화장실 코미디가 되었을지 모른다. 낫눕히고
'ㄴ'를 가르쳐줘봤자 10분안에 다 까먹으니까 결국 '장애'는 소재일뿐 주제는 '정체'아니던가
이렇게 1편은 선험자들의 무지막지한 선입견속에 국내에선 애석하게 막을 내리게된다.

한가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연속물의 세계는 항상 선입견을 접을 기회를 제공한다고 그 실례로
'반지의 제왕'만 하더라도 1편을 본 사람보다 많은 사람들이 2편보다 많은 이들이 마지막인
3편을 보면서 뒤늦게 영화에 재미를 느낀이들 + 내용좀 알고보자는 사람들이 1, 2편을 다시
보게되는 현상을 낳게 되지 않았던가 007시리즈야 연결이 안되니까 앞의 영화를 굳이 보지
않아도 되지만 '반지의 제왕'은 골룸이 왜 나와서 이중인격 연기를 하고 왜 원정대란 애들은
뿔뿔이 흩어졌는지 알 수 없지 않던가 '본 슈프리머시'역시 '아이덴티티'를 다시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1편에서 다 밝혀지지 않았던 그의 비밀이 그 다음편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헐리웃의 거대한 상술임과 동시에 작품에 계속적인 애정을 보여달라는 하나의 구애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장이 막을 내렸을때의 아쉬움을 '외전(마치 곧 제작될 반지의
제왕의 '호빗'처럼)'으로 해장(解腸)하려 하는 팬층에의 동요를 불러 일으키려 함도 물론
있다. 다만 본 시리즈는 '반지의 제왕'같은 서사시에 비하면 개인적인 활극수준이라 어떤
매니아층의 강렬함을 끌어오기엔 내공이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일단 작품의 질적인 측면만
따지더라도 정말 매력있는 작품이라 매니아를 모으기에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듯 싶다.

 

 


'슈프리머시(supremacy)'는 우리말로 하면 '지존(至尊)'정도 되는 말이다. 다소 유치 뽕짝한
표현일수 있지만 정작 주인공 본의 행태를 보아하면 그런 치기어린 상상은 감정의 도돌이표에
다시 그대의 가슴에 꽃힐것이다. 영화를 볼짝시면 이놈 보통 내기가 아니다.

기억상실이란 어쩌면 편한 것이다. 좋은기억도 있었겠지만 일단 자신을 두번죽일만한 안좋은
추억까지 함께 가져가주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일만 하지 않을까? 하지만 '본'은 다르다 1편에서
이미 겪었듯 자신의 정체가 자신의 위협을 상징하기 때문에 지워진 과거는 오히려 과거에서의
도피기제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밀의 유지로 인한 또다른 위협이 되는 것이다. 착한것은
고사하고 평범하게만 살았더라도 이런 기억의 해체가 이런 고통을 주진 않았을 것이다.
요원으로서의 삶은 끈질기게 그를 따라다니고 요원 시절과 관계된 어떤일 때문에 결국 본은
암살자에 의해 사랑하는 여인을 잃게되고 CIA에 의해서는 요원 암살범으로 지목받는 이중고를
겪기에 이른다.

본의 위기 대처능력과 무술실력을 심지어는 몸매까지 1편보다 더 진화한 느낌이다. 앞서
비교한 대상이었던 빈 디젤이 근육이 10kg이 불었다고 하더라도 그닥 새로울 것이 없겠지만
맷 데이먼 같은 경우는 괄목할만하다. 하나의 오락영화적 요소로소의 충만함은 배우의
오락영화내에서의 성장과정을 보는 재미가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루어 알 수 있고
정체성의 혼란에 막 벗어날 무렵 자신을 누르는 위협에도 냉철함을 잃지 않는 본의 모습에서
맷 데이먼의 연기력역시 흠잡을데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스카상에도 오른 배우라 배우
자랑은 여기서 그치겠다.

'본 슈프리머시'를 극찬하는 이유는 연기파 배우의 흥행 배우로서의 성장이라는 좁은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연기 조금 한다는 배우들이 너도나도 주류 영화에서 망가지는 꼬락서니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는 터라 본인은 오히려 그런 주류영화에서 성장하는 배우들이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에 돌아가 연기력을 쌓길 바라는 바다. 물론 살인적인 스케쥴이 그들을 꼼짝 못하게
하겠지만 샤를리즈 테론 같은 잘된 경우도 있지 않던가 배우는 역시 몸짱, 얼짱보다 연기력이
탄탄해야 하지 않겠느냐. 물론 본인이 딸려서 그런것은... 상상에 맡기겠다.

