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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의미만으로 모든 게 설명되는 영화 인크레더블
jimmani 2004-12-15 오후 9:00:22 1936   [7]
개인적으로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들을 하나같이 좋아라 했던 터라, 이제 이야기할 이 영화, <인크레더블>에 대한 기대감도 어마어마했었다. 내가 픽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은근히 뛰어난 기술력이다. <파이널 환타지>처럼 눈에 띄게 발전된 그래픽이 아닌, 조금은 수수해보이는 그래픽이지만 그속에 정말 섬세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많았기에 대놓고 발전 운운하지 않는 점이 좋다. 둘째로, 탄탄한 스토리다. 지금까지 픽사 애니메이션 중에 스토리가 허술했던 애니메이션은 단 한 편도 없었다. 모두가 실사 영화 못지 않은 탄탄한 구성과 완급 조절로 뛰어난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세번째로, 따뜻한 메시지다. 픽사 애니메이션은 모두가 하나씩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이들은 심오하지도 않고, 오히려 지극히 단순한 게 많다. 그러나 타고난 실력으로 그 메시지를 더욱 재미있고 깊게 전달함으로써 그 깨달음이 한결 특별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을 그토록 좋아라 했던 것이다.

거기다가 감독이 내가 개인적으로 최고의 걸작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인정하는 <아이언 자이언트>의 브래드 버드 감독이라니, 그 기대감은 배로 증가할 수 밖에 없었다. 우주에서 온 로봇이라는 다소 유치한 소재 속에 냉전 시대의 미국인들의 편견과 배척에 대한 비판을 녹여놓았던 <아이언 자이언트>처럼 이번엔 이 단순해 보이는 수퍼히어로 모험담에 어떤 깊은 메시지를 담았을까 기대가 되었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외부에서 감독을 초빙하는 일도 그다지 흔치 않은 일이었고.

그리하여 개봉날에 뜨끈뜨끈하게 영화를 관람한 결과, 영화는 내 기대를 일찌감치 만족시키고 그 이상으로 넘어서기에 충분했다. 내가 픽사를 좋아했던 또다른 이유가 결코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뛰어난 완성도였는데, 이번 <인크레더블>도 기대를 배반하기는커녕 예상치 못한 높은 만족도를 선사해줌으로써 나의 픽사 애니메이션에 대한 신뢰는 더욱 커졌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는 제목의 의미만으로 모든 게 설명되는 영화다.

때는 요즘은 아닌 듯, 한 1960~70년대로 추정된다. 도시를 보호하는 정의의 수호자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미스터 인크레더블(크레이크 T. 넬슨), 엘라스티걸(홀리 헌터), 프로존(사무엘 L. 잭슨)을 비롯한 일련의 수퍼히어로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초능력을 이용해 약자들을 보호하고 악당들을 시원하게 깨부숴주었다. 이중 미스터 인크레더블과 엘라스티걸은 동료애가 사랑으로 번졌는지 결혼에도 골인했고. 그러나 어느날 부턴가 보호한답시고 한 행동들때문에 도리어 시민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히기 시작하면서 각종 소송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 정부는 이들 수퍼히어로들에게 초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리하여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로버트 파, 엘라스티걸은 헬렌 파라는 이름으로 평범한 소시민이 되어 살아간다.
아니나다를까, 인크레더블 가족은 정말 소시민이 다 되었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보험 회사에서 상사에게 눌리는 소심한 직원이 되었고, 엘라스티걸은 아이들 걱정에 모험이나 일탈은 꿈도 안꾸는 현실안주형 인간이 되었다. 그뿐이랴, 부모의 피를 물려받아 역시나 초능력을 가진 자녀들(초고속으로 달릴 줄 아는 대쉬, 투명 능력과 보호막 생성 능력을 지닌 바이올렛)도 역시 자기 본연의 능력을 억누르느라 곤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렇게 곳곳으로부터 압박을 받던 찰나, 의문의 여인이 미스터 인크레더블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활약은 또다시 시작된다. 그러나 그 뒤엔 엄청난 음모가 있다. 그것도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잘 알고 있는 인물이 꾸민...

우선 3D 애니메이션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빼고 넘어갈 수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 <인크레더블>의 그래픽 기술은, 사람의 외모를 제외하곤 모든 것이 거의 완벽하다. 잡티 하나까지 묘사되는 세심한 외모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외의 허점들때문에 흥행에 실패한 <파이널 환타지>의 경우를 잘 알고 있었던지, 픽사는 거기에 너무 힘을 쓰지 않았다. 인물들의 얼굴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불가능할 정도로 단순화되어 있다. 그러나, 대신 그외의 부분에선 정말 놀랄 정도로 사실적이다. 공기의 미동에도 조금씩 흔들리는 머리카락하며,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 습관적으로 취하는 행동(이를테면 바깥에서 차안을 내려다볼 때 팔짱을 끼는 것), 고공 낙하할 때 피부가 덜덜 떨리는 모습, 옷감의 미세한 펄럭임까지, 픽사는 자기 회사에서 처음으로 만드는 인간이 주인공인 이 애니메이션에서, 완벽에 가까운 인간 묘사 기술을 보여주었다. 사실, <토이 스토리 2> 때만 해도 인간이 마치 거대한 마네킹마냥 부자연스런 움직임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발전은 정말 괄목상대하지 않을 수 없다.

