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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진 않지만 쿨하게 즐거운 한바탕 파티 쿨!
jimmani 2005-03-31 오전 1:27:17 1612   [10]


 
음반 산업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면 크게 두 가지 줄거리가 될 것이다. 평범했던 주인공이 천부적인 실력으로 음반업계의 스타가 된다는 내용이거나, 혹은 음반 산업 뒤에 숨어 있는 추악한 비리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는 풍자극이거나. 전자를 택한다면 엔터테인먼트쪽에 강한 영화가 될 것이고, 후자를 택한다면 사회적 메시지를 강렬하게 남기는 보다 진지한 영화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영화 <쿨!>은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으려는 노력을 시도한다. 음반 업계 뒤에서 벌어지는 다소 지저분한 거래나 암투를 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평범하지만 천부적 재능을 지닌 예비스타를 성공적으로 데뷔시키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비록 이 두 가지 줄기의 전개를 모두 뚜렷하게 끝맺지는 못했지만, 영화는 이 두 갈래 길에서 적절히 타협하며 훨씬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영화 산업을 통해 성공을 맛봤지만 금세 그 바닥의 섭리에 염증을 느끼고 영화판을 나가고자 하는 칠리 파머(존 트라볼타). 그러나 그의 절친한 친구인 토미(제임스 우즈)가 마지막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레코드사에서 주목하는 신인 가수 린다 문(크리스티나 밀리안)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러는 찰나, 토미는 의문의 러시아인으로부터 살해당하고 만다. 혹시나 해서 린다 문이 노래하는 클럽을 찾아간 칠리는 그곳에서 린다의 놀라운 재능을 발견하고는 그녀를 정식 데뷔시키기로 결심한다. 이리하여 칠리는 토미의 미망인이자 레코드사 NTL의 동업자인 이디(우마 서먼)와 동업을 시작하지만, 계약중이던 기획사 사장인 닉(하비 카이텔)과 그의 편인 라지(빈스 본), 매니저 엘리엇(더 락) 등이 다시 린다를 뺏어오고자 협박을 가하고, 설상가상으로 토미 살해 장면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마피아들까지 칠리의 목숨을 위협해오는데...
 
