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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 충무로에 재림하다- 달콤한 인생
bagano 2005-03-25 오전 9:30:26 1310   [6]


김지운 감독은 충무로 전체를 놓고봐도,
가장 겉멋이 든 감독입니다.
[장화, 홍련]에서 이미 밝혀졌듯이
그가 구현해내는 영상은 매우 깔끔하고 -때로는 깔끔함 때문에 오싹할만큼-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퍽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그의 영화에 흐르는 음악은 요란하지 않은 현악이 대부분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지운은 캐릭터에 있어서 감정의 과잉을 허락하지 않지요.

 

본작에 이르러,
김지운은 자신의 스타일을 거의 완성해냅니다.
스피디한 리듬과 편집, 간헐적이지만 위력적인 위트까지 맞물려
전작들에서보다 훨씬 능수능란하고 짜임새있는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보다 커다란 의미를 부여해야 할 부분은
김지운이 어설프게 겉멋만 부리는 감독이 아니라,
제대로 멋을 낼 줄 아는 감독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겠지요.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텔링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절제에 의해 적절한 수준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영화는
인물들에게로의 몰입을 요구하는 정공법을 구사합니다.
[달콤한 인생]에서의 정공법은 영화 후반부에 그 위력을 드러내지요.
선우의 실수는 아주 사소한 것이었을 수 있으며,
자신의 착각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강사장을 통해서
김지운은 확고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충분하다고 여길만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자신감이기에,
본작의 정공법이 그 빛을 발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달콤한 인생]의 캐스팅은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라 평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단순하게 그 화려함에 있어서가 아니라,
배우의 이미지와 캐릭터가 갖는 연계성이나
강약을 조절해내는 인물들간의 앙상블까지 감안했을 때의 평가이지요.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감성을 억누른 채로 살아가는 선우.
후반부에 이르러 격정적으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역할에 이병헌은 적역입니다.
-다만 한두씬 정도에서의 일관되지 않은 대사톤이 의아스럽습니다-
자신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옛오른팔을 앞에 두고
눈동자조차도, 미세한 얼굴근육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 강사장을 연기한 김영철.
그는 영화 안팎의 다른 이들에게서 기대할 수 없는 무게감을 영화에 얹었습니다.
기존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희수역의 신민아조차도 최고의 카드라고 여겨지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놓치지 않아야 할 두 배우가 있으니,
다소 평면적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매력을 뿜어내는 문실장 역의 김뢰하와
말이 필요없는 연기를 보여주는 백사장 역의 황정민입니다.

 

처음부터 느와르를 하고 싶었으며,
자신의 전작들 역시도 느와르적 감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김지운 감독은,
[달콤한 인생]을 통해 동세대의 다른 감독들과의 차이점을 확보해냅니다.
어떤 장르의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웰메이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지요.
그 가장 확실한 근거는 그가 제대로 멋을 부릴줄 안다는 사실에 다름 아닙니다.

 


(총 0명 참여)
김지운 감독님은 장화홍련에서부터 완전히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찾으신것같아요^^   
2005-03-2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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