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떠오른 히로인 문근영이 [어린신부] 이후, 한층 성숙하게 돌아왔다. 과연 얼마나? 하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직 농익은 연기를 보여줄 만큼 배우로서의 면모로 관객을 놀라게 하지는 못한 근영양이지만 그래도 소기의 성과(!)는 이뤘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게다가 수많은 맹목적인 남성팬들을 비롯해서 여자들까지 너도나도 "귀여워~"를 연발하니, 일단 이 영화 긍정적인 시선으로 가득하다. 그러면 그 소기의 성과가 무엇이었을지 영화 속으로 빠져봅시다.
"댄서"의 순정이라는 영화제목 답게 영화 도입부는 멋드러진 스포츠 댄스대회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멋진 댄스 속에서 속삭이는 두 남자, 그리고 예사롭지 않는 눈빛, 처음부터 영화는 갈등을 안고 간다. 돈 많은 협회장 아들 현수에게 파트너를 빼앗긴 영새(박건형 분)는 컵라면이나 먹으면서 집안꼴을 홀애비 냄새 풀풀나게 일궈나간다.^^어느 날 선배 상두는 영새에게 스포츠댄스 국가대표 선발대회를 부추기고, 연변에서 오는 파트너까지 제의를 하는데,,, 탐탁치 않게 여기던 영새도 그만 허락을 하고 그녀를 맞이하러 공항에 나간다. 설레임을 안고 서울에 입성한 연변처녀 채린(문근영 분), 채린의 첫 대사는 이랬다. "아즈바이~..." ^^ 이 영화에서 문근영에게 포인트를 맞춘다면 두 가지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바로 발군의 댄스실력과 유창한 연변사투리 구사능력! 때론 생글생글 때론 뚱~ 해서 연신 사투리를 쓰는 채린을 보고 있자면, 관객들은 입가엔 미소가 머금어지고, 눈가엔 주름(?)이 질 것이다. 채린은 우여곡절 끝에 영새의 집에서 합숙을 하며 대회준비를 시작하게 되는데, 사건은 터지고 만다. 연변 최고의 댄스선수 채민 언니 대신 댄스실력 형편없는 채린이 오게된 것인데, 그것이 상두에게 발각된 것! 영새도 실망감만 들어 끌려가는 채린을 그냥 두는데,,,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즈바이~ 저 취직됐시요" 가리봉동 XX클럽에서 춤도 배우고 이쁜 옷도 입혀주기로 했다는 채린의 발랄한 전화...영새는 체념하지만 그것에 너무 기뻐하며, 춤을 배워서 꼭 찾아오겠다는 순진무구한 채린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마스카라 눈물에 번진 채 영새에 업혀오는 채린...[어린신부]와 참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새가 채린을 대하는 태도부터 시작해서, 장면장면마다 나오는 둘의 모습이 참 유사하다.
여하튼 그렇게 '하얀 양말에 구두를 신는 채린'과 '바디라인 참 착하신 영새'는 파트너가 되어 연습에 들어간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가르쳐야 하는 영새, 문득 배신한 예전 파트너 세영이 떠오르고 갈등하지만, 그런 영새에게 채린은 새로운 감정을 열게하는 존재가 된다. 채린도 순정어린 마음으로 영새에 의지해서 춤추는 동안만큼은 그를 사랑하기로 마음먹는다. 시간은 하루하루 지나고, 스텝을 하나하나 배울 때마다 채린은 발톱이 빠지고 종아리가 퉁퉁 붓지만, 영새 앞에서 늘 풋풋함으로 다가간다. 영새 또한 그런 채린에게 발까지 씻겨주는 정성을 보인다. 이렇게 영새와 채린의 연습장면은 마지막 댄스대회 라스트씬과 더불어 빼 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사정상 영새와 채린은 위장결혼을 해야했기에, 가짜 부부생활을 해야하는 그네들의 모습도 참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거기에 '영새의 후배 김기수와 그 파트너', '위장결혼 단속반 김지영과 그 상사'의 콤비플레이가 약방의 감초로 작용한다. 채린은 점점 실력향상을 보이고, 둘의 댄스장면이 스크린을 아름답게 수놓을 때 관객들은 희열로 가득 채워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두의 배신으로 영새는 또 한번 현수에게 굴욕감을 느끼게 되는데...
