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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더버그 밴드의 화려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향연 오션스 트웰브
bfree93 2005-01-06 오전 2:12:56 1706   [3]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으로 대중에게 아주 가까워진 감독입니다. 저 두 영화를 2001년, 동시에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시켰고, <트래픽>으로 감독상을 따 냈죠. 하지만 소더버그는 대중에게만 인정받은 감독이 아니에요. 장편 데뷔작인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1989년 칸느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이후 그가 만든 영화들은 각종 비평가협회에서 주는 상들을 이것저것 야금야금 먹어 들어갔습니다. 영화의 크레딧을 조금 신경 써서 보는 관객들이라면 그의 이름은 어느 정도의 보증 수표인 셈이죠.

이런 그가 <오션스 일레븐>의 속편인 <오션스 트웰브>를 만들었습니다. 감독만으로도 구미가 당길 판에 그것도 모자라 이 영화엔 전편과 마찬가지로 스타 군단이 등장하는군요. 괴기스러울 정도로 조그맣고 잘난 얼굴인 브래드 피트, 역시 잘 생긴데다 강함과 부드러움의 두 가지 매력을 한 번에 품어내는 조지 클루니, 이 둘 사이에서 어딘가 모르게 앳되고 어수룩해 보이지만 그것을 캐릭터화해 버린 매트 데이먼, 남성들만 잘난 것들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캐서린 제타 존스, 미모는 어째 한 풀 꺾인 듯하지만 그 얼렁뚱땅한 존재감으로 확실히 후반부를 장식하는 줄리아 로버츠(휴우, 일단 여기서 숨 좀 고르고...). 이들이 다가 아닙니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개성 만점의 연기자 뱅상 카셀이 오션 일당과 대적하고, 까메오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브루스 윌리스가 그 자신의 이름으로 스크린을 누비며, <해리 포터...>의 해그리드 역을 맡았던 로비 콜트레인이 거적 같은 옷을 던져버리고 엉뚱한 대화를 선사합니다. 1편에 큰 비중으로 등장했던 앤디 가르시아가 영화 초반을 장식하고, 왕년에 탐정 포와로로 명성을 날렸던 알버트 핀니가 막판에 깜짝 등장을 해서 그 대미를 장식합니다. 그러니 아주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의 화려한 배우들이 2시간 동안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고 보면 됩니다. 게다가 허구인 영화 속에 현실 속 캐릭터를 그대로 등장시키는 감독의 재치와 짧고 빠르게 이어가는 이야기들의 연결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한층 배가시킵니다.

하지만 또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사건에 집중해서 꽉 짜여진 듯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겐 이 영화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들은 완벽하게 조율되고 걸러진 음악을 원하지만 어떤 평론가의 말처럼 <오션스 트웰브>는 즉흥적인 재즈에 비유할 수 있거든요. 그만큼 영화는 하나의 줄기를 유지하면서 자유스럽게 이리 저리 흔들리는 느낌을 주며, 이 느낌은 곧 영화가 산만하다는 의미와 통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유명 배우들의 한바탕 소동에 그치고 마는 거죠.

실속 넘치는 잔치와 소리만 큰 소동 중 어느 쪽으로 마음이 기울지는 아마도 전적으로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호감도에 바탕을 두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실수마저 계획된 꼼꼼하고 치밀한 연주를 바라는 관객들에겐 그 호감도 마저 무용지물일 수 있겠지만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편에 비해 이야기의 구성은 조금 떨어집니다.

http://blog.cineline.com/b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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