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의 누>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읽지 않으시길...
방대하고도 복잡하고 정교한 시나리오를 영화로 잘 옮기고,무리없이 연출한 김대승 감독의 연출력이 수준급이었
다.의상,세트,음악,영상미,특수 효과 모두 훌륭함은 물론이고..
<리베라 메> 이후 코미디 영화에만 출연하다 모처럼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차승원과 박용우,지성등 젊은 연기자
들이나 최종원,오현경,천호진등 중견 연기자들도 역할에 충실한 안정되고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김치성 영감역의 오현경씨가 이원규(차승원)에게
“반상의 질서가 엄연한데 종놈들과 겸상을 하고 천한 백정 놈에게 장부를 맡겨 그 질서를 어지럽히니 그것이
죄가 아니면 무엇이 죄란 말이냐?”라고 하는 연기는 정말 관록이 묻어날만큼 존경스러운 연기였다.
동화도라는 제지업이 발달한 섬에서 임금에게 바칠 공물을 실은 배가 불에 탄 사건을 조사하러 나온 이원규(차승
원)와 최 차사(최종원) 일행에게 닷새간 예고된 다섯 죽음이 일어나는 내용이 정말 탄탄하고 흥미진진하게
전개가 됐다.긴장감과 긴박감을 더해가면서...
사실 살인마가 누구다라는것은 이 영화에서 그리 중요한것도 아니며 크게 반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오히려 그 속에 숨어 있던 눈물 겨운 사랑 이야기로 감성을 자극하고 강객주 가족의 억울한 죽음에
깊숙이 연관돼 있는 토포사가 이원규의 아버지였다는게 더 반전의 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마을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과 광기에 치를 떨게 된다.
인간들의 탐욕이나 사람의 한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고...
후반부에 마지막 발고자였던 두호를 잔인하게 죽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내린 피눈물이 강렬한 느낌을 안겨줬다.
"내 피가 비가 되어 내리는 날 내가 너희들의 피를 말리고 뼈를 바를것이다"라는 강승률의 저주처럼 진짜 피눈물
이 내리다니...
아시겠지만 잔혹한 장면들도 좀 포함돼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죽는 장면보다 닭을 죽이는 장면이 더
충격적이었다.ㅋㅋ
마지막 이원규가 동화도를 떠나면서 배에서 손수건을 바다로 버리는 장면은 자신이 아버지의 죄로 인해 강객주
가족의 억울한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니 복잡하고 허탈한 심정으로 섬에서의 일은 잊고
묻어버리자는 그의 괴로운 심리를 보여준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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