목소리 연기도 나무랄 데 없다. 사실, 엘라스티걸 역의 홀리 헌터와 프로존 역의 사무엘 L. 잭슨을 제외하면 지명도 면에선 좀 떨어지겠지만, 적어도 캐릭터와의 적절성에 있어선 둘째가라면 서럽다. 미스터 인크레더블 역의 크레이그 T. 넬슨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웅의 이미지처럼 중저음의 우렁찬 목소리를 잘 내주었고, 홀리 헌터는 특유의 강인하면서도 도시적인 이미지의 목소리, 사무엘 L. 잭슨은 넉살 좋은 마음씨를 지닌 듯한 목소리를 잘 내주었다. 가끔씩 애니메이션에서 목소리 배우 캐스팅에 있어서도 미스가 생김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음악도 훌륭하다. 마이클 치아키노가 만들어낸 이 영화의 음악은 마치 70년대 인기 시리즈물을 연상케 하는 우렁찬 사운드에 큰 매력이 있다. 수퍼히어로 영화하면 으레 떠오르게 되는 행진곡 마냥 힘찬 비트의 음악은 시종일관 보는 이의 가슴을 쿵쾅쿵쾅 때린다.

이 영화는 픽사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스펙터클한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니모를 찾아서>에서부터 증폭된 픽사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즐거움이 이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절정에 다다랐다. 대규모 폭발 장면, 자동차 추격 장면, 로봇과의 아슬아슬한 결투 장면 등 여느 실사 블럭버스터에 버금가는 스릴 넘치고 스펙터클한 장면들이 수를 놓는다. 속도감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픽사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다이내믹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쇼트가 <몬스터 주식회사>보다 600개가 많다는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속도감이 영화를 산만하게 만든다기보다, 오히려 관객을 더욱 스크린으로 집중시키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픽사 애니메이션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인 캐릭터의 개성도 여전히 살아있다. 언제나 영웅 심리에 사로잡혀 있긴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때문에 소심해질 수 밖에 없는 미스터 인크레더블, 당당하고 활달한 듯하면서도 아이들 때문에 쳇바퀴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하는 엘라스티걸, 자기의 초능력을 사용하지 못해 안달하면서 말썽만 일으키는 대쉬, 자신의 초능력을 오히려 더욱 소심한 성격으로 만드는 게 사용하는 소심한 딸 바이올렛, 주변을 얼리는 능력과는 반대로 성격은 넉살 좋은 프로존,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때문에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는 신드롬까지... 밋밋한 캐릭터 하나 없이 모두가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007에서 무기를 제공하는 M과 비슷한 E(에드나)의 냉소적이면서도 촐싹대는 모습은 영화를 지루하게 하지 않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아. 걱정없이 그저 웃기만 하는 낙천적인 성격의 막내 아기 잭잭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아기만 가족 중 유일하게 초능력이 없다.(진짜 없는 지는 보시면 안다.)

안그래도 이렇게 다양한 측면에서 빛나는 이 영화 <인크레더블>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건 그 속에 담긴 깊은 메시지다. 사실,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가족의 힘이 세계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힘이라는 보편적 가족주의로 보일 수 있고, 실제로 다소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같이 모두가 힘들고, 잠시라도 격려하고 다독여주는 것이 중요할 이 때에 이 정도 가족의 소중함을 언급하는 것이 거북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욱 중요한 이 영화의 메시지는 '최대한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쉬울 거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개의치 않고, 잔디깎기로 잔디 깎듯 똑같은 키가 되기만을 요구하는 획일적 교육 체계에 시달리고, 어른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윗사람 명령은 꼼짝없이 실행해야 하는 불공평한 관료제의 시달리고 있다. 도무지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보여주기가 힘든 환경이다.
이러한 현실은 영화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평범한 보험회사 직원이 된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힘든 사정에 있는 고객들을 도와주고 싶어 마음껏 보험금을 타가게 허락하면서도 회사 이익을 생각하는 상관의 압력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본연의 초고속 주행 능력을 사용하고픈 대쉬도 이러한 능력이 오히려 학교에서 비정상으로 취급받게 만든다.

이렇게 우리의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지 못하게 하는 환경 속에서, <인크레더블>은 그래도 있는 힘껏 실력을 발휘하라고 외친다. 세상이 비록 태클을 걸지라도, 일단은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라'고. 그렇다면 주변의 반응에는 상관없이 당신이 삶에 임하는 태도부터가 '믿을 수 없을 만큼(incredible) 달라질 거라고. 현실의 틀에 꽁 박혀 소심하게 살아가던 인크레더블 가족이 점점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게 되면서 삶의 태도를 바꿔가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는다. 지금처럼 모두가 힘든 시기에 정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이 영화의 장점들을 모두 다 따지려니 한도 끝도 없어 보인다. 아무튼 분명한 사실은, 올 겨울 남녀노소 구분없이 모두가 확실하게 즐기기에 이처럼 좋은 영화도 드물다는 사실이다. 눈을 휘둥그레지게 하는 스펙터클한 액션, 눈을 의심하게 할 만큼 세밀한 그래픽 기술, 여전히 편안한 웃음을 주는 유머감각, 거기에 지친 심신을 다독거려주기라도 하는 듯 힘을 북돋워주는 응원 메시지까지... 모든 면에서 정말 이 영화는 제목처럼 '인크레더블(믿을 수 없는)'한 퀄리티를 지닌 영화다.

한 마디 더 : 픽사 애니메이션은 본 상영 전에 항상 단편이 하나씩 나오는데, 이번에도 <바운딩>이라는 단편이 나온다. 이 단편까지 메시지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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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레더블(2004, The Incredibles)
제작사 : Walt Disney Pictures / 배급사 :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수입사 :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 공식홈페이지 : http://www.disney.co.kr/incredibles/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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