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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in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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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10 오전 3:06: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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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위민 원트] 여성들이 정말로 원하는 건... 수퍼맨?
세상 사람들은 남의 속을 무척 궁금해한다. 그래서일까? 결국 남의 이야기일 뿐인 소설이나, 영화 또는, 다른 사람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는 몰래카메라 등등의 TV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그 생명을 이어간다. 사실, 소설 혹은 영화 속의 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하던 자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결국 그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불과한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궁금해하며, "간접경험"이라는 말로 극중인물에 몰입하고, 그 작품을 본 후에는 그러한 형의 인간 모두를 이해한 듯 생각한다. 이렇듯 다른 사람의 생각을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라면, 그 궁금한 것 중에 더 궁금한 것이 있으니, 바로 이성의 생각이다.
나와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동성의 상대라면 나의 경우에 비추어 볼 때 대충 짐작이나마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성은? 특히 이성의 생각이 궁금한 것은 남자들의 경우가 더할 것이다. 보통 "무디고, 섬세하지 못하며, 배려를 잘 못하는 동물"로 알려진 남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섬세하고, 예민한 여성의 심리를 궁금해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반면에, 여성의 경우 자신이 평생을 함께 해야하는 동반자인 남성이 자신의 맘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어떤 불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이 역시 내가 남성이므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남성은 '도대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저 여성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까?'를 늘 궁금해하며, 여성은 '도대체 내 속을 왜 그리 몰라줄까.. 어디 내 속을 알아줄 만한 남자 없나?'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말이다.(물론 그 역도 성립한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누군가의 맹랑한 공상이 만들어 낸 영화가 '왓 위민 원트'이다.
'닉 마샬(멜 깁슨)'은 잘 나가던 광고 제작자이다. 그는 남성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어, 그들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광고를 만들어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여성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구매권을 여성이 쥐게 되고, 결국 광고의 대상도 여성으로 바뀌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남성의 본능을 자극하는 광고를 만들던 닉은 퇴물(?)이 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달시 맥과이어(헬렌 헌트)'라는 여자가 승진을 바라보던 닉의 자리를 차고 들어온다. 당연히 닉과 달시는 서로에게 적대감 비슷한 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고, 밀려난 자신의 위치에 대해 만회를 노리는 닉은 여성상품의 광고를 위해 자신이 직접 그 상품들을 사용하며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사람의 생각이 바뀌기는 힘든 일... 힘겨워 하던 닉에게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우연한 감전사고를 통하여 여성들의 생각, 심지어는 암캉아지의 생각까지 말소리로 들리는 능력을 얻게 된 것이다. 처음엔 의도하지 않은 능력에 괴로워하던 닉은 여성들의 생각을, 특히 달시의 생각을 읽어가면서, 여성용품 광고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간다. 닉은 점점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다. 여성들은 자신의 마음을 속속 짚어내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해주기 시작하는 닉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닉은 직장에서도, 여자에게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하고 결국, 직장에서는 승진을, 사람들에게는 호감을, 여성에게는 "섹스 킹"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그러면서 경쟁자였던 달시와의 사랑이 깊어간다.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이 있다. 부족한 남성인지라 시샘이 강해서 든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닉이 달시와의 사랑을 얻게 되는 것이 단지 그녀의 마음을 잘 알아주어서일까? 하는 의문이다. 영화를 대충 본다면, 여성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는 남성이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자신의 필요를 잘 채워주는 사람.. 단순한 답은 그것일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자. 닉은 여성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직장에서 성공하게 된다. 처음부터도 어려운 환경이 아닌 비교적 부유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그였지만, 영화 말미로 가면서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승진하고, 큰 일을 맡아 하는 사람이 된다. 결국 물질적인 능력 있는 사람이 된다. 어디 그것뿐인가? 그는 여성과의 관계도 좋다. 모든 남성들이 여성을 단지 성욕의 대상으로만 보고, 그 능력을 인정하기 보다, 오히려 시샘하는 가운데, 닉은 여성을 인정하고, 그 마음을 헤아려 주며, 어려운 일의 상담도 도맡아 해결하는 등 여성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준다. 이 세상에서 얼마나 만나기 힘든 남성인가? 게다가, 여성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능력은 잠자리에서도 발휘된다. 여성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상대 여성에게 충분한 쾌감(?)을 줄 수 있고 결국 잠자리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그의 아빠역할에도 변화가 생긴다. 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딸을 한사람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 그것이 바로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 닉의 모습인 것이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잠자리에서...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
이 영화에서 말하는 여성이 원하는 것은 바로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었다. 단순히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만이 아니라 직장에선 능력 있고, 가족에게 세심하며, 밤일에도 능한 사람... 과연 그런 남자를 여성이 원한다면 세상 어느 남자가 자신의 아내 혹은 애인에게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왓 위민 원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재미있다. 닉 마샬의 역할을 맡은 멜깁슨은 영화에서 충분히 자신의 기량을 발휘한다. 아니, 오히려 자신보다 훨씬 멋있는 닉을 만들어냈다. 단지 멜 깁슨의 연기나 매력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다.(나 남자다. 이상한 생각, 하지 않기를 바란다..--;;) 게다가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잔재미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광고 제작자라는 전문적인 직업,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뉴욕의 멋진 야경, 이 모두가 영화를 참 맛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영화가 좀 길어졌다. 로맨틱 코미디로서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물론 내용에서 그 긴 시간을 커버 할 충분한 재미를 주지만,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보는 영화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인 것을 생각할 때 두 시간은 긴 시간이다. 내용도 좀 어수선한 면이 있다. 닉이 여성의 생각을 읽게 된다는 이유로 닉은 너무 많은 곳에 신경을 쓴다. 자신의 일, 카페에서 일하는 여자, 딸, 그리고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하는 여자... 정말 많은 여성에게 신경을 써댄다. 그통에 이야기는 여기저기를 오가며 분주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능력있는 남성, 수퍼맨을 원하는 것이 이 시대라면 결국 그런 사람을 만들 수밖에...
말이 길어졌다. 이쯤에서 정리하고자 한다. 왓위민원트... 재미있는 영화다. 그러나, 만약 모든 여성들이 정말 그런 남성을 원한다면? 나에게 세상은 암흑뿐일 것이다..
사족: 시사회로 본 영화였다. 그런데 준비가 좀 부족했던지.. 시작도 늦춰지고, 결국 끝난 시간에는 모든 대중교통수단이 영업(?)을 마친 뒤였다. 집에까지 심야 할증 붙은 택시를 타고 오면서 내 평생 그렇게 많은 돈을 교통비로 쓴 날은 처음이었다. (그 돈이면 부산도 다녀왔겠다..--;;) 영화가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었음에도 불만이 생기는건 그런이유에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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