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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킬빌>의 매력. 킬 빌 Vol. 2
aliens2020 2005-05-05 오후 8:29:33 1575   [0]
 

 요즘 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어른들은 기억할 것이다. 노란 추리닝에 쌍절곤을 휘날리며 악의 무리들을 소탕하던 이소룡의 모습을. 한때 이소룡 등의 스타가 출연한 홍콩무술 영화가 60,70년대를 이끌던 일대를 잊지 못할 우리내 사람들. 하지만 이런 홍콩무술 영화의 매력은 동양권에만 머물지 않고 저 바다 건너 멀리 사는 서양의 어린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사람에게 꽂히고 말았다.

2003년 하반기. <재키 브라운>의 흥행 실패 이후, 4년만의 기다림 끝에 팬들의 환호를 받은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심플하면서도 인상적인 영상들과 자신의 노스탤지어를 담아 영화 <킬빌>을 공개하였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매력이란 과연 무엇일까?

조용한 라틴 아메리카 어느 성당. 신부는 임신한 몸으로 결혼을 앞둔 채 결혼식 리허설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행복하던 순간을 깨는 정적들. 6명의 괴한들의 침입, 그리고 학살. 마지막으로 죽게 되는 그녀. “빌. 이 아이 당신의 아이야.” 펑! 이 말을 남긴 채 죽은 그녀. 하지만 죽지 않았다. 총알이 정확히 뇌를 안 맞히고 머리뼈만 부순 채 통과한 것. 그래 이제 해야할 일은. 당연히 복수지. 더 다행인건. 여섯 사람 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란 거야. 두고보자. 반드시 복수해주마. 영화의 내용은 이게 전부다. 아니 전부는 아니다. 그 후에 벌어질 처참한 복수극들과 각 캐릭터들과의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영화를 둘러싼 음악들. 단순히 복수를 상징한 영화였다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팬들은 말라비틀어진 채 죽어가는 사막 위의 달팽이와 같았을 것이다.

타란티노는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을 확실히 밀고가는 사람이다. 영화 곳곳에 흘러나오는 음악들에는 옛날에 유행하던 째즈 곡도 있고, 일본 신세대 가수들이 부르는 곡도, 마치 피리로 부르는 듯한 ‘이모션(정서)’ 등 다양하다. 또 타란티노 만의 복잡한 편집 서술 방법을 통해 영화를 흥미롭게 지켜봤을 것이다. 시간구성을 이리저리 섞어가며 단순한 스토리를 흥미있게 풀어가는 게 타란티노의 매력이랄까? 단순히 마피아들의 그저그런 일상사를 별 스토리도 보이지 않았던 <펄프픽션>이란 영화가 이런 편집기술을 넣었기에 쿠엔틴 타란티노가 오스카 각본상을 받기도 했지 않았던가. 그렇다. <킬빌 vol.1>에서 의문으로 남겨졌던 신부의 이야기가 <킬빌 vol.2>에서는 원래 이름은 ‘베아트릭스 키도’였고, 복수의 대상 중 하나인 ‘버드’는 ‘빌’이 아끼는 친동생이었다, 등. 이 얼마나 흥미로운가. 그리고 각 파트마다 장면들과 대사들. 복수 대상 1호인 ‘오렌 이쉬’가 킬러가 된 사연, 신부와 대결하면서 딸에게 점심을 해주겠다며 나중에 싸우자는 2번째 복수 대상 ‘굵은 코브라’, 자신의 암염탄에 맞아 쓰러진 신부를 보면서 암염탄이 어떤 총인지에 대해 설명해주는 ‘버드’, 훈련하느라 손을 다친 신부에게 밥을 손으로 먹을 거면 짐승이 되라고 말하는 ‘사부님’. 등 보통 영화들에선 과장하며 보여주는 장면들을 이 영화는 실제처럼 보여줌으로써 조금씩 와 닿게 한다.

