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끝까지 한 번도 코끼리가 나오지 않는 영화 <엘리펀트>. 그런데 왜 제목이 '코끼리'일까?

영화는 절대로 반바지를 입지 않는 왕따 여자아이, 모든 것을 찍으려고 하는 사진광 아이, 살이 찔까 두려워 먹은 것을 토해내는 여자아이들의 일상 등을 핸드헬드로 쫓아가며 보여주기만 할 뿐, 마지막까지 총체적인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반 친구들에게 밀가루 반죽으로 얻어맞는, 범행 전에 나치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는, 교장을 총으로 위협하며 ‘앞으로는 나 같은 아이들이 다시 찾아오게 만들지 마!’ 라고 소리치는 알렉스와 에릭의 모습등, 범행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몇몇 장면들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것이 원인이라고 말하지는 않는 것이다. 장님이 코끼리의 신체 일부를 더듬듯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상의 조각들을 보여주며 관객이 사건의 본질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할 뿐이다.

이미지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고요하고 아름다워서 더욱 섬뜩하고 무서워지는... <엘리펀트>는 그런 영화다. 지금도 구스 반 산트의 코끼리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는다.

<파인딩 포레스터>로 욕 좀 먹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듯한 산트 감독. 커트 코베인의 일대기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참 많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