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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킬러에게 세상을 배우다...... 콜래트럴
kysom 2004-10-23 오후 12:52:15 909   [3]

1. 영화를 본지 근 일주일이 지나도록 영화평을 쓰지 못하고 늑장을 부렸다. 대체로 이런 경우는 뻔하다. 별로 쓸만한 거리가 없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그렇게 보내버리기에는 너무 아쉬운 영화이다. 솔직히 톰 크루즈가 <콜래트럴>에서 악역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헐리웃이 술렁거렸고, 도대체 흥행엔 성공할 수 있는건지 그 계산에 바빴다. 이 기사를 인터넷에서 접했을 때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그만큼의 기대를 받는다는 것은 톰 크루즈의 영향력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더우기 개봉이 다가옴에 따라 공개된 포스터에는 톰 크루즈 이외에는 어느 배우가 나오는지 볼수가 없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고.... 예고편을 보고서야 대체 그 상대역이 누구인지 알수가 있었다. 톰 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중(그 역할이 악역이든 무엇이든간에) 여자 상대역이 나오지 않는 유일한 영화이다. 등장하는 여배우는 희생자 즉 먹이감일 뿐이다. 영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2. 이 영화의 초/중반부까지의 극 전개의 흐름은 그 연기만큼이나 자연스럽다. 이 영화에서 킬러와 그 상대역은 인질범과 인질의 관계이다. 그런데 그 인질은 택시기사이다. 당연히 그가 택시를 몰고, 킬러 <톰 크루즈>는 이 택시를 타고 살인 기행을 다닌다. 도대체 왜 살인을 지금 이렇게 하고 다니는지 처음에 가르쳐주지 않는다. 한명씩 죽어 나갈때마다 조금씩 알게된다. 누가 살인을 기획했는지, 지금 누가 죽임을 당하고 있는지, 그리고 경찰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 말이다. 이렇게 입구를 틀어잡고 조금씩 풀어주는 극 전개는 상당히 훌륭했다. 사람들은 이미 다 터져버린 사건을 정리하면서 대체 이 결말이 어떻게 갈지 머리를 싸잡고 고민하면서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 그냥 단계를 밟아 나가면 된다. 한발씩....

 

3. 인질범과 인질이 타고 다니는 택시, 여기서 두사람은 나란히 앉지않는다. 기사는 앞에, 킬러는 뒤에. 전형적인 기사와 승객의 배치이다. 킬러 <톰 크루즈>는 언제나 그늘져 있는 뒷자석에 숨어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인물 의 특성과 역할에 대한 핵심을 보여준다. 그는 앞으로 드러나지 않는 존재이다. 택시 뒷좌석의 승객처럼.... 만약 그가 제이미 폭스와 나란히 앉았다면(옆구리에 총을 들이대고) 그렇게 많은 대사가 필요했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저 킬러, 너무 말이 많아!" 그는 말을 하기 위해 뒤에 앉았다. 여기서 그가 장광설처럼, 어떨땐 독설처럼 퍼부어대는 그 대사는 솔직히 무의미하다. 우리는 그가 하는 말을 듣고, 그의 역할에 혼란을 일으킨다.

 

4. <톰 크루즈>, 아니 이젠 빈센트라고 불러야지. 그는 흔히 X-File에서 자주 나오는 말한마디 하지않고, 정말 얄밉게 딱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놈들만 죽이고 사라지는 그런 <개새끼>라고 속으로 욕할 만한 그런 냉혹한 킬러로 비춰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여전히 지적인 이미지를 선호하고, 그렇기에 뭔가 쓰레기같은 자식들을 청소하는 뭐라고 욕하거나 비난하기엔 모호한 존재처럼 보이길 바랬다. 어두운 택시 뒷좌석에서 그는 기사의 소시민적 허약함과 위선을 조롱한다. 그 조롱의 근거는 자신의 강함이다. 그가 무슨 말로 치장하든 그것은 상관없다. 킬러 빈센트는 기사 맥스보다 강하다.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이것이 그가 뒤에 앉은 근거이자, 이후의 결말을 뒤집을 가장 핵심적 근거이다.

 

5. 이렇게 초/중반까지 어쩌면 새롭게까지 느껴질정도로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영화는 기사 맥스에 의해 그 전도를 경험한다. 마치 이렇게 끝나는 건 두고 볼수 없어 라는 식으로.... 너무나 소시민적이고, 오직 기사와 승객의 관계일때만 자기의 재담으로 위력을 발휘하던 그 인간이 갑자기 지금의 자기 현실에 대해 분노한다. 12년동안 잘 참아왔는데 말이다. 그는 뒷좌석에 앉은 킬러에 의해 이 세상이 얼마나 약육강식의 전장이고, 자기는 거기서 얼마나 한참 멀리 떨어져 있었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이 자기의 현실이 되었을 때 왜 포기하면 안되는지, 그 킬러의 살인을 위한 집요함에서 배운다. 그리고 눈깔이 뒤집힌다. 시쳇말로....

 

6. 여기서 감독 <마이클 만>이 톰 크루즈를 위해 배려했던 캐릭터와 그 역할에 의해 뒤통수를 맞는 순간이 도래한다. 이제 전도를 통해 결말을 정리하기로 했으니 이영화는 갑자기 <스피드>가 된다. 기사는 마지막 타겟의 희생을 막기위해, 일찌기 어떤 영화도 보여주지 못한 경이적인 뒤집기를 감행하고, 킬러 빈센트는 드디어 헛발을 쏘기 시작한다. 영화는 갑자기 초라해지기 시작한다. 이제 다시 <톰 크루즈>다. 그는 먹이감을 쫓다가 의자에 걸려 넘어지고, 전철에선 한발도 맞추지 못하는 수모를 당한다. 왜일까? 이 영화는 흐름상 그가 허무주의자이든, 살인에 진력이 난 염세주의자이든, 아님 그냥 정말 자기일이 너무 좋은 무정부주의자이든 이것에 상관없이 5건의 살인을 완성하게 되어있다.(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그런데 영화 2/3까지 정의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극 흐름에서 갑자기 두 캐릭터는 자기의 중심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이것이 영화의 기둥 줄거리를 무너뜨리면서 극 종반의 흐름을 보수적 범작으로 패퇴시킨다.

 

7. 물론 묘한 여운은 있다. 기사 맥스는 마지막 희생자가 바로 그 여검사가 아니었다면 구하러 갈 생각을 했을까? 그러나 이것이 종반부의 힘빼기엔 미치는 영향은 없다. 단지 그것은 생각일뿐이니까.

 

8. 그래도 이 영화는 Win Win했다. 감독은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필름 누와르를 만들었고(어쩌면 마지막은 그의 Heat에 대한 오마쥬가 아니었을까?), 톰 크루즈는 지적인 킬러 실컷하다가 아주 폼나게 죽었고(허무하게) 그리고 소시민 맥스는 검사를 구하고(어쩌면 사랑도 얻을지 모르지), 자신의 껍질을 깼으니까.... 그러면 관객은 얻은 것은 무언가? " 역시 톰 크루즈는 무슨 역할을 해도 멋있어!"라는 자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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