또 <킬빌>의 매력을 뽑자면 단연 상업적인 면이 보이기는 하지만 적당히 오마주하며 미학을 극대화 시켰던 단란주점에서 ‘죽음의 88인회’와의 사무라이 검 대결 장면과 <vol.2>에서 보여주는 홍콩 무술이다. 사무라이 검객의 영화를 자주 보던 타란티노의 오마주가 들어가면서 죽음의 88인회와 싸우는 검술 격투는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아름다운 장면이 되었고, 어린 ‘고고’가 철퇴를 들며 신부와 싸우는 모습도 배경음악 없이 긴장감을 끄는 장면도 멋있어졌다. ‘하토리 한조’라는 인물에게 받은 일본도가 등장하는 씬에서는 독특한 촬영, 조명을 통해 검의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vol.2>는 <vol.1>에 비해 다소 액션이 절제되고 서양적인 분위기가 강조되기는 했지만 적당히 들어간 홍콩 무술이 영화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암염탄에 맞아 쓰러진 신부를 관에 가두고 생매장한 버드. 하지만 신부는 사부에게 배운 송판 격파 실력으로 관을 뚫고 마치 드라큐라처럼 흙더미를 통과하여 다시 자유를 얻는다. 흙먼지를 날리며 잠시 레스토랑에 들어간 그녀의 모습이 좀 웃기기는 하다. (코미디와 드라마가 적절히 배합된 장면이랄까.) 또 오보심장파열권은 타란티노의 오마주가 잘 들어있다. (아마도 어느 70년대 영화에서 따온 것인 가보다.)

영화의 캐스팅도 볼만하다. 비록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에 나오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징크스를 마다하고 출연한 배우들. <펄프픽션>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우마 서먼’은 자칫 연출력으로만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던 영화에서 최고로 진지하면서도 조금씩 허구감이 가미된 연기를 보여줌으로써 마치 실제 같은 ‘신부’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저수지의 개들> 이후 오랜만에 만난 ‘마이클 매드슨’. ‘마이클 매드슨’은 초반 <vol.1>에서는 그냥 단지 캐릭터 중 하나라는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다. 그간 그가 나왔던 영화들에서 보여준 이미지는 진지한 매력남. 그게 하류인생일지라도 멋있는. 하지만 이 <vol.2>에선 마피아의 세계를 떠나 형한테서 독립하며 전전근근 사는 건달로 변했다. <vol.1>에서 보여준 정장차림의 멋있는 사내는 <vol.2>에서는 뱃살만 나온채 런닝만 걸쳐입고, 신부에게서 칼을 빼앗아 또 다른 복수의 대상 ‘엘’에게 100달러라는 싸구려 값에 팔려다가 뱀에 물려죽은 한심한 인간이 되버렸다. 이 또한 매드슨의 연기력이 바쳐주지 않았다면 아무래도 ‘버드’라는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또 주목할 사람. 70년대 쿠엔틴 타란티노가 자주보던 쿵푸영화에 주역을 맡아 스타생활을 하던 ‘데이빗 캐러딘’. 타란티노가 빌 역을 그에게 준 것이 단지 노스탤지어 뿐은 아닌 듯싶다.(<재키 브라운>에서 ‘팜 그리어’를 부활시킨 ‘그’였지만.) <vol.1>에선 단지 몸과 목소리만 나오며 대채 어떤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을지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남겼던 ‘빌’이 <vol.2>의 첫 장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 대나무 피리를 부르며 지난 향수를 뿌리며 빌로 나온 캐러딘의 모습은 잊을 수 없다. 마지막엔 신부에게 오보심장파열권에 걸려 다섯 걸음을 거치다 생을 마감한 그의 뒷모습이 아쉬운 이유는 왜일까? 한때 잘나가던 스타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이후 다시 우리 곁을 떠난 것일지도... (난 모르겠지만, 어른들에겐...)

이 영화의 평은 영화 <킬빌>의 여정만큼이나 힘들었다.(이렇게 말하니 약간 수필을 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장장 4시간에 걸친 런닝 타임으로 하나의 작품으로 상영하려다가, <vol.1>과 <vol.2>로 갈라졌다는데, 오히려 그 덕에 영화가 흥미로웠던 것 같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기는 하다. 단순한 전개를 흥미롭게 끌려다가 관객들의 외면을 산 코미디들과 복수를 당한 캐릭터들의 드라마가 강한 탓인지, 아무리 잔인한 영상과 호쾌한 액션으로도 타란티노가 추구했던 복수의 쾌감이 좀 떨어진다고나 할까. 물론 지난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우리 영화 <올드 보이>에게 그랑프리를 가져다 준 타란티노의 복수담이 가볍게 느껴지는 건 아니다. 이 또한 <킬빌>의 매력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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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빌 Vol. 2(2004, Kill Bill Vol. 2)
제작사 : Miramax Films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killbill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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