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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일상, 단절된 도시. 사랑을 이루려면... 클로저
aliens2020 2005-05-28 오후 7:32:54 1667   [2]
 

런던의 도심 한복판. 두 남녀가 아침부터 수많은 인파 사이를 걸어가며 눈이 마주치고 영화는 그들이 서로에게 끌리도록 계속해서 시간을 끌어준다. 그리고 여자는 차에 치인다. 하지만 이런 잘생긴 남자를 남겨두고 죽을 그녀가 아니다. 여자를 병원에 데려다 준 남자. 알고 보니 신문사에 다닌단다. 또 알고 보니 이 여자 스트립댄서란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 댄(주드 로)과 앨리스(나탈리 포트만)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영화 <클로저>는 그 먼 옛날 흑백영화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는가?>를 연출한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21세기가 된 지금도 건재하다는 걸 증명해준 영화이다.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일상을 밝고 유쾌하게 그렸던 마이크 니콜스의 이번 작품은 기대에 비해 무거운 영화였다. 남자들에게 멸시를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다 노력 끝에 승진하고 자리를 잡은 여비서(<워킹 걸>)와 외모는 딸려도 진실한 사랑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얻은 청년(<졸업>)의 모습이 이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시 댄과 앨리스의 사랑을 엿보자. 소설가가 꿈이었던 댄은 앨리스의 기묘한(?) 삶을 소재로 소설을 써서 데뷔에 성공한다. 그리고 소설 겉표지를 찍기 위해 만난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를 보고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갈등은 여기서 시작된다. 안나와 앨리스 둘 중에 누굴 선택하지...?

정말 댄처럼 우리는 엇갈린 사랑을 해야 하는 건가.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선택하는 순간,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우린 딱잘라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다. 둘 다 첫눈에 반한 사랑이니... 결국 댄은 안나와 앨리스를 번갈아가며 사귀기로 한다.

어느 날, 성인사이트에 들어가 채팅을 하는 두 남자, 댄과 래리(클라이브 오웬). 댄은 자신의 글 쓰는 재주로 자신이 안나인 척 하며 상대방 남자에게 만나자고 제안한다. 상대방 남자 래리는 상대방이 남자라는 사실도 모르고 혼자 흥분하며 낭만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만난 두 사람. 안나와 래리. 사실 댄은 장난으로 래리와 안나를 만나게 한 것이다. 수족관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래리의 저질적인 농담으로 불안하게 시작하지만 두 사람이 점차 서로에게 끌리면서 몇 달 후 부부가 된다.

사랑이란 역시 처음 만났을 때 서로에게 끌려야하고, 행복하게 사귀다 결혼하는 것이 좋은 쪽이라 본다. 하지만, 문제가 터졌다. 안나가 아직도 댄을 못 잊고 래리 몰래 사귀고 있으며 앨리스도 댄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걸 눈치 챘기 때문이다. 결국 안나의 사진 전시회에서 네 사람은 맞 딱드리고 서로를 사랑하고 증오하며 갈등하다 결국 안나와 댄이 사귀는 바람에 래리와 앨리스는 버림받는다. 이와 중에도 래리는 안나와 댄이 같이 잤냐고 묻는다. 관심이 그것뿐이다.

앨리스와 이혼하게 된 래리, 다시 스트립바로 들어간 앨리스. 사랑에 굶주려 앨리스와 스트립 룸에 단 둘이 있게 된 래리는 댄이 사랑했던 앨리스라도 뺏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미 버림받은 그녀. 진실을 원하는 래리. 앨리스에게 묻는다. 진짜 이름이 뭐냐고. 앨리스는 제인 존스라 말한다. 하지만 래리. 안 믿는다. 제인 존스에요. 무표정하게 팁만 받아먹고 본명을 가르쳐줄 기미를 안보이며 제인 존스라고만 하는 앨리스의 표정은 어떤 생각을 담고 있을까?

