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 마음을 들킨(?) 배우 송강호 >
남극일기 시사회에 다녀 온 후 느낌을
몇 자 적어본다.
단적으로 말해 남극일기는 ‘송강호에 의한
송강호를 위한 송강호의 영화’ 라고 하겠다.
그간 배우 송강호의 필모그래피를 되 짚어 볼 때
이 영화만큼이나 거의 자전적인(?) 영화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단순히 송강호가 주인공, 즉 극 중
탐험대장으로 나오고 대부분의 장면을
그가 차지하고 또한 극의 끝까지
그가 스크린에 비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공즉시색’이랄까 ?
때때로 그는 스크린에서 사라진다.
탐험대원들이 텐트 속에서 서로 간
대화를 나눌 때 여러 차례 그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공)
그가 어디로 그리고 왜 사라졌을까 하고
궁금해 할 무렵 다시 나타나 가던 길을
꿋꿋하게 가자고 또 다시 재촉한다.(색)
남극이라는 광활한 공간(공)을 자신의
컬러(색)로 물들여가는 배우 송강호 만이
지닌 내공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리고 영화를 보던 내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던 의문 하나,
자살(?)한 어린 아들의 환영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이었을까?
만일 남극일기가 엑소시스터류의
헐리웃풍의 스플래쉬 호러 미스터리물의
아류에 불과하다면 이것은 일부 저급한
연예계 기자들이 지적한 바 있는
‘미스터리물의 외형을 갖추고자 한 억지틀’에
불과한 것이 될 것이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이에 대한 판단과 건강한 추측은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다만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배우 송강호에게 있어서 이것은
일종의 자전적인(autobiographical)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언젠가 어느 연예잡지에서 그가 과거 어느 시기에
가까운 사람(그 사람이 친구인지 가족이나
친척인지는 확실치 않다)을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던
가슴 아픈 사연에 대해 언뜻 읽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렇다면 극 중 자살한 아들로 표현된 인물은
그가 그간 가슴에 묻고 살아와야만 했던
그 누구의 표상이요, 도달불능점을 향한 그의
멈출 줄 모르는 발걸음은 일종의 그에 대한
진혼제의 몸짓으로 다가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영화도입부에 나오는
영화음악 또한 일종의 진혼곡 같은 느낌도
들고, 십자가 비슷한 모양의 도달불능점
표지 또한 뭔가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같은 바탕에서 이 영화의 제작과정에 우여 곡절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배우 송강호가 진작부터
이 영화에 집착했던 이유 중 상당 부분이 여기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지금까지의 추측은 100% 순수한
내 개인적인 억측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이점이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매력 중 하나, 즉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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