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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하는 영화... 오바하는 관객..... 연인
kysom 2004-09-12 오후 11:51:18 1565   [5]

1. 이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장예모의 최신 영화로 <영웅>을 봤지만, 그 영화와는 완연히 다른 영화이다. 이 다름

의 의미는 극전개의 형식이나 주제/소재의 다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영웅>도 물론 역사적 상황만 빌려왔을

뿐 그 실제의 내용적/극적 전개는 무협영화였지만, 시국과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그런데 <연인>

은 <영웅>보다는 오히려 본격적인 무협영화에 더 가깝다고 해야겠다. 그냥 무협영화이다. <동방불패>나 <소오강

호>와 같은류의.... 장예모가 만들었기에 뭔가 달라야 한다는 편견과 충돌하는 영화였다. 아마 <영웅>을 보았던

많은 이들이 그런 것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영웅>도 관람객에 따라 호/혹평이 엇갈렸던 영화였지만 아마 이 영

화는 그게 더 격심할 것 같고 솔직히 개인적으로 말한다면 욕을 많이 먹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보지 않은 분중에

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는 <그냥 편하게 보라>고 부탁하고 싶다. 자연스럽게....

 

2. 이 영화의 액션씬은 가히 예술이라고 평하고 싶다. 그 부분에 있어 뭐라 이의를 달고 싶지는 않다. 컴퓨터 그

래픽과 와이어 액션씬이 절묘하게 결합하여 너무 요란하지도 않고, 심장 박동을 격하게 만들지도 않으면서 사람

을 화면속으로 흡인하는 매력이 있는 그런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할까? <선녀의 길안내 놀이>의 춤과 결투씬, 숲

속에서의 추격씬, 대나무숲에서의 결투씬등, 최근에 많은 대하역사극(판타지물을 포함하여)이 결투와 전쟁장면을

선보였지만 그것처럼 규모로 압도하지 않으면서 대단하다고 감탄이 나오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

 

3. 이 영화도 <영웅>처럼 장예모 특유의 색감이 살아있는 역시나 비주얼에 충실한 영화이다. 아름다운 중국의 풍

광, 뭐 이것은 그냥 보너스라고 얘기할 수 있겠고, 인물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의 화려한 색상-정말 이렇게 입고

살았을까 싶을 정도다-과, 장면장면에서 배경의 색과 의상의 색상에 의해 극의 전개가 예견될 정도로 색상에 신

경을 많이 쓴 것은 인정하고 싶다. 시대적 배경과 군/관복의 의상에 신경을 쓰느라 <영웅>만큼 원색을 많이 쓰지

않았다는 것은 오히려 이 영화가 사는데 일조를 한 것 같다. <영웅>의 원색은-흰색, 파란색, 주황색등-무슨 의미

가 있는 건지, 아니면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상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아름다웠다고 오히려 와닿지 않았다.

 

4. 그런데 이 영화는 기본에서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인다. 난 장예모 영화를 여러편 보았지만, 대부분 비주얼과

그에 묻어놓은 이미지에 치중했기 때문인지 드라마가 약했고, 영화보면 남는 것도 없었다. 난 그래서 장예모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물론 영화가 꼭 드라마가 뛰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허술한 구성에 미장센만 뛰어나다

면 솔직히 뮤직비디오가 낫겠지. 그런데 나한테 장예모의 영화는 그랬다. 그러더니 <영웅>에선 복선구조를 활용

하여 이런 결함을 극복하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다시 원상회복의 조짐을 보인다. 회복시킬 필요가 없

는 것을.... 중반에 대숲의 전투씬 이후 반전이 드러나는 상황까지는 <정말 웬일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관된 서술 구조를 보였다. 그러나 후반부의 드라마 전개상 중심을 이루는 <사랑>때문에 서서히 전개가 틀어지

기 시작한다.

 

5.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랑 이야기를 해서는 안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랑 이야기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영화

의 광고카피처럼 운명을 거부한 사랑-내 생각에는 명령을 거부한 사랑이다-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랬는지는 몰라

도 영화는 억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두개의 다른 관점-결국 다른 두남자의 관점이다-이

등장한다. 나에게 의미가 있어야 사랑이라는 유덕화의 관점-그렇기에 나를 떠나면 무의미하다는...-과 나의 사랑

이든 다른 사람의 사랑이든 그냥 사랑이라는 금성무의 관점이다. 이 대립은 영화의 전개상 반전이후 갑자기 나타

나 영화를 휘어잡는다. 그렇기에 지금껏 전개가 없었기 때문에 급속히 해소하려는 시도를 하게된다. 남은 시간은

20분밖에 없는데 관객들은 지금껏 알지도 못했던 사랑타령을 꾸역꾸역 풀어나가는 시도(이러지 말았어야 했음에

도)에 황당해 하게된다. 여기서 관객들은 오바하기 시작한다.

 

6. 정말 장쯔이의 죽음앞에서 그 두사람은 그렇게 싸워야 했을까? 물론 싸움의 시/종은 모두 유덕화이다. 어쩌면

금성무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싸울수록 싸움은 원래의 의미와 상관없이-원래 의미대로라면

유덕화는 장쯔이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점점 싸움에 매몰된다. 이때부터 관객들은

웃기 시작한다.왜? 지겨워서? 아니다. 절절함을 표현할려고 한 것인데 관객들 입장에서는 실소가 터진 것이다.

그러더니 죽은 줄 알았던 장쯔이가 일어서는 순간 관객들의 오바는 극에 달한다. 폭소가 터진 것이다. 중국에서

도 그렇게 웃었을까? 그 상황에서 실없이 난 이런 생각을 했다.

 

7. 그런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이미 예비되어 있었다. 이 영화에는 유달리 사랑씬이 많이 나온다.중국영

화에서 드물다고 할 정도로.... 그런데 유덕화도 금성무도 장쯔이도 모두 이상하게 연기에 서툴렀다. 마치 영화

와 사랑씬이 따로 노는 것 같았다. 거기다 극의 전개상 모두 야외에서 일어나는 이 사랑씬은 표현상 많이 주의를

기울여야 되는데도 마치 <아! 지금 필요해>라는 식으로 그냥 남발되는 것처럼 전개가 되는데 이제 그만좀 했으면

싶을 정도로 역시 억지스러웠다. 연기가 안되니 더 민망했다... 보기가...

 

8. 여기서 다시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라는 질문으로 돌아가야겠다. 이 영화는 그냥 무협영화다. B급 소리 안

들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한.... 그러나 중심에 충실했던들 막판에 영화가 그렇게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 무협영화에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극의 전개속에 흐르듯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이건 분리되어 튀

어버리니 막판에 그런 어이없는 오바-관객도, 영화도-가 나오고 만 것은 아닌지? 이 영화에서 사랑씬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사가 <당신인줄 알았다>, <그럴줄 알았다>, <안그럴줄 알았다>이다. 그럼 이 영화가 이렇게

오바치고 욕먹을줄은 몰랐을까? 장예모? 한번 대답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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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2004, Lovers , House Of Flying Daggers / 戀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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