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대놓고 코미디라고 하는 영화는 많이 안 나오는 것 같다.
내가 봤을 땐 콘스탄틴이야 말로 지금까지의 관객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진정하게 허를 찌르는
코미디 영화임에 틀림없다. 홍보문구나 포스터, 예고편만 보면 관객은 이 영화를 뭔가 심각한 종교적 색채
가 드리워져 있는 블록버스터 액션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러한 점 때문에 나는 극장에서 포복절도 했다.
콘스탄틴은 영화 분위기 자체가 웃기려고 작정하는 코미디는 아니지만, 주인공들과 적들은 나름대로 심각한데
관객들은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데서 나오는 웃음이
어떻게 보면 웃기려고 작정한 코미디 보다 더 웃기다.
그러면 콘스탄틴이 왜 코미디가 될 수 밖에 없는지 분석해 보자.
1. 콘스탄틴이 안젤라에게 지옥을 보여주겠다고 욕조에 물을 채운뒤 숨이 막힐때까지 물에서 못나오게 한다.
그러다가 안젤라가 엄청난 힘으로 욕조를 부순 뒤 뭔가를 봤다고 한다. 두 사람은 심각한데 어째 뭔가
빠진듯한 느낌이다. 어쨌든 안젤라 역을 한 여배우는 이상하게 이 장면 이후로 지겨울 정도로 장소를 가리
지 않고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는 뛰어들어 영화 끝날 때까지 젖은 상태로만 돌아다닌다.
2. 이상한 흑인 나이트 클럽 주인. 뭔가 굉장한 힘을 갖고 진지한 철학을 추구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하는
것 보면 가관이다. 콘스탄틴의 조수에게 나중에 살아돌아오면 멤버쉽 카드를 주겠다느니 어쩌느니 주절댄다.
3. 발사자르인가? 초반에 엄청나게 폼잡고 느끼한 웃음을 띄우며 나타나는 양복쟁이가 있다. 콘스탄틴이
이놈에게 몇 방 날리고 회개 어쩌구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식상함에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4. 콘스탄틴이 지옥을 경험한다고 할 때 마치 어떤 영화에서 <지옥>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마귀들,
일명 떨거지 특공대들이라고 보아야 하겠다. 골룸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어디서 많이 보았을 법한
어정쩡한 떨거지들이다.
5. 영화 후반부에는 아예 웃기려고 작정한 캐릭터들도 나오는데, 가브리엘이라는 금발의 미친여자와 어딘가
덜떨어지는 대머리 아저씨가 나온다. 특히 콘스탄틴이 조수의 죽음을 보고 분노하여 뭔가 할 것 같더니만
고작 그 대머리 아저씨가 나오는데, 이 사람은 행동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나 맛이간게 분명하다.
그리고 금발의 날개달린 미친여자는 나중에 맞아도 신난다고 히죽거린다.
6.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각하게 웃긴 것은 콘스탄틴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십자가 기관총. 생각보다 화력이
그리 세진 않은 것 같고, 그 총을 보면 장난감 조립식 총이 연상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특히 검은
양복을 정갈하게 입은 콘스탄틴이 장난감처럼 생긴 총을 앞에 들이대는 모습을 보면 어른이 아이들 장난
감총을 들고 진지하게 장난친다는 모습이 연상되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콘스탄틴은 초반에 지루할 정도로 무겁게 나가다가 후반부에 코미디를 터뜨리면서
심각함 뒤에 뒤틀어지는 코미디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처음부터 코미디로 나갔다면 후반부가 웃기지
않았겠지만 있는데로 똥폼 잡아가며 긴장시켰다가 웃기기 때문에 그 코믹성은 더 효과적이다. 그러한 면에서
콘스탄틴은 코미디 장르의 새로운 시도라고 보아야 하겠다. 거기에 덧붙여 금연이라는 주제를 대놓고 홍보
하고 있으니까 일석이조겠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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