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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의 고독, 잔잔한 화면 속 그 일상으로 빠져든다. 여자, 정혜
dogma 2005-03-15 오후 12:54:42 1474   [7]
작년 부산 국제영화제에 미리 선보여서 굉장한 호평을 받은 영화가 있다. 바로 오랜 연기자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영화에 첫 데뷔 한 TV 스타 김지수가 주연한 <여자 정혜>이다.

개봉한 첫 주말에 감상한 <여자 정혜>, 그 정적인 폐쇄성과 위장된 페미니즘의 정체성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은 영화로 알려졌지만 내가 감상한 정혜는 답답하리만큼 닫혀있는 자아 속에서 어쩌면 현대인이 지닌 고독이라는 점에서 성의 구별을 떠나 공감대를 형성 하고 있다.


놀랍도록 단조로운 정혜의 일상, 그녀의 기억 속에 잠겨있는 어린 시절의 상처는 뒤로 하더라도 그녀가 살아가는 목적은 그리 분명해보이지 않아 보인다.

현대인의 고독이란 부분에 있어서 직장과 집을 왔다 갔다 하며 인스턴트식품에 의지하는 정혜의 일상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현재 모습이자 고독이라는 일상성에 중독되어있는 현시대적인 증후군의 대표적 상징 일뿐이다.

무미건조함속에 자폐적인 자아의 고립을 아무렇지 않게도 당연한 듯 여기는 정혜의 모습은 어쩌면 영화의 표현방법에 있어서 다분히 형식주의적이며 지루한 일상성의 발견이자 감독자신이 여주인공을 통해 표출하고자한 의도적인 자폐성일지 모르지만 이런 부분들이 페미니즘적인 부분을 과대 포장하는 부분들 같지는 않다.


잔잔하게 흐르는 조용한 시냇물처럼 영화는 그렇게 흘러간다. 너무나 조용히 흘러가는 여인의 움직임은 자못 시끄러운 주변의 소음마저 잠겨버리게 만들만큼 집중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정혜의 돌출적이면서도 변덕스러운(?)행동들은 정혜자신의 심리상태를 관객에게 자세히 전달하는 공감각적 동질감의 표현체계이다.


<여자 정혜>는 도그마 영화들에서 흔히 쓰이는 핸드헬드 수법의 카메라 기법을 쓰고 있는데 이 영화를 전지적인 시점보다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주인공 정혜를 조명하고 있다는 것이 쉽게 가까워지지 못하는 주인공 정혜와 주인공과의 동질적 공감이란 부분에서 관객의 거리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대만의 영화감독 차이밍량의 작품속이나 중국 제5세대 감독 지아장커의 영화들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평범한 일상속의 소음이라는 부분에서 많이 닮아 보인다.

시끄러운 도로의 소음과 여름철의 매미소리, 귀 따가운 알람소리는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여자 정혜의 정적인 이미지와 폐쇄성을 더 돋보이게 하는 요소들이자 반복적인 일상으로 흐르는 시간에 그 의미를 더하는 부분들이다.


영화 평론가 황진미는 최근 필름2.0에 이 영화를 두고 답답하고 갇혀있는 여성상을 표현한 것과 영화의 진행부분에 대해 폭력이라는 표현까지 썼지만 단순히 폐쇄성과 영화의 진행성에 대해 이 영화를 논한다면 그건 바로 이 영화 <여자정혜>를 한참이나 잘못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평론가 황진미는 정혜가 참외를 씻는 동작하나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로 폄하했지만 내가 볼 때 그녀가 병원에서 참외를 씻는 상황은 어머니가 죽어가는 불안한 상황에 대한 초조함의 표현이자 두려운 결과에 대한 잠시간의 도피 행동이었다.

현실과의 오버 랩 되는 기억 속에 그러한 주인공의 사소한 행동에서조차 평론가 황진미가 큰 의미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행동 하나 하나를 단지 아주 의미 없는 일련의 행동으로 취급 하는 건 영화를 분석 비판하는 평론가가 해서는 안 될 섣부른 오판으로 여겨진다.


황진미는 정혜의 비사회성이 오로지 어린 시절 겪은 성적학대의 결과라고 이영화가 말하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볼 때는 그 사건이 비중 있는 의미는 두고 있지만 결코 정혜의 폐쇄적인 자의식을 대변하는 모든 중심에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그녀 자신이 그러한 자신의 굴레를 벗어나고자하는 노력을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마음여린 정혜 자신과의 동병상련적인 부분에서 길 잃은 고양이를 데려다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면 그 고양이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자한 부분들도 보였고 작가지망생 황정민과의 그녀 자신으로서는 대단히 모험적으로 보이는 생뚱맞은 접근도 그녀 자신이 가진 외로움 혹은 상처를 치유하기위한 자가 면역이자 시도였기 때문에 그 어린 시절 성적학대 때문에 그녀 자신이 스스로를 포기하고 상처 속에 가둬두고자 하였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 영화는 생활의 발견이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로 알려진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그 이미지나 표현수법에 있어 굉장히 닮아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일상성속에 감춰진 평범한 인간군상의 욕망에 대한 분출에 있다면 여자 정혜는 욕망의 분출 혹은 본능적 충동보다는 감정의 절제 혹은 그 담백한 감성의 미학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 실제적인 예로 여관방에서 정혜가 자신을 두 팔로 감싸 안으며 기대었던 술 취한 남자가 흐느끼는 장면에서 홍상수의 영화 같으면 그 뒤에 이어진 장면은 바로 정혜와 그 남자간의 정사장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 정혜에서는 그러한 본능의 표현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감정의 절제미가 돋보인다.

마치 동양화의 여백이 아름다움을 더하듯이 수묵 빛으로 채색된 공간에 하나의 여백으로 남아있는 영화 <여자정혜>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여주인공 정혜역의 김지수가 표현해낸 섬세한 내면세계와 동시에 바로 그러한 감성적인 절제미가 영화의 순도를 더 높이는 것이다.

가끔 생활의 일탈 혹은 고독으로의 일탈을 꿈꿔보지만 언제나 나에게 돌아오는 건 <여자 정혜>의 주인공 같은 외로운 일상의 반복이라 어쩌면 이 영화에 더 공감이 갔는지도 모른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정혜에게 시작될 어떤 희망 혹은 다시금 폐쇄적인 일상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모호함을 남겼지만 나는 희망이라는 부분에 무게를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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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9200631
깁니다 길어   
2010-07-24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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