줄거리 설명에서 어느 정도 보셨겠지만, 이 영화가 캐스팅이 장난이 아니다. 투 톱인 존 트라볼타와 우마 서먼을 주축으로 해서, 주변 인물들로 연기파 배우 하비 카이텔,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빈스 본, 레슬러 출신의 차세대 액션 배우 더 락 등이 포진하고 있다. 거기에 제임스 우즈, 대니 드비토 등이 카메오급으로 출연하고, 더불어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아웃캐스트의 멤버 안드레 벤자민과 가수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밀리언 등이 비중 있게 출연한다. 거기다 톰 행크스, 니콜 키드먼, 록그룹 '에어로스미스'의 싱어이자 리브 타일러의 아버지인 스티븐 타일러, 인기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 마지막엔 락그룹 림프 비즈킷의 리드보컬 프레드 더스트까지... 정말 나오는 사람들 보는 재미만도 일단 확실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들 배우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가 나름대로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었다. 존 트라볼타와 우마 서먼이 <펄프 픽션> 이후 10여년만의 호흡은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면서도 여전히 이들의 호흡이 척척 맞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중간에 클럽에서 둘이 춤추는 장면은 내용상으로는 빠져도 되는 장면이나, 팬 서비스 차원에서는 손색이 없었다고 본다. 존 트라볼타는 <겟 쇼티>에서 이어지는 특유의 넉살좋고 여유로우면서도 빈틈없는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우마 서먼은 특유의 섹시한 면을 부각시켜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막상 보면 우마 서먼보다는 존 트라볼타가 대부분의 일을 성사해내는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또한 눈여겨봐야 할 캐릭터들이 있는데, 바로 빈스 본이 맡은 라지와 더 락이 맡은 매니저 엘리엇이다. 빈스 본은 자기가 흑인이라고 착각하는 라지 역을 매우 재치있게 소화해냈다. 목소리조차도 예전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거의 흑인톤의 목소리고, 평상시에 보여주는 다소 건들건들한 제스처도 우리가 평소 많이 보아온 흑인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더불어 우리가 그동안 대단히 강인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로 생각해오던 더 락의 이미지 변신은 상당히 놀랍다. 황량했던 두피에 꾸불꾸불한 파마머리를 심은 것과 더불어, 평소 그가 보여주던 남성적인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웃겨도 제대로 웃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영화 속에서 게이로 나온다는 사실만 봐도 알 것이다.^^;; 힘은 무식하게 세면서도 어쩌다 꽉 끼는 의상을 입고는 엉덩이를 툭툭 치며 자아도취되기도 하고, 오디션 연락 안해줬다고 토라졌다가 다시 기분이 밝아지는 여성적인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정말 더 락은 앞으로 그런 파워풀한 액션연기말고도 이런 코미디 연기도 자주 하면 좋을 듯 싶다. 이외에 톰 행크스, 니콜 키드먼, 블랙 아이드 피스, 에어로스미스의 스티븐 타일러, 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 림프 비즈킷의 프레드 더스트 등 여기저기서 까메오를 찾아보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영화는 뮤직 비즈니스라는 소재를 통해 제법 다양한 면을 건드린다. 우선 첫째가 음반 산업의 이면에 숨겨진 협박과 암투다. 유망주를 데려오는 것을 놓고 서로 총을 겨누는 경우나, 자기들 노래를 틀어주지 않았다고 PD를 협박하는 경우, 가수가 오히려 기획자보다 더 재산을 많이 축적해 기획자가 가수에게 돈을 꾸고 갚지 않는 상황들을 그리며, 겉은 화려화지만 그 속에는 추악한 속내를 감추고 있는 음반 산업계를 은근히 풍자한다.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 그리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성격을 다소 어리숙하게 그림으로써 희화화한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인기 힙합 그룹 '더브엠디'의 매니저 씬(세드릭 디 엔터테이너)이 평소에는 무섭게 겁을 주면서도 딸 앞에서는 전전긍긍하는 캐릭터로 나오는 경우나, 살인청부도 서슴지 않는 비열한 성격이지만 자신이 사주한 살인청부업자를 오히려 자기가 죽이는 생뚱맞은 짓을 저지르는 라지의 경우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음반 산업의 이득을 놓고, 러시아 마피아, 라이벌 기획사, 빚을 독촉하는 가수와 매니저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면서 마지막에 가서는 칠리의 탁월한 수완으로 이들이 모두 하나로 묶이게 되면서 갈등은 어느 정도 봉합된다. 그러나 마지막 이들이 서로 묶이게 되고 어쩌다 갈등이 해소되는 부분은 초중반의 긴장감과는 달리 약간 싱거운 면도 없지 않다.
 
이 영화가 건드리는 두번째가 우리가 흔히 보아온 일종의 '신데렐라 스토리'다. 가수의 꿈은 크지만 악덕 기획사에 묶여 정식 데뷔도 못하고 있는 린다 문을 칠리와 이디가 데뷔시키는 과정이 그것이다. 기획사의 횡포에 휘둘리면서 우여곡절도 겪지만, 결국은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되고 각종 상을 석권하게 된다는 뻔한 줄거리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들려주는 다양한 음악들이 귀를 즐겁게 해주기에 큰 불만은 없다. 실제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밀리안이 영화 속에서 들려주는 'Believer', 'Ain't No Reason' 등의 노래는 정말 OST를 사고 싶을 정도로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가 매력적이다.(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이와 더불어 힙합 등 현대음악에서부터 7,80년대 복고풍 음악에 이르기까지... 명색이 음악영화이니만큼 스크린을 채우는 음악을 듣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더불어 극중 린다 문이 보여주는 화려한 무대(에어로스미스와의 합동공연과 마지막 MTV 시상식 장면)은 더구나 큰 스크린을 통해 보여져서 시각적 재미면에서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전편 <겟 쇼티>에서처럼 날카로운 풍자극을 표방한 면이 없지 않았겠지만, 그만큼 풍자의 날은 날카롭지 못하고, 많은 배우들, 다양한 방향의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니 약간 산만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음악과 유머, 많은 배우들이 있어서 즐길 게 참 많았다는 점이다. 보고 나서 뭔가 가슴에 남는 건 없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보는 순간만은 마치 많은 손님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 많은 음악을 들으며 만끽하는 파티와 같은 즐거움이 있는 영화인 것도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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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2005, Be Cool)
제작사 : Metro-Goldwyn-Mayer (MGM)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oxkorea.co.kr/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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