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름, 최초로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나온 영화.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공포물인 셈이다. 좀 세련된 공포영화라 할까. 신인감독 윤종찬의 장편 데뷔적이라한다. 그의 단편은 직접 접해 보진 못했지만 꽤 유명한 감독이라 들었다. 이런 작품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법 한데 감독은 과감하게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그것도 자신의 각본으로 거의 신인과 다름없는 주인공을 기용하면서...
여러모로 소름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듯 하다. 주연 배우도 그렇고, 공들여 선택한 듯한 아파트도 그렇고, 그가 선택한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도 그렇고... 그래서 난 약간의 기대감으로 이 영화를 접했다. 물론 이러한 기대감은 부천 영화제의 패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이 영화에 대한 입소문도 꽤 작용했으리라...
영화소름의 시작은 용현이라는 인물의 이사로 시작된다. 그가 이사온곳은 미금아파트라는 다 쓰러져 가는 아파트. 더구나 전 입주자가 화재로 사망했다는 504호. 음산한 아파트의 분위기와 걸맞게 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음산하다. 505호에 사는 이작가. 작가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뚜렸한 대표작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지금 이 아파트의 비극적 이야기와 관련된 공포 소설을 집필중이다. 502호에 사는 은주. 그녀는 어딘가 우울해 보인다. 504호에서 살다가 화재로 사망한 광태라는 견습 소설가의 여자친구. 그의 사망이 그녀에겐 꽤 충격적인가보다. 그녀는 집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510호에 사는 선영과 친하였으나 그녀가 용현과 친해지자 그녀와 멀어지게 된다. 510호에 사는 선영. 무표정한 얼굴에 항상 담배를 피고다니는 여자. 그녀의 삶은 고된것 같다. 항상 남편에게 구타당해서 얼굴이나 몸이 성한곳이 없다. 또한 자신의 아이를 잃은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는 듯 하다. 504호의 용현. 택시일을 하고있는 그는 언듯 보기에 평범하다. 햄스터 기르는 것이 취미이고 이소룡 흉내를 내는 것이 특기인그. 하지만 그는 언뜻언뜻 내비춰지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불량하다. 하지만 그는 510호의 선영과의 잦은 마주침으로 그녀에게서 뭔가 묘한 이끌림을 느낀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난 약간의 감탄과 약간의 실망을 함께 느껴야 했다. 우선 감탄할점.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조명이 예사롭지 않다. 용현이 이사를 올때 그의 뒤를 계속해서 따라가던 카메라. 누군가 그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영화의 음산한느낌 귀신의 느낌은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관객들이 느낄수 있게 하려는듯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움직인다. 주인공 하나하나의 모습을 다 알고있다는듯 움직이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이 영화에서 돋보인느 것 중에 하나이다. 또한 전체적으로 어두운 아파트의 내부. 따로 조명을 쓰지않은듯 자연스러운 내부의 모습은 영화를 음산하게 하는데 일조를 한다. 이 영화의 배경이된 아파트. 이 영화가 처음부터 무서운 느낌을 가지게 하는 절반은 아파트의 몫이다. 물론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과거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다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그들의 삶이 좋지 않다는 걸 말해주듯 아파트는 저주스러운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한다. 이 영화의 배우들. 장진영이라는 배우는 이쁜모습을 과감히 탈피했다. 아름다운 외모의 여배우들이 섯불리 하기 힘든 배역이었을 텐데 그녀는 과감히 망가지는 것을 자초한듯 하다. 계속해서 멍든얼굴과 엉클어진 머리모습의 그녀. 누가 그녀가 반칙왕과 자귀모의 장진영이라 할까. 또한 이 영화를 위해 배웠다는 담배. 담배를 피지 못하는 나지만 그녀는 정말 온몸으로 담배를 피는듯 했다. 계속해서 나오는 그녀의 담배피는 모습이 상당히 자연스러웠고 리얼했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김명민. 솔직히 난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그다지 익숙지 않다. 그가 출연했다는 드라마를 보지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용현이라는 인물에 적역이라는 생각엔 동의 할수 밖에 없다. 꽤 용현이라는 인물의 분위기와 마스크가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겉으론 온화해 보이지만 속으론 뒤틀어진 이중적 인간의 모습을 꽤 잘 소화해 냈다.
아쉬운점.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다. 감독이 귀신이 직접 출몰하지 않는 귀신의 현상으로 귀신의 느낌을 가질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했을때 어떤 공포영화가 나올지 무척 궁금했었다. 이 영화는 504호에서 30년전에 벌어진 화재와 그 화재로 사망한 어머니의 원혼이 아들을 부른다는 설정으로 공포를 이끈다. 그러니까 귀신은 한을 품고 죽은 어머니이고 이 어머니는 영화속에 실재로 나타나진 않지만 504호를 공포스럽게 하는 주된 요인이 된다. 이러한 귀신의 느낌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체적으로 존재하여 공포를 느끼게 하기는 하지만 그 공포가 지속적이지 않다. 그러니까 선영과 용현과의 관계진척이 진행되는 부분에선 관객은 그러한 공포를 잊게 된다. 따라서 전반부에선 영화가 가닥을 잡지 못하는 느낌과 더불어 공포스럽다기 보다는 어수선하다는 분위기를 느낀다. 어수선한 느낌 때문일까 영화는 초반부 다소 지루하다. 전반에 주인공들과 그들이 얽혀가는데 시간을 너무많이 할애한듯 보인다. 중반이후 504호의 비극과 용현과 선영의 비극적 사건이 이루어 지면서 영화는 뒷힘을 발휘하기는 하지만 끝까지 나타나지 않는 귀신의 존재와 주인공의 넋이 나간듯한 표정으로 귀신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한 면이 있지 않았나 싶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이 뭔가 집약적이지 않다. 용현이 귀신의 부름으로 그 아파트에 왔다면 그에게 뭔가 계시 비슷한 암시가 주어졌을법 한데 영화속에서의 용현의 이사는 우연이듯 싶은건 어쩐일인지.... 선영이의 비극적 과거(아이와 관련된) 그 이야기는 왜 마지막이 되서야 드러나야 하는지. 줄거리의 산만함이 없었다면 마지막 용현과 선영의 관계는 우리에게 더욱 충격적일 수도 있을법한데 전체적인 줄거리의 산만함이 영화의 전체적인 집중도를 떨어뜨리며 공포스러움 마져 떨어뜨린다. 감독은 전체적인 이야기의 비중을 마지막에 몰려고 하다보니 중간중간에 주어야할 암시를 잊은 모양이다. 선영의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그들의 대화속이나 간간히 회상씬으로라도 암시를 주었더라면 이야기가 더 매끄러웠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 아쉬운점이 남는 영화이긴 하지만 이 영화가 주는 새로움 때문에 느껴지는 아쉬움이라 생각된다. 그런 관점으로 이 영화를 접한다면 이 감독의 다음작품도 충분히 기대할만 하다고 생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