화가 난 래리. 이대론 못 참겠다며 안나를 다시 보자고 한다. 이혼서류에 서명 할 테니 한번만 같이 자자. 그게 소원이다. 안나는 그런 래리의 성격을 알고 그의 소원을 들어준다. 하지만 댄은 안나와 래리가 같이 동침한 것이 자신에 대한 모욕이라며 다시 앨리스에게 떠난다. 하지만 댄과 앨리스의 사랑도 지속되진 않는다. 결국 헤어진 네 사람.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정보화와 산업화의 발달로 사랑이 메말라가고 있다. 영화 제목 ‘클로저’가 증명하듯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네 명의 남녀와 그들의 사랑은 모두 슬픈 현실아래 지배받고 있는 것이다. 일단 클로저(closer)는 가까운이란 뜻도 된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서 수시로 만나는 사람들. 이 연인들은 사랑을 나누며 가깝게 지낸다. 하지만 다른 뜻, ‘단절된 구간’이 설명하듯 항상 행복하지는 않다. 영화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네 사람의 기묘한 관계가 복잡하게 편집 된 것도 이런 엇갈린 사랑과 혼란스러운 주인공들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본다.

댄과 래리는 계속해서 상대편 여자에게 다른 남자와 동침을 했느냐 안 했느냐 밖에는 관심이 없다. 때문에 타인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안나가 찍은 사진전시회의 주제는 낯선 사람들. 그 중에는 앨리스의 사진도 끼어있다. 우는 모습의 앨리스. 사랑을 원하고 있다. 안나는 남을 이해하며 타인을 배려해준다. 낯선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까지 시작해서 처음 만난 래리의 말실수도 웃어넘겨주고, 댄과 불륜을 저지를 때에도 래리가 상처를 받을 까봐 걱정해준다. 하지만 래리는 그런 그녀의 사랑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 댄도 래리와 잠깐 동침을 했다는 이유로 안나의 사랑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결국 안나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채 두 소년을 구하다 화재로 죽는다.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도 낡은 신문기사를 우연히 본 댄에 의해 우리에게 알려진다. 이처럼 안나 같이 항상 인정있는 마음으로 사랑하려는 사람들은 현실 사회에서 살 수 없다. 그녀의 죽음이 낡은 신문기사의 부고란으로 헛되게 된 것처럼.

낭만적인 사랑을 원하는 댄. 하지만 그는 낭만적인 사랑을 위해 노력하지만 부득이하게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이용하게 된다. 앨리스의 이야기를 소설로 이용하거나, 안나를 버렸든이. 래리와 동침을 했기 때문에 래리가 안나를 이용하여 자신을 모욕했다는 이유만으로 안나를 버린 것이다. 다시 앨리스를 찾아가지만 앨리스가 래리와 동침을 했다는 얘길 미리 듣고 그녀를 시험하는 댄. 앨리스는 부득이하게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래리와의 동침을 부정한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남자의 자존심을 내세워 헤어지겠다고 한다. 결국 댄은 자존심 때문에 사랑을 잃게 된다.

항상 거짓으로 살던 사람들은 타인의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래리가 그렇게 궁금해했던 앨리스의 본명은 앨리스가 댄이 헤어지면서 귀국할 때 경비원에게 보여주던 여권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녀의 본명은 제인 존스다. 앨리스는 래리에게 거짓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적어도 앨리스는 진실한 사랑을 원했다. 그래서 상대에게 진실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현실적으로 사는 래리의 모습은 거의 표준 현대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쾌락에만 관심 있는, 지기 싫어하는, 양보할 줄 모르는. 거의 숫컷의 본능을 잘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자신을 이해하려던 안나의 그 마음도 그는 버릴 줄 알았던 것이다. 한편 진실한 삶을 추구 하고 싶었던 앨리스. 댄의 버림을 받은 그녀는 사랑에 굶주리다 결국 다시 스트립바로 들어간다.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며 사랑받고 싶은 그녀. 항상 진실한 사랑을 원했지만 결국 진실한 사랑을 얻기 위해 거짓된 행동을 하게 된다. 래리의 굴욕적 요구에도 본명하나 밝히는 것(제대로 얘기해주질 않아서) 빼고는 다 들어준다. 그리고 다시 댄과 재회하지만 역시 댄의 의심 때문에 상처받고 다시 그의 곁을 떠난다. 댄에게 버림 받기 위해 래리와 동침을 했다는 말까지 숨기려 하면서...오늘도 그녀는 화려한 옷을 입으며 거리를 누빈다. 다시 댄과 같이 첫눈에 반해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며.

이들의 모습이 보여주듯 현대를 살면서 갖는 타인에 대한 의심과 증오가 타인간의 상호존중을 막고 있다. 채팅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데 익숙해진 사람들(댄과 래리), 겉멋으로 사랑을 사려는 사람들(앨리스), 착하게 살려하지만 결국 희생당하며 살아야하는 사람들(안나). 진실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선 우선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먼저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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