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라는 특이한 제목의 영화.. Apple일까? Sorry일까 생각하게 되는..
일단 이 영화는 초반 5분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최근 영화의 특징이랄까.. 배우의 숨결하나 미세한 감정의 변화까지 느낄 수 있을 만큼 과도한 클로즈업과 시종일관 흔들리는 핸드핼드 카메라는 스크린의 어느 부분에 시선을 고정시켜야 할지 상당히 난감하게 만든다.
그러나 5분이 지나고 나면 너무나도 일상적인 우리들의 얘기라고도 할 수 있는 스크린의 광경에 곧 몰입하게 됩니다. 명예퇴직한 아빠, 집안 걱정에 근심 걱정 잘날 없는 엄마, 학교 졸업하고 아직 취직을 못해서 백조로 지내는 동생, 자신만만하고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무게감이 버거운 현정... 누구나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들의 가족들, 친구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카메라는 줄곧 잡다한 포장 없이 이 가족들의 일상과 현정의 사랑이야기, 결혼 이야기를 밀착하여 보여주고 있으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참으로 박수를 쳐줄만 하다.
먼저 민석역을 맡은 이 선균. 사랑은 하지만 결혼은 부담스러운.. 그렇지만 사랑했던 여자가 떠난 후 그 사랑을 그리워 하는 약간은 이율배반적이고 이중적인 캐릭터를 상당히 잘 표현해 냈다. 앞으로의 연기가 기대되는 배우이고, 상훈역의 김태우는 자신이 여태 보여준 캐릭터 대로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배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지만 이제는 치열한 자기발전의 결과물을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문소리는 역시나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아낌없이 보여줬다. 영화의 상당 부분을 문소리의 파워로 이끌어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초반 약간은 부담스러웠던 과도한 크로즈업과 핸드핼드 카메라가 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해준 감독의 좋은 선택이라 생각되고, 핸드핼드 카메라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이라 생각됩니다.
이 영화의 음악 또한 화려하진 않지만 장면 장면에 매우 적합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데요 나중에 DB를 찾아보니 올드보이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심현정님이 음악을 맡았더군요..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는데 음악도 상당히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려내다 보니 약간은 지루해 질 수 있다는 점과, 모니터링 시사회 필름이다 보니 약간은 불필요한 씬이 보인다는 점. 또한 헤드카피만 보고 바람난 가족에서의 므흣한(?) 씬들을 예상한 관객들은 상당히 실망할 수 도 있다는 점이 단점이랄 수 있고, 국내 멜로 영화가 박신양식의 감정오버 연기와 눈물 짜내기식 스토리만이 먹혀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큐멘타리 스타일의 이 영화가 얼마나 흥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연출을 안정적으로 보여준 감독의 능력과, 과도한 클로즈업에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도 좋을 만큼 잘 만든 영화라는데는 의심이 여지가 없을것 같다.
마지막으로 '사과'라는 제목이 달콤하지만 쌉싸름하기도 한 사과(Apple)맛 같은 인생을 의미하는것인지, 아니면 때론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기도 하지만 서로 사과(Sorry)하고 용서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을 이야기 하고자 한것인지 음미하며 이 영화를 보는것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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