[댄서의 순정]은 두 주인공의 매력이 물씬 드러나는 영화이다. 문근영이라는 급부상하는 아이콘을 필두에 내세우고 있지만, 박건형 역시 눈여겨 봐야할 인물이다. 정말 바디라인 참 착해주시는 박건형은 뮤지컬로 다져진 춤 솜씨를 이 영화에서 유감없이 발휘한다. 원래 잘해서 칭찬이 적은 것 같은 박건형에게 다시한번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거기에 라스트 댄스씬에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심심한 박수도 곁들인다. 앞에도 언급했듯이 이 영화 속에서 문근영이 배우로서 성숙했다거나 농익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말하기에는 곤란하다. 연출자체가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의 감성을 잘 묻어나게 하는 매력이 있는데다가, 그것이 귀엽고 깜찍한 문근영과 잘 조화를 이룬 탓이라고 본다. 하지만 인정해야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린신부]에서처럼 한없이 어리고 귀여워 보이지만은 않았다는 것,,, 영화 프레임이 돌아갈 때마다 순간순간 엿보이는 그녀의 성숙함은 완전하진 못해도 어찌보면 지금의 위치에서 가장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차기작에서는 언뜻언뜻 보였던 그것을 뚜렷이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명장면을 뽑자면 후반부 댄스스포츠 국가대표 선발장면이다. 비록 박건형이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리틀엔젤스 회관 홀 계단을 메우고 댄스무대를 새로 만든 세트, 현란한 몸동작, 경쾌한 음악, 화려한 의상까지... 베스트scene으로 안성맞춤이다. 거기에 캐스팅 당시부터 반년이 넘는 연습을 거쳐 얻은 문근영의 댄스실력, 귀엽고 순수한 외모와 달리 그 몸짓과 스텝에서는 매혹적인 자태를 마음 껏 뽑내고 있었다. 룸바에 이어 쌈바까지... 그리고 마지막 그랑 알레그로를 멋지게 해내는 문근영은 영화 속 그리고 영화 바깥에서까지 찬사를 받는다. 비록 댄스가 주를 이루는 영화는 아니지만 잊지못할 댄스장면이 될 것 같다.
이 영화는 [댄서의 순정]이라는 제목의 느낌대로 춤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하지만 그 춤이 중심은 아니다. 이 영화는 여느 다른 춤 영화와 달리 춤을 추는 장면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댄서"의 순정]이 아니라[댄서의 "순정"]이다. 두 달 후면 스무살이 되는 순수함을 가진 소녀와 사랑에 있어서는 많은 아픔과 배신도 겪은 청년의 사랑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다. 게다가 막대기같은 율동이 전부인 연변처녀와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스포츠댄스 前국가대표선수와의 위장결혼...그리고 다시 파트너가 되어 연습. 정말 조금은 부자연스러움이 삐쭉삐쭉 솟지만 그것들은 다 양념일 뿐이다. [댄서의 순정]은 풋풋한 설레임이 첫사랑으로 다가오는 바로 그 순정어린 마음을 그린 러브스토리이다. 그래서 결말을 열정적인 댄스댄스(!)가 아닌 로맨스로 조금은 늘어뜨린 이유가 바로 감독의 연출의도가 아니었을까 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영화적 연출은 충분하다. [중독]에서 사랑의 감정을 "빙의"라는 독특한 소재로 엮어놨던 박영훈 감독이었기에 이 영화에서도 그의 진가는 발휘된다. 게다가 댄스스포츠가 저속한 춤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려는 연출의도까지 있다하니, 다른 춤영화와 확연히 차별성이 있다고 해야겠다.
반딧불이 지천으로 날리는 곳에서 온 야래향 향기의 채린...아직 사랑 한번 못해보고 스무살만을 기다리는 풋풋하고 설레임 가득한 소녀...그에게 춤을 가르쳐 주고 사랑을 가르쳐 준 남자가 있었다. 둘은 비록 서로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지만, 오랜 기다림을 뒤로하고 운명을 믿으며 초록 불빛을 밝히는 반딧불이와 닮아 있었다. 그래서 그 운명이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告한다. 이 영화 속 흐르는 감성에 리듬을 실어보라. 그리고 느껴보라. 그 순간 사랑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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