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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자극이 없더라도 공포는 존재한다 알포인트
bfree93 2004-08-28 오후 4:44:47 1359   [1]

최근 들어 한국 공포 영화는 다른 장르의 영화에 비해 급격한 물살을 경험하는 중입니다. 98년 <여고괴담>으로 신호탄을 쏴 올릴 때만 해도 활화산처럼 타 오를 거 같더니만 2000년에는 헐리웃 따라하기로 일관하다가 <가위>를 제외하곤 폭삭 주저앉는 꼴이 되어 버렸죠. 2001년 이후부터는 다시 <폰>, <장화 홍련> 등으로 기세등등하더니만 2004년 그 기세는 다시 꺾이고 말았습니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전형적인 스토리와 캐릭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올해 공포 영화의 하락세는 다행히도 <알포인트>에 의해 어느 정도 반전될 가능성이 보이네요. <알포인트>는 기본적으로 <데스워치>와 발상이 같은 데가 많은 영화입니다. 전쟁터를 배경으로 했고, 전쟁에 의한 희생자들이 원혼으로 등장하지만 그 원혼들의 모습을 괴물이나 귀신처럼 흉측하게 표현하지 않았으며, 생존자에 대한 기본적인 설정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래요.

 

단순히 여기서 그쳤다면 <알포인트>는 아마 그저 그런 아류작으로 그치고 말았을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데스워치>와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다수 공포영화들과도 차별되는 점이 있는데,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극적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아주 유별나다는 점이에요. 보통 충격적인 장면과 청각적 효과를 이용해 그저 감각적인 놀라움만을 선사하던 전형성에서 벗어나 <알포인트>는 상황 설정과 거기서 비롯되는 위기감, 그 상황을 모면하려는 캐릭터와 상황을 더욱 급박하게 만드는 캐릭터 간의 대립을 통해서 놀라울 정도의 흡입력과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물론 취향의 다양성을 생각해봤을 때, 공포 영화의 유별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객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취향과는 별개로 <알포인트>의 유별남은 성공적인 시도이며 틀에 갇힌 우리 공포 영화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준다고 하겠습니다.

 

이밖에도 <알포인트>에선 돋보이는 공포영화로서 지니고 있는 또 다른 면모를 엿보는 게 가능합니다. 최중위(감우성), 진중사(손병호), 장병장(오태경) 등을 중심으로 해서 캐릭터 구성에 상당히 신경을 씀으로써 영화 내내 일어나는 인물들 간의 갈등이나 사고의 인과 관계가 나름대로 분명해진다는 점이죠.

 

최중위는 군 경력이나 공을 던지는 모습 등을 통해 사람들과 거리감이 있는 외로운 인물로 설정되어 있는데, 전장에서 군인이 느끼는 외로움이란 살아남은 자의 고통, 동료를 잃은 상실감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리고 그의 그 같은 내면 상태는 부하들을 지키려는 태도와 영화 마지막에서 그의 선택을 뒷받침해주죠. 장병장이 살아남는 이유 역시 영화 초반 설명되는 그에 대한 인물 설정과 몇몇 행동들에서 이미 드러난다고 할 수 있어요. 최중위와 진중사의 보이지 않는 충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겉도는 듯 하면서도 전체를 생각하는 최중위와 유연성이 결여된 빡빡한 조직 체질이면서 임무를 수여받은 진중사의 갈등 역시 그들의 내면과 태도에서 이미 그 싹을 간직한 상태인 거죠. 이렇듯 <알포인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쭉 이어지는 커다란 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공포 영화로선 상당히 드문 바람직한 예라고나 할까요.

 

물론 <알포인트>란 영화가 완벽한 독창성으로 창조된 결과물은 아닙니다. 그러나 수많은 변주가 이루어졌던 장르 영화에서 완벽한 독창성을 기대한다는 건 새로운 영화 장르를 만들어내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어요. 그런 까닭에 기존 장르 영화의 테두리 안에서 흔히 쓰지 않는 방법을 사용한 <알포인트>의 가치는 올해 나온 어떤 공포 영화들보다 높아 보이네요. 이 영화가 하나의 전례가 되어 우리 공포 영화가 더욱 다양한 시도와 성과를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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