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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영웅 역도산
minjucci 2005-01-24 오전 12:58:01 1314   [7]

역도산, 이번 영화를 가지고서.. 한일합작이라는 것때문에

역도산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소리들이 많이 들리고, 나도 공감한다.

 

이 글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역도산에 대한 글이다.

 

난 스포츠에 관심이 없다.
레슬링이라고 다르겠는가? ㅡ.ㅡ
예전에..그러니까.. 역도산 크랭크인 하기 한참 전이었다.
설경구가 '역도산' 이라는 영화를 찍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놀라지마라 ;;; 난 무슨 산악영화 찍는줄 알았따 ;;;;;;
점차 이것저것 정보를 주워들어가면서
'역도산'이 산 이름이 아니고 프로레슬러 이름이라는 걸 알았고,
일본에서 유명세를 떨친 조선인이라는 사실, 딱 그거까지만 알고서
오늘 이렇게 영화를 보았다.

내가 그냥 무모하게 상상해봤던 역도산하고는 많이 달랐는데,
달라도 너무 달라서 처음엔 적잖이 당황했다.
난 '바람의 파이터'에서 최배달을 완전 영웅으로 만든 것처럼
역도산을 완전 영웅으로 치솟게 만들어놨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훔, 것참 -0-
영웅은 영웅이다. 근데, 거의 악역에 가깝다 싶은 나쁜 영웅이었다.
영향력이 쎈 칸노 회장눈에 들기 위해서 자작극을 벌이질 않나,
(자작극인지 몰랐을땐 감동적이게까지 느껴졌었는데 말이다 - =;;)
레슬러 되고 나선 상대선수한테 돈 주고 이기질 않나,
미국가더니 양약이 몸에 맞다고 꼴깝을 떨질 않나 췟 ㅡ.ㅡ
하여간 이눔의 역도산,
이쁜짓은 하나도 안하고 미운짓만 하느라고 정신엄썼따 ㅡ.ㅡ++
절정은, 아내 폭행사건이었따.
유일하게 자기 이해해주는 그 이쁜 아내를 어떻게... 우어엉ㅇㅇㅇ
싸대기 딱 한대만 때렸지만 고 장면 하나로 난 역도산한테
맘을 홱 돌려버렸드랬따.
그리구 이렇게 중얼거렸다.

"역도산 개새끼."

정말 욕먹을만 했고, 몇 대 패줘도 속이 안 풀릴것 같았다.
조선인이 일본에 가서 한 풀고 유명해지고 싶었으면
쫌 착하게 유명해질것이지
저따위로 해서 성공해바짜 누가 이뻐해준대? 앙? 함서
나는 혼자 계속 씩씩거렸다.

그런데 그러다가..
역도산이 참 처량해보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번뿐인 인생 착한 척 할 시간이 어딨어?"

라고 말하는 역도산 그가, 참 처량해보였다.
고향에서처럼 맘 편하게 웃고 싶어서..
그거 하나때문에 '성공' 이라는 그 한 단어만 좇아
정말 치열하게 비겁하게 악랄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아직도 욕은 나온다.
그러나, 난 차마 역도산을 외면하지는 못하겠다.

그 비겁함과 악랄함 때문에 웬만한 주변 사람들이 등을 돌렸다.
그래서, 수많은 관중들의 환호와 함성을 외롭게 들어야 했다.
철저하게 혼자라고 느끼지만
'링 위에서 싸우는 건 어차피 혼자' 라고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누구보다도 외롭기 싫었던 역도산이다.
그런 그를 어떻게 외면할 수가 있겠냐말이다.

확실히, 역도산이 설경구를 통해 부활했다는 말이 맞다.
나는 솔직히
'실미도'를 보고 나서
설경구는 이제 끝이다 싶었다.
'공공의 적' 때부터 보아온
뱉어내는 대사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생각했고, 지겨워졌다.
이번 '역도산' 역시 캐릭터가 강한 인물이어서
지금까지와 같은 연기 패턴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정말 달랐다.
같이 본 문형오빠도 그랬다.
이게 어떻게 공공의 적 강철중이냐고. ㅎㅎㅎ

음, 그렇다고 해서
난 이 영화를 설경구만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설경구가 '역도산' 이라는 인물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참 많이 노력해주었고 또 그 결실도 나름대로 괜찮아서,
이 영화는 설경구의 영화라고 칭할 만 하다.
그러나,
설경구만의 영화는 아니다.

역도산에는 빛나는 조연들이 꽤 있다.
역도산의 아내 '아야' 역을 맡은 '나카타니 미키'와
'칸노' 역을 맡은 '후지 타츠야' 와
'요시마치' 역을 맡은 '하기와라 마사토' 가 그렇다.

아야 역을 맡은 나카타니 미키는 생각지않게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으음.. 자꾸만 바람의 파이터랑 비교를 하게 되는데 ㅡ.ㅡ
난 아야가 첨에 인력거를 타고 등장할 때는
바람의 파이터의 요코랑 다를 바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야는 그런 귀엽기만 하고 연약한 뇨인네가 아니었다.
역도산의 꿈이 그릇되고 허황되고 부질없는 거라는 걸 알면서도
곁에서 자신감을 불러 일으켜주는 멋진 아내였다.

"져 주세요. 한번만."

이라고 말할 땐 정말 지혜로운 아내다 싶었다.
수동적인 여자이긴 했지만 무시할 수 있는 여자는 결코 아녔다.

칸노 역을 맡은 후지 타츠야 역시 대단한 연기였다.
역도산의 성장과정을 천천히 바라본 인물로서
역도산이 점점 삐뚤어 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
따끔한 충고와 함께 오랜 신뢰를 주었던 사람의 연기를
정말 잘 해주었다.
나는 역도산과 칸노가 등장하면
칸노의 표정연기를 보는 재미에 빠지곤 했으니까 ㅎㅎㅎ

요시마치 역의 하기와라 마사토는,
튀지 않는 연기로 역도산의 보좌역을 해냈는데
처음에는 거의 감정이 없다시피한 평범한 보좌관이었다면
후반부로 갈 수록 역도산을 끝까지 믿고 격려 해 주는
반려자로 변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아 마지막으로, 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영웅'의 이야기를 담아낸
'파이란'의 감독 송해성 님. 그 신랄함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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