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일기'. 이 영화를 본후 극장을 나오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 70억 제작비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2개월간의 뉴질랜드 촬영, 기획부터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6년이란 시간, 그리고 반지의 제왕팀 스텝참여, 가와이 겐지의 영화음악, 더불어 송강호,유지태등 1급 배우들과 봉준호,임필성,이해준의 공동 시나리오까지... 충분히 기대할만 했던 이 영화가 과연 그 값어치를 했느냐는 생각이었죠.
그 값어치의 문제는 물론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지극히 주관적인 선택임이 분명합니다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영화가 되지는 못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보통의 상업적인 영화에 익숙해져버린 대부분의 관객들에게는 분명 이 영화 '남극일기'는 굉장히 낯선 영화일테니까요.
우리가 그동안 보아왔던 스펙타클한 어드벤쳐 영화도, 또는 휴머니즘에 기댄 감동적인 드라마도 아닌 이 영화는 미스테리라는 장르에 적을 두고 있습니다.
소련의 탐험대만이 단 한차례 정복했다는 남극의 도달불능점. 그 불능점에 가기 위한 한국 탐험대 6명의 자신과의 싸움은 곧 최도형대장(송강호)과 5명의 대원들간의 싸움으로 변하게 됩니다.
한명씩 사라지는 대원들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전진만을 외치는 최도형대장의 광기와 그 광기에 휩싸여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대원들.
감독은 그 과정을 한없이 펼쳐진 설원위를 묵묵히 걷는 대원들과 똑같은 일상의 반복속에서 점차 미묘하게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인간관계를 잘 표현하긴 했지만, 결말은 이미 관객들이 충분히 상상할수 있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관객들의 배신감은 더 클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더불어, '알포인트', '샤이닝'등의 영화가 자꾸 떠오르는건 이 영화가 6년이란 제작기간이 소요되었기때문이라고하기엔 자꾸 아쉬운 생각이 드는 다른 또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6년이란 시간동안 포기하지 않고 이 영화를 만들어낸 집념과 70억의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상업영화의 유혹을 뿌리치고 결국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낸 임필성 감독의 뚝심은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샤이닝'의 잭 니콜슨이 떠오를 정도로 광기에 먹혀버린 최도형 대장을 연기한 송강호의 '복수는 나의 것'에서 보여줬던 부성애의 또 다른 집착과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광기 연기는 웅장한 가와이 겐지의 영화 음악과 설원 풍경과 더불어 이 영화의 가장 뛰어난 요소였습니다.
- 우리의 욕망이 우리를 미치게 만들었다.
결국 도달불능점을 정복하기 전에 스스로 무너져버렸던 80년 전의 영국탐험대의 일기처럼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도달불능점에 영원히 다가갈수 없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 '남극일기'
영화 역시 도달불능점에 도착하지 못한것 같아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2005/05/20 용산 CGV
happy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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