여름 블럭버스터에 그닥 매력을 느끼지 않은 이유는 새로운 것을 위시한 헌것들의 잔치였기
때문이다. 같은 배우, 비슷한 내용의 식단에서 주류 배급사들은 우리에게 차려준 음식만을
먹기만 강요했다. 개나 소나 혁명을 부르짖으며 '내껀 달라'라는 태도를 보였지만 뚜껑을
열어놓고 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솔직히 올해역시 직접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솔직히
영화에 들인 돈때문에 잘나보이는 영화가 분명 존재한다.

'본 슈프리머시'가 그런 비판적 시각에서 많이 벗어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겸양의
덕은 지니고 있는 영화라 믿어지는것이 단순히 관객에게 제공하는것 없이 돈방석만 노리고
나타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얼핏보면 그냥 다른 영화와 다를바 없다 생각하겠지만
자세히 보면 그 노력들이 드러난다. 캐스팅 부분에서 조앤 앨런, 브라이언 콕스등 연기파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다소 느슨해 질 수 있는 스릴러, 드라마적인 요소를 더 강조하려 했다.
다른 영화도 그정도 사람은 나오겠지만 그들이 정말 자신들의 이름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가끔 이름있는 배우가 영화에 조연급으로 출연하지만 '쟤 뭐야'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을것이다. 결국 정성들여 캐스팅했지만 감춰놓기밖에 한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 슈프리머시'의 배우들 적어도 그런 생각은 들지 않게 한다.

감독인 폴 그린그랬어, 미안하다 재미없었다(--;;) '글루미 선데이'와는 전혀 관계없는
'블러디 선데이'를 만든 감독이라 정치색이 강한 감독은 아닐까 생각했다면 '스페이스 오딧세이'
를 보고 스탠리 큐브릭이 SF영화 감독이라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역시 선입견이
또 한번 작용하는 마당이된다. '본 슈프리머시'를 본 사람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독의
전작인 '블러디 선데이'를 보았을까? 나도 보지 못했는데... 제발 영화도 보지 않았는데 누구를
평가하려드는 무식한 찌라시들은 행동을 자제해주길 바란다.

많은 흥행 감독을 제치고 이 나름대로 신인감독에게 이런 큰 영화의 지휘권을 준 것은
1편의 감독이자 2편의 제작자인 덕 라이먼의 공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그랬듯 비주류
영화에서 터를 잡은뒤 주류영화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펼치는 기회를 부여받는것 그것은
작가로서의 하나의 균등한 기회를 받는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비록 탁월까지는 아닐지언정 남 못지않게 영화를 잘 꾸려나간다. 얼핏보면 잡티같아 보일수
있는 소품적인 부분들도 사실은 극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감독의
노력이 아닌 원작의 승리라고 볼 수 있겠지만 사실 1편과 2편, 소설의 모든 내용을 다루지는
않는다. 결국 영화의 '내용'적인 측면을 꾸려나가는것은 각본가와 감독의 노력이 필요한데
조금 심각한 이야기일수 있지만 토니 길로이는 사실 러들럼의 '본'시리즈를 읽지 않고 각본을
쓴것으로 유명하다. 결국 영화가 평단이나 러들럼의 골수 독자들에게 크게 반감을 사지 않았던
이유는 감독의 능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본 슈프리머시'는 올해 블럭버스터중 가장 우대 해줄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개봉할 영화들을 쭉 지켜봐야겠지만 앞으로의 블럭버스터들의 전망을 볼 때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슈프리머시(지존)'의 자리를 차지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돈되는 영화도 이제는
제대로 만들어야 함을 보여주기에 좋은 영화가 되리라는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 여담이지만 '리딕'과 '본 슈프리머시'를 비교했는데 두 영화에는 칼 어반이라는 뉴질랜드
출신의 이국적으로 생긴 배우가 출연한다. 피터 잭슨이 재능있는 뉴질랜드인 띄워주기 일환으로
'반지의 제왕'에서 그에게 에오메르 역할을 맡았다. 앞으로 액션영화류 작품에서의 활약이
기대되지만 부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던 'Price of Milk'같은 드라마류 영화에도 출연했던
나름대로 재능있는 배우다.

* 중간에 거론한 '아이덴티티'는 '본 아이덴티티'를 말한다
타 영화와 착오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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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슈프리머시(2004, The Bourne Supremacy)
제작사 : Universal Pictures / 배급사 : UIP 코리아
수입사 : UIP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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