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어 처음 입은 옷을 뒤적거리다가, 잊어버리고 있었 던 만원이 나왔을 때 같은 느낌. 영화 <셧업 shut-up>을 본 느 낌이 그랬다.
사실 영화 시사회에 가면서도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프 랑스 영화하면 정적(靜的)이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 고 그 선입견이 별로 틀리지 않다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 다.
하지만 이러한 선입견은 <셧업>을 보고 완전히 부서졌다. 영화 는 처음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폭소를 자아내게 했 다. 그것도 억지로 만들어낸 웃음이 아니라 상황과 캐릭터에 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웃음이었다. 그 동안 말장난과 엽기 성에 기댄 코미디 영화들에 식상해 있던 내게 이 영화는 신선 한 감각을 선사해 주었다.
특히 제라르 드빠르디유의 능청스런 연기가 영화의 백미였다. <마농의 샘>과 <그린 카드>를 통해서 그를 기억하고 있던 내 게, 수다스럽고 지능이 떨어지지만 순박함을 잃지 않고 있는 퀀틴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는 모습은 그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확신하게 하는 기회였다. 그리고 장 르노의 조금은 타입화 된 킬러 역도 좋았다. 다른 영화에서라면 식상했을 캐릭터였지 만 그와 정반대되는 퀀틴에 의해 새로운 힘을 얻었다.
감독인 프란시스 베버는 웃음을 선사하되 도를 넘지 않고, 감 동을 주되 원래의 경쾌함을 잊지 않는 미덕을 보여주었다.
여러 가지로 웃음을 잃고 있던 요즘, 좋은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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