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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리컨스트럭션(재구성)' 리컨스트럭션
rodeniro 2005-02-14 오후 5:25:18 1092   [6]
 

리컨스트럭션(Reconstruction, 2003)


감독: 크리스토퍼 부

출연: 니꼴라이 리 코스, 마리아 보네비, 크리스터 헬릭손

개봉: 2005년 1월 21일


 ‘사랑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낀다’. 복잡해 보이고 지루하다는 평까지 듣는 덴마크 영화 ‘리컨스트럭션’을 보는 방법은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사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해도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알 수 없다. 감독도 모른다. 관객들이 알아서 ‘재구성(reconstruction)'하라고 할 뿐이다. 그럴수록 이 영화를 논리적으로 풀어보고자 하는 욕망, 아니 오기가 발동한다. 시작과 끝, 진실과 허구를 명확히 구분지어 깔끔한 결말을 ‘주관적으로(!)’ 구성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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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스(니꼴라이 리 코스)는 여자친구 시몬느(마리아 보네비)와 지하철을 타고 가다 세련된 여인 아메(마리아 보네비, 1인 2역을 맡았다)를 따라 내린다. 알렉스는 아메와 밤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집은 사라졌고, 이웃, 친구 심지어 여자친구, 아버지까지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다시 마주친 아메 역시 그를 낯설어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들은 사랑에 빠지고 둘만의 세상을 꿈꾼다.


 영화 ‘리컨스트럭션’은 ‘재구성’을 방해한다. 도입부에 알렉스는 처음보는 여자에게 다가가 예쁘다고 하지만 무엇을 원하냐는 질문에 “작별”이라고 말한다.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작별이라니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알렉스와 아메가 카페에서 만나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알렉스의 생뚱맞은 답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알렉스와 아메가 육체적으로 사랑을 나눈 후 기억은 지워진다. 다시 시작된 사랑에서도 이들은 사랑의 감정을 되찾는다. 하지만 결론은 ‘작별’이다.


쉽게 말해서 알렉스는 답을 알고 문제를 풀었다. 나레이터이자 아메의 남편 오거스트(크리스터 헬릭손)이다. 화면 상으로 알렉스와 오거스트는 다르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답’을 알고 있다. 이들은 두 번이나 마주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 마주쳤을 때 담뱃불은 켜지지 않았고 두 번째 마주쳤을 때에도 오거스트는 알렉스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냥 ‘어떤 사람’일 뿐이다.


굳이 결론을 내보겠다면 이런 ‘재구성’은 어떨까. 영화 속의 알렉스는 오거스트가 그려낸 가상의 인물이자 동일인이다. 알렉스가 아내를 ‘농락’하는 것은 일종의 (변태적인) 판타지다. 알렉스와 오거스트가 동일 인물이라는 증거는 또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알렉스는 수동적으로 ‘나도 (사랑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오거스트는 글쟁이라서 표현이 서툴다고 시인한다. 또 오거스트는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소설가다. 결국 영화 속의 사건은 매력적인 아내에 대한 의처증의 산물이다. 그럼 너무 허무한 것 아니냐고? 아니다. 감독은 분명히 ‘허구’라고 몇 번씩 강조한다.


사실 아내는 아주 순종적이고 남편 밖에 모른다. 오거스트가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아마 마지막 장면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미나를 마치고 체크아웃하려는데 건장한 청년이 아내에게 뛰어들어 뭐라고 떠들어댄다. 생각해보니 호텔 복도에서 마주친 녀석과 닮은 듯 하고 숙소에는 누가 적었는지 ‘13시에 만나자’는 메시지가 있었다. 아내는 그냥 산책을 즐겼다. 하나가 빠졌다. 아메의 손가락에 다시 반지가 껴진다.


마술처럼 적당한 장치가 필요한 것이 사랑이라고 감독은 말한다. 영화 속의 담배 마술은 처음과 끝 그리고 알렉스와 아메가 마주치는 지하철에서 등장한다. 마술이 장치이듯 이들의 만남 자체도 ‘장치’에 불과하다. 알렉스는 허상이다. 알렉스만 지우면 주변인물은 모두 자동으로 삭제된다. 결국 영화의 ‘재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관객은 감독이 보여주는 영상과 사랑이야기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마술사가 공중 부양 마술을 보여주면서 물체 주변에 잡아당기는 실이 없다는 듯 공중에 손을 휘젓는 동작에 현혹된 셈이다. ‘시작과 끝, 사랑과 이별, 허구임에도 가슴 아프다’.


 GPS를 이용한 인물 위치 추적, 스틸컷을 이어붙인 정사씬 등 독특한 카메라워크로 2003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 수상작. 9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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