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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begin : the spirits without. 파이널 환타지
sundog 2001-07-24 오후 6:17:12 749   [1]
태초에,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고 어둠만이 존재하던 태초에,

한줄기 빛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그 빛을 따라 사람과 사물이 움직이기 시작하니, 그것을 지켜보던

관객들은 그 경이로움에 찬탄을 금하지 못하더랬습니다.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 1분 분량의 [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기차]라는 필름

을 시네마토그라프라는 이름으로 프랑스의 그랑카페에서 상영했을때 사람들

에게 던져진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아무런 내용도 없이, 그저 움직

이는 사진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신기하고 환상적인

경험이었겠지요. 실물이 아닌 사진이 실제처럼 움직인다는 것이야말로 환상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을 현실에서 구현해낸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내러티브가 없었던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

기가 식어버려 더 이상 사람들이 그것을 신기해하지도 않았고 더이상 그것

들을 보기를 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관객들이 더이상 현실의 모습

을 재현하는데서는 그들의 환상을 만족시킬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

한 시기에 영화에 내러티브를 삽입하여 '이야기로서의 영화'를 가능케한 사

람이 바로 죠르쥬 멜리에스 입니다. 그는 마술사라는 직업을 살려 영화에

각종 소품과 트릭으로 많은 환상적인 영화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내러티

브와 여러가지 특수효과를 통해서 환상을 영화속에서 구현해내었죠.

멜리에스 이후로, 영화는 꿈과 환상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것

은 비단 전통적인 판타지 장르인 SF나 환타지, 호러뿐만이 아니라 액션,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관객들의 환상을 실현해냅니다. 그리고 마침

내, 관객들은 자신이야말로 (영화라는 매체가 제공해 줄)'최후의 환상' 이

라 주장하는 영화를 접하게 됩니다.

영화 [Final Fantasy]는 [the spirits within]이라는, 조금은 의미심장한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그것은 가상의 캐릭터에 진짜 '영혼을 불어넣겠

다'고 이야기하는 겁없는 도전입니다. 과연 이들이, 가상의 캐릭터에게 영

혼을 넣어주고 뤼미에르 형제 이후 환상을 구현해내기 위한 영화의 노력들

에 마침표를 찍을수 있을까요.

일단 그래픽을 보면, 그들의 자만이 결코 허세만은 아니란것을 알게 됩니

다. 그들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해낸 인간들의 모습은 실사에 가까운 피

부의 질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여주인공 '아키'박사의 얼굴을 클로즈

업 했을때 보이는 피부의 잡티라든가 주근깨, 미세한 잔주름의 표현들은 정

말이지 올여름 블럭버스터들이 보여주는 그 어떠한 액션 장면들보다도 스펙

터클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지요. 게다가 명암의 적절한 사용은 이들이 살아

있는 세계가 실제인 것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이것은 분명 테크놀로지의 엄

청난 발전입니다. 불과 몇년전 까지만 해도 3D애니메이션은 표면이 반질반

질한 장난감이나 곤충들을 소재로 삼았어야 했지요. 그러다가 작년에, 월

트 디즈니의 [다이노소어]가 나왔습니다. 이 공룡들은 배경이 된 실제 자연

환경들과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사실적인 데다가 피부의 질감이라든가 명

암의 표현 또한 매우 뛰어났습니다. 그러나 공룡의 거친 피부 묘사와 인간

의 묘사는 또다른 문제였겠지요.

일견 이 영화는 앞서 말한 부분들에서- 얼굴의 잡티라던가 잔주름의 표현-

가상의 배우를 완전히 인간화 시키는데 성공한것처럼 보입니다. 분명히 외

양 묘사에서는 [다이노소어] 못지 않은 현실감을 자아냅니다. 또, 움직임

에 있어서도 그간 걱정했던 일부의 시각과는 달리 상당히 사실적입니다. 그

러나 '사실적'일 뿐입니다. '사실적'이라는 말은, 거의 실제라고해도 좋을

정도로 실제에 가깝기는 하지만, 실제는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의 그래픽들은 '사실적'이긴 하지만 '실제'라는 느낌을 주

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피부의 맨들거림이 눈에 거슬리고, 동작은 때때로 어색합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신경썼다는 여자주인공 '아키'의 머리카락의 흔들림은, 너무

부드러워 현실적이지 못한 느낌을 줍니다. 여자주인공의 머리카락이 상영내

내 샴푸광고에 나오는 모델들의 머리카락이 흔들리듯이 하늘거리니 누가 현

실적이라고 생각하겠어요.

그러나 이 캐릭터들의 현실성이 가장 떨어지는 부분은 바로 눈동자 입니

다. 눈을 보면 그사람을 알 수 있다는데, 제가 이들의 눈을 보고 알 수 있

었던 것은 이들이 실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뿐이었습니다. 이들의 캐릭터

는 정말이지, [토이스토리]의 주인공들보다 더 인형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

다. [토이 스토리]는 생생한 느낌이라도 주었는데 말이죠.

영화는, 첨단 테크놀로지로 완성된 가공할 무기로 침략자를 공격하려는 장

군의 파멸과, 지구의 영혼을 통해 외계인들의 유령을 물리치는 주인공의 모

습을 보여주며 끝납니다. 이러한 영화의 스토리를 생각해 본다면, 주인공들

에게서 영혼을 느낄수 없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

다. 스텝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움직임의 사실적 묘사만이 아니

라 캐릭터들에게 영혼을 주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첨단 테크놀로지는 그

들에게 실제인간에 가까운 육체를 주었지만 영혼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감

독은 왜 자신이 만드는 영화의 메세지를 경구로 삼지 않았던 걸까요. 그저

외양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테크놀로지만으로 인간을 창조해낼수 있다고 믿

었던 걸까요.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는 이릅니다. 제목과는 달리 이제부터가 진짜 '환상

의 시작'이니까요.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통해 현실을 현실 그대로 보여

줬다면, 멜리에스가 현실의 여러가지 소품을 이용해 환상을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환상을 현실로 옮기는 상징적인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영혼을 찾게 되었을때, 아마도 환상이 현실로 이루어지겠지요. 스스로 창조

주의 지위에 오르고 싶어하는 인간의 환상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

로 영화가 꿈꾸는 '최후의 판타지'가 되지 않을까요?


















(총 0명 참여)
pecker119
감사해요.   
2010-07-03 08:2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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