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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봉>치가 떨리는 이 기분은 누가 알리요. 도마 안중근
jabongdo 2004-09-09 오전 10:41:45 2757   [6]

<도마 안중근> - 영화 속에 인간 안중근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마 안중근은 더욱 더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적지 않는 파장을 가져왔던 서세원. 그 파장이 체 가시기도 전에 다시 복귀를 결심한 서세원. 그가 결정한 선택은 '도마 안중근'이란 영화 한편이었다. 몇 년의 준비기간을 걸쳐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서세원이란 행적에 비춰 봤을 때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나쁜 예감은 항상 적중한다고 했던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은 이윽고 현실로 다가온다. 영화는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만 계속 흘러가고 있다. 88분이란 비교적 짧은 러닝 타임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조선 말기 열강의 침략으로 인해 나라는 한치 앞도 모르는 위기의 순간을 맞이한다.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누가 그랬던가. 어지럽고 혼탁한 조선 말기의 사회는 이미 영웅을 맞이할 준비를 충분히 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열강의 침입으로 주권마저 제힘으로 지키기 힘든 조선. 그 조선을 속국으로 만들기 위해 착실히 진행하는 일본. 1910년 한일합방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조선이라는 나라는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이란 이름만 가진 이곳에서 나라 없는 설움을 딛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한목숨 바치길 꺼려하지 않았다. 도마 안중근도 그런 인물 중에 하나이다.

독립이 된지 반세기가 지나가지만, 여전히 친일 잔재세력들은 남아있으며 과거사 청산은 쉽게 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 이 문제는 더욱 불거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마 안중근>이란 영화는 다시금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스스로를 각성하게 될 좋은 소재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나서 치가 떨리는 이 기분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서세원은 <도마 안중근>이란 영화로 또 한번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왜냐하면 <도마 안중근>이란 영화에는 안중근이 없기 때문이다.

<도마 안중근>은 말 그대로 안중근(유오성)의 일대기를 그런 영화이다. 물론 일대기를 세세하게 그리기 보단 안중근의 일생에서 주요한 사건을 기반으로 그려내고 있다.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윤주상)를 사살하는 과정, 그리고 그 후 감옥에서 안중근의 모습들이 중점을 이루고 있다. 또한 시간적인 흐름에 의존하기보다는 사건과 회상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안중근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때론 <영웅본색>의 주윤발처럼 화려한 총 기술을 보여주기도 하고, <매트릭스>의 총알 날아가는 장면을 도입하기도 한다. 영화의 흐름과는 전혀 무관하게 등장하는 이런 눈요기 거리는 재미보다는 오히려 짜증을 불러왔다.

<도마 안중근>이 선택한 시간적 흐름은 많은 생략과 비약이 존재한다. 결국 이러한 선택은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우리 민족이 당한 수난을 극소화하여 일본이 가한 잔혹성마저 다가오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찾고, 그 길을 향해서 정진하는 안중근의 모습에는 고뇌하는 모습들은 더욱더 찾기 힘들다. 절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안중근이 교리를 어길 만큼 절박한 상황에 놓이지만 그에 대한 고뇌는 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가족을 멀리하고 국가를 위해 가야만 하는 인간적인 고뇌 또한 없다. "인간"으로서, "도마"로서 안중근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안중근이란 이름만 존재할 뿐이다.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 할 때까지 안중근의 고뇌가 없었다면, 마지막 희망은 그 후 감옥에서의 모습이다. 감옥에서 그의 의연한 모습과 사상은 당시 일본인 교도관까지도 감화시켰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것조차도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감옥에서의 일화는 대부분 과거를 회상하는 데에만 이용되고 있고, 일본인 교도관들은 감화되는 과정은 삭제되었다. 하지만 결국 감화되는 일본 교도관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도마 안중근>은 일관성 없는 언어에도 문제가 있다. 무슨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고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나 그렇지 못하고 있다. 영화를 본 후 일본인 기자가 한마디 건넸다. 이토 히로부미가 이렇게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고 말이다. 사실이다. 일본인이건 한국인이건 중요하지 않다. 때에 따라서 아무렇게나 쓰이고 있다. 도저히 이 의도는 알 수 없다.

실존 인물을 영화화하는 것은 큰 위험부담이 따른다. 더욱이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그 위험부담은 가중된다. <도마 안중근>은 이런 위험에서 벗어나질 못할 듯 싶다. 이 영화를 볼 젊은이들에게 안중근이라는 인물이 새롭게 재해석되자나 않을지 걱정된다. <도마 안중근>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후, 그의 아들까지 독살하는 순간 들려오는 주제곡만이 가슴속에 울릴 뿐이다.

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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