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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밀린다.' 드디어 이런 소리가 나오는 건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
jung5712 2004-12-27 오전 2:16:55 2373   [8]
 

드디어 나이에 밀리는 건가, 미야자키 하야오.



인크레더블과 폴라 익스프레스, 물론 팬들에게는 몰매맞아도 할말 없는 소리지만 개인적인 기대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는 쨉도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 오래전부터 그의 작품에는 관심이 많았고, 그의 작품들을 보며 감명 받은 순간순간들을 꼽아 보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어느 모 영화잡지에서 흘끗 봤던 작품평에 대해 슬쩍 언급하자면 이번 작품은 분명 ‘도전’ 이라고 했다. 뭐, 틀린말은 아니다. 60대초중반이면 확실히 나이의 압박도 있을테고, 그의 실력을 무시하는 건 아닐테지만 그래도 원령공주나 센과치히로 때 같지는 않을 거라는 막연한 걱정에서 나온 말이리라.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원령공주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고, 거의 공식적으로는 1998년도에 지브리를 떠났다.(어디까지나 공식적으로다. 여전히 지브리에는 자주 들른다고 한다.) 그런대도 정말 ‘생뚱’ 맞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시기에, 센과 치히로라는 작품을 발표했고, 어마어마하다는 말로는 모자랄 정도로 크게 대박냈다. 물론 그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약 193억엔의 흥행수익이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나의 말에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정말 그의 영화 중 역대 최강의 작품이라고 감히 꼽고 싶다.)



서두가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 어때? 잼있어?”

다들 물어보기는 물어보더라. 물론 웃으면서 재미있다고 말해줬다. 최고라고. 그러나 말하면서도 차마 끝말까지 못 토해내서 씁쓸했다.

‘대략 5%정도 부족한 최고라서 말이지.’

아무래도 욕심이 컸나보다. 물론 개봉 초반이기는 하지만 센과 치히로에는 못 미쳐도 동등할 정도의 흥행을 이루어냈으면 하는 욕심.



간단히 말해 그의 영화를 내가 선호하는 이유는 딱 세가지다,

스토리. 그림. 그리고 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니메철학.


일단 주관적으로 볼때 어른들은 상관이 없지만(혹시 또 모른다. 100%라는 뜻은 결코 아님.) 아무래도 10명의 아이들 중 한 4-5명 정도만(이것보다 더 적을 지도 모른다.) 흥미롭게 볼 듯 하다. 아, 그것도 군데군데에서만. 워낙에 스케일이 웅장하고 미야자키 작품의 주 특징인 ‘조연급 같은 주연들’ 때문에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독특한 조연들의 활약이 화려하긴 하다. 워낙에 자극적인 것에 눈이 잘 주목되는 아이들이니 만큼 영화관 들어가면 분명 보기는 볼 것이다.


그러나 내용이 원체 좀 복잡하다. 원작 자체가 그런건지, 아님 미야자키가 그렇게 만든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이해가 좀 안되는 부분이 많이 나온다. 중간중간 관람중 정말 나도 모르게 ‘엥?’ 하고 내뱉었던 장면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뭐, 소피가 저주받아 할머니가 되는 것 까진 좋다. 저주니까 뭐. 애교로 넘어갈 수도 있다. 황무지의 마녀 얘기 듣고 저주 풀러 하울에게 찾아간 것까지도 좋다. 스토리 전개를 위해 필요할테니까. 갑자기 말짱하던 하울이 왜 새 비슷한 몬스터가 되어 버렸는지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당황스러운 관객의 입장이 되어보고 나니 군데군데 영화 속에서 엉성함이 잔뜩 묻어난다.


소피의 난데없는 사랑 고백이라든지, 설마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려고 미야자키는 하울을 통해 ‘예쁘지 않으면 살아갈 의미가 없다’ 라고 울부짖은 건지, 어쨌든 심장교환으로 계약이 끝났는데 다시 돌아온 캘시퍼는 뭐고, 하울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니까 전쟁을 끝내는 설리만을 비롯해 정말 묻고 싶음 말이 정말 많다. 또, 딱히 하울이 소피에게 뭘 해준 것 같지도 않은데 결말에서 젊어지는 소피는 더더욱 의문을 부추긴다.


또한 ‘대체 왜 이 영화를 만들었나요?’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이나 해 줄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의 상상력속에서 과연 이 영화가 어떤 영화로 받아들여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상상력, 그리고 이 영화에 실망한 관객들의 상상력속에서 이 영화는 단순히 2시간 정도의 눈요깃거리에 불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된다. (구지 강조하는 것은 아니나 확실히 스케일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그에 걸맞게 스토리가 못 따라가줘서 그렇지...)


원령공주가 인간이 공공연히 저지르고 있는 환경파괴에 대한 고발이라고 한다면, 센과 치히로는... 뭐, 사춘기 소녀의 자아성 찾기? 대가없는 결과를 추구하는 인간들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묻은 영화라고 봐두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추구하는 미야자키의 철학은 어찌나 깊숙이 묻어뒀는지 아무리 눈씻고 쳐다봐도 도통 알 수가 없다. (대략 두 세 번은 아주 꼼꼼히 더 봐야 할 듯 하다.)


게다가 정말 티가 안 난다고 차마 말하기가 쑥쓰러운 CG의 무분별한 사용에 컴퓨터사용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한번은 거기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에게 "손으로 할 수 있는데 왜 컴퓨터가 필요하냐" 라고 말했었던 그 미야자키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물론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그의 작품 또한 디지털화가 되어간다고는 했었다. 그치만 이렇게 그 만남이 갑작스러울 줄은 몰랐다. 원령공주 때처럼, 그림 하나만 봐도 오싹오싹 소름이 돋던 미야자키의 그 자존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무척 섭섭했다.



차라리 반지의 제왕처럼 3시간짜리 장편을 만들더라도 군데군데 부연설명이 들어가 줬더라면, 몇천년이 걸려도 좋으니 CG보다는 수작업에 좀더 열과 성의를 다해줬더라면 이런 아쉬움이 덜할까 생각한다. (아, 나도 모르게 자꾸 센과 치히로와 그리고 원령공주와 비교하게  된다.)


어떤분이 노래가 아깝다라고 하셨던 말에도 약간 공감한다. 오래전부터 미야자키의 작품과는 완벽한 콤비를 자랑하던 히사이시 조는 정말 많이 수고 해줬다.(그의 음악은 몇 번을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센과 치히로에서는 음악 하나만 듣고도 장면 하나하나가 세세이 다 떠올랐었는데... 정말 꼼꼼이 따져보니 아쉬운 점이 한두개가 아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남들은 어떻게 말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 작품은 전반적으로는 대략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계속.. 이라고 말하기도 확실치 않지만 만약 또 만든다면 이런식으로는 곤란하다.(진심으로.) 완전히 떠난 것도 아닌, 그렇다고 계속 한다고도 할 수 없는 이런 어중간한 상태에서 여전히 그의 작품을 기다린다는 건 팬들에게는 꽤 큰 고역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러므로 그 기대를 충족시켜는 주는 것 또한 부담스럽겠지만 그의 몫이라는 것을.


기대보다 그래도 실망이 더 컸던 작품. ‘결국 나이라는 장벽에서 거장 미야자키도 무너지는 것인가.’ 팬의 입장으로서 두 번 다시는 내 입으로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좋은 소리만 해주고 싶은게 팬으로서 당연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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