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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나니 달콤한 인생
mykitty99 2005-05-08 오전 10:36:37 1162   [5]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을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느와르라는 장르는 홍콩영화에서만 존재한다고 여겼었다. 적어도 이 영화[달콤한 인생]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주윤발이나 유덕화가 바바리를 휘날리며 선그라스를 착용하고, 입가장자리에 꼬나문 담배는 이 영화에 없다. 단정한 검정색 수트를 차려입고 달콤한 케익과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깔끔한 남자 선우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역의 이병헌이라는 배우는 정말이지, 김지운 감독의 말처럼 알랭 드롱 저리가라 할만큼 멋져보였다. 그를 싫어하는 나의 눈에도 말이다. 말 그대로 폼 제대로고, 카리스마로 꽉 채워진 모습이 스크린속에서 종횡무진 우리의 눈을 어지럽힌다.

영화 [달콤한 인생(이하 달콤)]은 감독이 계속 주지시키는 바대로 액션 느와르이다. 화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블랙을 유지하며, 화사한 파스텔톤을 찾아보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단 한사람 그들의 달콤한 인생의 찰나에 들어선 여인 희수(신민아)는 봄보다 환한 미소를 띄운다. 찰나의 순간에 보여준 그 미소가 모든 영화의 시작을 알리고, 선우를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왜 그랬어요?라는 선우의 허공을 향한 울부짖음처럼, 영화는 왜?라는 수식어를 단 채로 서서히 진행되어간다. 이유있는 배신과 복수였지만, 점차 치닫는 왜라는 물음과 함께 이유없는, 그리고 의리없는 복수의 향연으로 물드는 영화 달콤은 제대로된 비주얼을 보여준다. 한국영화에서는 보여줄 수 없으리라 여겨졌던, [장화홍련]이 보여주었던 그 핏빛과 어둠의 빛을 버무린 별장을 기억하는 이들은 김지운감독이 얼마나 아름다운 색감을 지닌 영화를 만들어내는지 알것이다. 그리고 이번 영화 달콤이도 역시나 보는 이의 눈이 즐거울만큼 어둡고 강렬하지만, 아름다운 색감을 내보인다.

영화의 초반과 후반을 장식하는 선우의 나레이션은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글의 초반을 장식하는 그 나레이션이 선우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의 나레이션은 선우가 이룰 수 없지만, 꿈꿔오는 것들을 대변해주는 멘트이다.

여자들이 보기에는 조금 잔인한 면이 없잖아 있고, 총과 칼이 난무하고 총쏘는 소리가 배경음악이 아닌가 싶게 많이 울리지만, 끔찍하다는 생각보다는 외려 그 소리들이 만들어내는 순간들에 더욱 집중됨을 느낄 수 있었다. 액션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내가 보기에도 무난했던 영화였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조연으로 총망라된 영화이기도 하다. 우선 킬러에릭은 선우의 달콤한 인생을 마무리해주는 인물로, 이기영은 오무성이라는 해결사로 오달수는 어리버리 밀매범으로, 그리고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 백상기획의 보스 황정민이었다. 선우역의 이병헌을 압도하는 비열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역할이다. 배우들을 눈여겨 보는 것도 관점포인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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