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우>는 공포를 양념으로 곁들인 미스터리물입니다. 이유를 모른 채 갇힌 두 명의 사람들과 그 중 한 명에게 강요되는 선택이란 설정을 통해서 미스터리 스릴러란 장르가 이끌려 나오고, 둘의 회상 장면과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통해서 공포라는 장르가 활용되죠. 그리고 관객들은 두 명의 갇힌 자들과 동일 선상에서 출발함으로써 그들과 함께 하나씩 의문점을 풀어나가고 그들의 심리 상태를 공유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들을 가능케 한 영화의 전개 과정은 딱히 나무랄 데가 없군요. 군더더기 없는 사건 설명으로 결코 늘어지는 법이 없고, 교차 편집이 가져다주는 클라이맥스의 긴장감도 보통이 넘거든요.
'그럼 완벽한 영화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 외에도 자칫 정적이고 말만 넘쳐나는 영화가 될 수 있는 상황을 탭(대니 글로버)이란 캐릭터를 통해 보완했고,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복잡하게 꼬아 놓으려다 스스로 발목을 잡는 실수도 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주 큰 장애가 있어요.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아주 잘 만들어진 스릴러로 다가가려면 살인자의 동기를 그들에게 공감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의문이 풀리고 살인자와 그의 동기가 드러난 순간, 막상 동기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때까지 쌓은 모든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수 있기 때문이죠. 이것만 충족된다면 <쏘우>는 아주 잘 만들어진 스릴러로 기억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동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위한 영화, 미스터리를 위한 영화를 보면서 동기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몸통은 놓치고 꼬리만 보는 격이거든요. 하지만 아마도 상당수 관객들이 '왜'라는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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