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등학교에서의 총기난사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그러나 피로 뒤덮인 화면과 사람들의 울부짖음을 기대했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극적이거나 충격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총을 쏘는 장면에서조차 너무나 조용했다.
이렇게 영화는 차분히 사건 당일 학생들의 하루를 보여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은
역설적이게도 '월광 소나타'의 슬픈 선율과 어우러져
너무나 불안해 보인다.
마치 앞으로 있을 사건을 예고하는 것처럼...
학생들 개개인의 시각에 따라 카메라를 달리 써
서로 겹쳐지거나 이어지게 하는 구성도 좋았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도 있을 만큼
이렇다할 사건이 없는 영화의 대부분을
이런 식의 구성을 통해 살려 놓았다.
또 이와 더불어 앞서 말한 '월광 소나타'와
영화 종반에 나오는 '엘리제를 위하여'는
총기난사사건이라는 비극적인 소재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피아노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올 뻔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행동은 극악무도해진다.
하지만 사람들이 점점 잔인해져 가는 것이
모두 그 사람 개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사회와 주위 사람들과 환경, 이 모든 것들의 잘못이다.
총기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않았어도,
왕따라는 사회적 산물이 있지만 않았어도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었다.
물론 자제하지 못하고 그대로 분출해버린 사람에게도 잘못은 있다.
요즘 세상은 길을 가다가도, 집에 있다가도,
이 영화에서처럼 학교에 갔다가도,
언제 어디서든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사회가 발전한다고 해서 사람도 발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 설 곳은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와 사람, 상호간의 소통이 필요하다.
인간적인 소통이 없는 사회는 이미 죽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살기 위해 발전하는 것이지 발전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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