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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달인 김지운의 핏빛 멜로 달콤한 인생
nugu7942 2005-04-13 오전 12:24:01 1109   [5]

 

장르 달인의 핏빛멜로 <달콤한 인생>

- 김지운 감독 전작에 이은 영상, 편집의 미학 절정
 
 
 

영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김지운 감독, 영화사봄 제작) 어디가 어때서?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 김지운 감독의 누와르 영화 <달콤한 인생>의 결말을 두고 열띤 논쟁이 오가는 가운데, 경쟁작 <주먹이 운다>에 흥행 면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흥행에 비교적 쉽지 않은 장르가 누와르라고 한다면 개봉 초기에 경쟁작과 백중세를 보였던 것은 김 감독의 연출력 때문 아닐까.
▲영화 <달콤한 인생>의 포스터 스틸 ©영화사 봄

인물간의 갈등이 나타나는 지루한 시간을 점멸하는 전등을 통해 연출한 영화 <졸업>을 다시 보는듯한 인상을 주는 이 영화에서 탁상용 스탠드는 주인공의 심리와 상황 반전을 일으키는 중요한 소도구로 사용되었다.

더욱이 김 감독 특유의 색채 및 공간 연출력은 잔잔한 배경음악과 함께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극적 서사의 진행을 돕고 있다.

이 영화의 스토리와 코드는 매우 단순할 수 있었으나 김지운 감독이란 장르의 마술사를 만나 영화를 본 관객들로 하여금 선문답처럼 여러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오래동안 반전(反展)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 마지막의 결말이 쉬워보일 수도 있으나 감독은 영화에 대한 결말을 관객에게 맡겨놓고 있다. 영화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꼭 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영화..

앞 뒤가 잘 맞는 내러티브를 통해 관객에게 쾌감이나 감동이 주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결말이나 스토리에 대한 이해를 온전히 관객에게 돌리며 짙은 여운을 주는 영화가 그것이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은 물론 후자에 가깝다. 영화 초반부에 스승과 제자의 선문답은 일종의 암시가 되고 결말부에 그 선문답을 마무리 함으로써 영화 속 주제를 완성시킨다.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저 바람에 움직이는 나무는 바람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나무가 움직이는 것입니까?

스승이 제자에게 말하기를
아무 것도 움직이는 것 없다.
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 영화 초반부 나래이션 중에서 -


특히, 이 영화는 누와르에 살짝 멜로 코드를 얹어 놓아 말 그대로 `핏빛 멜로`를 표방하고 있다. 이는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서 두 주인공 남녀가 서로 말하지 않고 쉽게 만나지도 못하지만 사랑의 감정을 키우는 멜로 코드를 현대적 코드로 재해석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블랙 수트와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 달콤한 푸딩을 즐기는 완벽한 남자 선우(이병헌 분)가 보스 강사장(김영철 분)의 애인 희수(신민아 분)를 감시하고 보호하라 하고 출장가는 3일간에 벌어지는 일로 인해 그는 인생의 달콤함과 배신의 쓴 맛을 동시에 맛보게 된다.

비록, 3일 동안 선우와 희수 사이에서 다정한 연인의 모습이나 애틋함을 찾을 순 없지만 희수를 제외한 영화 속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방어적 인간형`을 띠고 있어 자신의 마음을 들키길 원치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희수가 남자친구와 집에서 속옷차림으로 있는 것을 본 선우가 보스에게 보고하지 않고 놔둔건 `열 번 잘해도 단 한번의 실수로 구겨지는 인생`을 말하려 하는 연출자의 의도에 부합된다.

현악기가 방어적 인간들에겐 끌리는 설정인가. 선우가 희수에게 `보스를 만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서 보듯 이들과 전혀 다른 세계의 여자 희수가 강사장의 애인이 된 것이나 완벽한 남자 선우가 잠시 흔들렸던 것을 보면.. 특히, 현악을 연주하면서 관객을 미소로 바라본다면 희수의 감정이 어떻든 선우가 되 본 사람이라면 흔들리는 것은 자명하지 않을까.

김 감독은 이렇듯 흔들리게 마련인 방어적 인간들의 속마음을 절제된 영상미를 통해 파헤쳐 과거 명작 영화에서 익히 본 듯한 각종 편집 기법들을 사용해 관객의 눈까지 흔들리게 하고 있다. 강사장은 7년 여 동안 자기 밑에서 일했지만 너무 완벽한 선우에 대한 위기감을 자신의 여자를 통해 시험하고 있으며 이를 눈치채고는 피도 눈물도 없는 보스의 모습을 드러낸다.

▲ 희수(신민아 분)에게 흔들린 완벽남 선우(이병헌 분), 영화 <달콤한 인생> 中  © 영화사 봄

선우 역시 영화 결말부 전까지도 희수에 대해 본인의 감정이 흔들리는 것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당한 억울한 누명에 대한 복수를 실행에 옮긴다.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백사장(황정민 분)이다. 익히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황정민은 강사장과 거래에 실패한 백사장 역으로 변신해 선우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는 인물. 한편으론 가벼운 듯하면서 그 역시 당한 만큼 되돌려줘야 직성이 풀리는 다혈질의 소유자이다.

영화 초반부터 선우를 견제하며 조금은 비굴해 보이는 문석(김뢰하 분)은 백사장과 잘 어울리고 `잘못했음`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 선우에게 보내진 해결사 오무성에게서 극적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는 보스에 대한 충성이 흔들린 선우의 마음을 시험하는 복선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잘못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문석이 백사장과 손잡고 조직의 넘버2를 차지하면서 선우의 씁쓸한 인생도 시작된다.

마치 영화 <넘버3>에서 조직의 보스가 `너 식당 차리고 싶지?`라고 선문답을 하는 것처럼 강사장은 갖은 고문과 뭇매를 견디면서도 자신의 본심을 부정하려는 선우를 향해 `왜 그랬냐`며 선우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 일부 관객들이 우려한 대로 `왜?`라던지 비약과 생략을 통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 내러티브는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의 결말부에 대한 두 세가지 해석을 통해 너그러워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 TV 영화 프로그램이 김수용 감독의 영화 <안개>를 소개하면서 당시 영화 홍보 포스터의 문구가 신선해서 상업적 흥행에도 성공했다는 일화를 빗대 볼 수도 있겠다. `한국 영화, 여기까지 왔다`라는 문구를 패러디 해 영화 <달콤한 인생>에 비유한다면 `한국의 스타일리시한 연출력, 여기까지 왔다`라고.


어느날, 제자는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난 제자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스승은 걱정이 되어 제자에게 물었다

"왜 우느냐?"
"꿈을 꾸었습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그럼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그럼 어떤 꿈을 꾸었느냐?"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스승은 기이하여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이하여 눈물을 흘리느냐?"

그러자 제자가 답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 영화 결말부 나래이션 중에서 -

 

/ 정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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