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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pper]나보다 더 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비포 선셋
cropper 2004-10-20 오전 10:47:08 2489   [19]

Before Sunrise
필자가 영화를 대하는 마음은 분명 일반 관객의 그것과 다르지만 
특별히 한 영화에 지속적인 애정공세를 펴는 지조 같은 건 해본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본 이래 9년 동안 9번 넘게 봤다. 
그것도 어느날 졸다 깬 내 눈을 헤집고 허락없이 들어온 '주말의 명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자발적으로 빌려보고 녹화해서 본 횟수만 따진 것이다.

이제는 대사까지 다 외워서 남자 주인공 역할을 해도 될 판인 이 영화를,
지금도 대할 때 마다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그것은 세상 그 어떤 영화도 이 영화만큼 완벽하게 "연애와 사랑" 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고, 수천권의 연애소설과 수만권의 로맨스소설도 이 영화를 대신할 수 없어서다. 

제시와 셀린의 꿈만 같은 단 하룻밤의 사랑.
그 느낌을 조금도 잃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그들은 연락처도 주고받지 않고
'6개월 뒤 같은 시간에 이 곳에서 만나' 자는 소설같은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Before Sunset
전편에서 셀린이 제시의 옆자리로 가서 앉은 것이 우연이 아니었듯
속편에서도 그녀는 제시를 우연히 만난 것 처럼 그렇게 찾아간다.

"너, 그때 6개월 뒤에 나왔었어?"  "그 때 우리 왜 연락처도 안주고 받았을까?"...

9년만의 재회.. 9년전의 그 날 밤 하늘에 은하계의 모든 별이 쏟아 부어졌다 한 들
떨어져 지낸 9년이라는 각자의 삶은 그 날 밤을 잊게 하기에 충분할 터.
그간의 사연들은 두 사람의 이마에 주름을 패고 눈의 총기를 흐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비엔나에서의 그 귀엽고 섹시한 모습과 사랑에 대한 열정은 허물과 함께 벗어버리고
어느새 완숙한 30대 초반으로 불완전 변태한 두 사람은 다시 또 끝날 것 같지 않은
대화로 영화를 이끌어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비포선라이즈]의 대화가 서로를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면
[비포선셋]은 현재 자기가 얼마나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지 변명하려는 과시감에서
시작한다.   더군다나 그 순수했던 셀린이 대화 중에 제시에게 날리는 우아한 '뻑큐'는
필자의 얼굴을 웃음과 탄식으로 반쯤 뭉개놓았다.

오, 나의 셀린.. 어찌 그리 변하셨소.   -0-

그 둘의 대화가 예전과는 너무나 달리 지루하게 이어지나 싶더니, 9년 전 그 날 밤에
섹스를 했는지 안했는지를 기억해 내는 일로 다투기 시작한다. 아예 체위까지 따지고
들 것 같은 기세더니 결국 몇번의 성적인 농담의 시시덕댐으로 마무리 한다.
 
[비포선셋]은 전편 [비포선라이즈]와 똑같은 형식으로 풀어나가면서 9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큰 간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제시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면서 셀린을 집에 데려다 주기로 한다.
다시 또 그 날의 그 때처럼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이 영화는 그 때부터
세상 어떤 스릴러 영화보다도 (적어도 필자에게는) 멋진 반전을 선사한다.

6개월 뒤에 만나자던 그 무모한 기약조차 없는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면서
셀린은 자신이 지금 얼마나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는지 그제서야 하나 둘씩 속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하고  제시 또한 자신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불행한 것인지 모두 까밝히기
시작한다. (전편에서 아무렇지 않게 꺼냈던 부모의 이혼얘기는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두 사람의 갑작스런 커밍아웃은 순식간에 관객을 [비포선라이즈]로 가는 기차로 다시
데려다 놓는다.  셀린은 이 장면에서 [비포선라이즈]와 [비포선셋]을 통털어 가장 중요한
대사를 한다.  "나는 내 인생의 모든 로맨스를 그 날 밤에 다 쏟아부었어".
그래서 더 이상의 그녀의 삶은 로맨틱 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 순간... '사랑은 평생을 두고 완성하는 것'이라는 필자의 작은 소신이 줏대없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간만에 또 죽이 잘맞아진 두 사람.   비행기 시간이 채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제시는
그녀의 집에 들어가 차를 마시기로 한다.  (계단을 오르면서 두 사람이 주고 받는
쑥스러움의 눈빛은 그들이 9년전에 레코드 샵에서 주고 받았던 쑥스러움의 눈빛과
연결된다) 
차를 마시다가 제시의 부탁에 못이기는척 하면서 셀린은 손수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기 시작하는데... 

왈츠 한 곡 들어봐요 / 그냥 문득 떠오른 하룻밤 사랑의 노래 / 그날 그댄 나만의 남자였죠
꿈같은 사랑을 내게 줬죠 / 하지만 이제 그댄 멀리 떠나갔네  아득한 그대만의 섬으로 /
그대에겐 하룻밤 추억이겠죠 / 하지만 내겐 소중한 당신 /
남들이 뭐라든 그날의 사랑은 내 전부랍니다 / 다시 한번 돌아가고 싶어 / 그날 밤의 연인이
되고 싶어 / 어리석은 꿈일지라도 / 그런 사랑 처음이었죠 /
단 하룻밤의 사랑 나의 *제시* /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어 /

두 편을 통털어도 별 사건 하나 없는 이 시리즈(?) 영화에 유일한 클라이막스 !!!
마지막 부분의 *제시*는 남자가 바뀔 때 마다 늘 바뀌는 가사라고 말했지만
모든 관객을 일 순간 숨죽이는 이 놀라운 선율과 가사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필자로 하여금 모든 쪽팔림을 뒤로 한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9년을 기다려온 기다림의 모든 보상은 그 장면 하나로 충분했다.
그 동안 셀린을 잊지 못하고 살아온 제시는 분명코 잠시 전까지도 피천득의 '인연'의
끝 부분처럼 '두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한곡의 노래는 이렇게 제시와 필자의 마음속에 9년동안 꼬불쳐져 있던
그리움과 사랑에 끝없는 오르가즘을 선사했다.   

[비포선셋]이 지난 10년간 나온 '모든 영화의 속편중에 최고'라는 찬사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그리고 9년을 하루같이 기다린 필자에게 국내 첫 관람의 기회가 주어진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으리..

전편 보다 더 멋지게 엔딩을 장식하는 [비포선셋]은 또 다른 사랑의 씨앗을 제시와
필자의 마음에 심어주었다.


Romantist & Filmania  CROPPER


(총 0명 참여)
caval
와... 선셋 정말 기쁘게 봤는데, 제가 거의 비슷하게 느낀 것을 이처럼 멋지게 표현해주셨네요. 영화를 세심하게 살피는 눈길에서, 9번이나 보셨다는 선라이즈 선셋 사랑이 느껴집니다. 두 영화를 볼 때 그랬듯, 한 줄 한 줄 음미하게 되는 글이네요. blog.naver.com/lapareta로 퍼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8-05-0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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