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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처럼 맑은 영혼, 파이키아 웨일 라이더
beatle9 2004-10-07 오전 10:26:44 1768   [5]

프리윌리, 그랑블루 등 광대한 자연과 인간의 소통을 다루는 영화는 늘 어떤 수준의 감동을 주게 마련이다. 게다가 세대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영화라면 ..

마치 정답을 알고 푸는 문제처럼 그런 영화들은 감동을 듬뿍 담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보게된다. 그런 영화들은 예상답안과 같은 진부한 감동에 촉촉히 적신 눈시울을 훔치지만 왠지 왠지 2%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래서 난 사실 그런 류의 영화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웨일 라이더. 고래를 타는 사람. 포스터 가득한 카피문구에서도 그저 뻔한 상황인 듯 어찌보면 기승전결의 체계를 답습하는 상투적인 영화일 것 같았다.

그런데, 선댄스 영화제 등 유수한 영화제에서의 관객상을 휩쓸었다니.. 그 시점에서 왠지 입맛이 다셔지는 게다. 물론 여기에는 영화제에 대한 내 자신의 평가기준이 좌우한 것이 컸겠지만. (우리나라의 나눠먹기식의 대명사인 대X상 같은 영화제라면 별로 땡기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

요즘 영화제 출품작을 두고 벌이는 한국 영화계 우두머리들의 이전투구를 보고 느낀 것이지만 역시나 수상 경력이란 이래서 무시를 못하는 것인가 보다 싶었다.

여하튼 시사회 티켓을 받아들고 들어선 극장..

우선 누구나 느꼈을 것이지만 뉴질랜드의 광대하고 아름다운 자연, 옥빛 바다는 이내 시선을 제압한다. 마음 한켠 왠지 가슴이 팍 트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최연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선전문구가 무색하게, 눈빛처럼 맑은 영혼을 가진 파이키아의 울림은 어떤 영화의 감동 이상 이었다. 보통의 영화라면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겪고 상처받으며 다시 화해하는 갈등해소단계를 거치게 마련이지만 웨일라이더는 그렇게 뻔한 길을 답습하지 않는다.

전통을 지키려는 할아버지와 그의 착한 손녀 파이키아의 이야기.

자신을 배척하는 할아버지를 파이키아는 탓하지 않는다.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아량을 베푸는 듯 용서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랑할 뿐이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파이키아는 지도자가 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딛고 있는 땅과 함께 하는 사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함이다.

학예회날 파이키아가 웅변발표할 때 울먹이던 모습에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늘 그렇게 자신의 마음과 슬픔을 혼자서 감내하던 파이키아의 아픔이... 그보다는 그 "착함"이 되려 더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했다.

고래들을 이끄는 파이키아, 푸른 물결을 헤치는 파이키아의 울림은 더 크게 더 멀리 퍼져나갈 수 있었던 듯 하다.

온고이지신이라 했다.

전통은 있는 모습 그대로를 지켜내려고 할 때는 지켜지지 않는다. 오히려 깨지고 상처받아 사라질 뿐이다. 그것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관습을 깨뜨릴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사람과의 소통을 통한 나아감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고래가 되는 꿈을 꾸었던 이 작은 소녀는 우리들에게 더 큰 꿈을 안겨주었고 한참동안 나도 그 꿈을 간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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