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혼에 빙의된 무녀의 불길한 예언과 조공에 바칠 배가 불타는 것을 시작으로 동화도를 배경으로 하는 피비린내나는 닷새간의 악몽같은 연쇄살인이 시작된다.김전일이나 그외의 추리물에서 익히 보아 온 문구겠지만 혈의 누를 봤을 때 떠오르는 것은 이 문구였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원혼의 저주인가?아니면 복수인가?도무지 사람이 한 짓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잔인한 연쇄살인이 발생하고 섬 사람들은 천교도로 몰려 죽은 강객주의 원혼이 살아났다고 공포에 질리고 섬은 갈수록 물도 마실 수 없을 정도로의 역겹고 비린내가 가득차간다.강객주가 억울하게 죽을 때는 자신들의 사리사욕과 이익을 위해 그를 외면했던 사람들은 점차 섬안 가득 퍼지는 피비린내나는 원혼의 그림자에 두려움과 겁에 질리고 집단 이기주의라는 것이 뭔가를 절실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객주를 무고했던 발고자들의 죽음을 바라기 시작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어느 정도일까를 생각했습니다.섬을 지킨다는 명분아래,그리고 사대부라는 자존심을 빙자한 자신들의 뱃속을 채우려는 음모로 인해 저질러진 만행의 결과는 끔찍했습니다.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멀쩡하게 일상생활을 계속하고 부를 축적하는 그들에게 정말 분노를 느꼈습니다.또한 피해자인 강객주역시 결코 불쌍한 피해자가 아니였습니다.선인군자의 탈을 쓴 위선자라고 할까요.어떻게 보면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 잔인하고 선혈낭자한 장면들이 많았지만 혈의 누를 볼 때는 역겨움보다는 무시무시한 공포와 스릴을 느꼈습니다.긴장감 넘치는 내용전개와 배경음악,탄탄한 스토리등 화면가득한 피가 오히려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더욱 잔인하고 역겨운 장면을 만들어 영화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 한계를 뛰어 넘어 잔혹하고 역겨운 장면들을 오히려 지독한 원한의 장치들로 씀으로써 보는 내내 스릴과 공포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빛내게 한 것은 박용우씨의 명연기였습니다.생애최고의 연기가 아닐까 싶을정도로 너무 멋지고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해냈습니다.박용우씨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해야될까요?혈의 누로 모든 스포트 라이트를 차승원씨가 받는 다는 게 너무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차승원씨는 나름대로 연기변신을 할려고 나름대로는 애를 쓴 것 같았지만 수년동안 쌓아온 코믹이미지를 그렇게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카리스마는 있었지만 뭐가 2%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지성씨는 너무 역할에 안 어울렸고요.
극적인 긴장감과 스릴은 가즉했지만 잔인한 장면에 더 신경을 썼는지 정작 중요한 범인을 밝혀내는 두뇌게임은 뭐가 한참 부족했습니다.억지투성이에 왜 그 사람이 범인인지 범인으로 밝혀지는 중대한 사실이 원규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도 안 나오고 다짜고짜 이것때문에 그 사람이 범인이다라고 추리하는 단계가 너무 엉성하고 어물쩡 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각종 스포일러에 김이 팍 샜지만 돈 주고 볼만 영화였습니다.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이 정도면 개봉예정 영화중 이렇다할 화제작이 없기 때문에 혈의 누의 파죽지세가 예상됩니다.물론 스타워즈란 복명의 물량공세를 잘 피해가기를 바랄뿐입니다.
그리고 김전일의 미라의 저주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이 영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선혈낭자하고 잔혹한 내용전개,그리고 후반부의 가슴아프고 웬지 슬퍼지는 것이 미라의 저주를 생각나게 했습니다.아버지의 업이 아들에게 이어지고 그 누구한테도 인정받지 못한 가슴아프고 아타까운 사랑.혈의 누는 공포뿐만 아니라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도 있습니다.시간이 돼시다면 혈의 누를 반드시 보시기를 추천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