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전지현을 위한, 전지현의 영화입니다. 영화는 감독, 배우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거늘, 이 영화는 반대로 배우 하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듯합니다. [엽기적인 그녀]의 대성공 이후에, 깜짝 스타가 아닌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4인용 식탁]을 다음 작품으로 선택하여 돌아왔으나, 반응이 좋지 않자 다시 한 번 가장 자신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가장 잘 살려줬던 [엽기적인 그녀]의 감독의 차기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이하 여친소)]
이제 앞에서 말했던 전지현에 대한 것들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영화에 대해서만 따져보도록 해보죠. [여친소]는 국내에 흔치 않은 장르인 로맨틱 판타지 영화입니다. 로맨스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판타지를 혼합한 이 장르는 어찌 보면 경쟁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익숙지 않은 장르에 대한 도전은 유치함을 낳고 말았네요.
영화의 중반까지는 [엽기적인 그녀]를 다시 보는 듯 밝고 명랑한 분위기로 우연히 시작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다가 중반부에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분위기는 급반전하죠. 자신이 얽힌 사건에 휘말려, 세상을 뜨고 바람이 되어버린 명우(장혁)의 변치 않는 사랑이 그려지면서요. 장르를 로맨틱 판타지라고 했으면 여기부터가 중심인데, 이때부터 어처구니없는 유치함의 연속입니다. 투신자살을 하는데, 큰 풍선에 의해 살아나지를 않나… 아무리 바람이 되어 돌아왔다고는 해도 마치 태풍이 들이닥친 듯 같이 집안의 종이들이 날아가고 책이 막 넘어가고… 하이라이트는 명우가 하늘로 걸어가는 장면. 아무리 판타지에 약한 우리나라지만 그동안 봐 온 것이 있으니 이것보다는 좀 그럴싸한 연출이 나오리라 생각했는데요. 뭔가 절제된 표현이 아쉬웠습니다.
영화의 완성도에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고, 긴 생머리의 명랑한 전지현이 관객 수백만은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 감독의 안이한 생각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전지현도 더 이상은 똑같은 캐릭터로 스크린에 나타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런 밝은 전지현 캐릭터를 너무 좋아하니까 사람들의 평가가 안 좋아도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입니다만, 장기적으로는 정형화 된 캐릭터 전지현보다는 배우 전지현이 보고 싶은 것이니까요. [시월애]에서의 그 모습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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