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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캐릭터와 공감...그리고 웃음... 극장전
lang015 2005-05-28 오후 8:34:07 1942   [5]

영화로 인해 하루가 바뀌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누구나

한번쯤 어떤 영화를 보고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을

영화의 영향 속에서 지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행복한

기운일 수도, 우울한 느낌일 수도, 알 수 없는 미세한 감정 변화일

수도 있고, 안 해보던 짓을 하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도 있다. 영화

<극장전>은 10년 째 감독데뷔 준비 중인 동수가 선배감독의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선 어느 하루, 그 같은 경험을 쫓는 영화다.

주인공 동수는 극장 앞에서 만나게 되는 영화 속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동창들 그리고 자신이 본 영화 속 장소를 거쳐가며 만나는 택시기사,

실직자 데모대, 포장마차 오뎅집 주인, 등등 수많은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부딪히면서 끊임없이 변한다. 남녀 간의 기억, 모방, 추억 등을 테마로

‘항상 같은 이야기이면서, 언제나 다른 영화’를 변주해 온 홍상수 감독이
 이제 진정한 변화를 예고하는 지점이 바로 이 관계에서 출발한다.

<생활의 발견>이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등의 전작은 한 남자와 두 여자,

한 여자와 두 남자처럼 한정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깊이 파고드는 매력은 있었지만,
 대신 어딘지 출구가 없어보이는 촘촘한 시선을 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극장전>은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간의 한층 폭 넓어진 관계의 변화로 그만큼 다양한

에피소드와 여유있는 시선을 만들어낸다. 홍상수의 영화는 또 다른 삶에 대한 시각,

그리고 새로운 구성과 풍성함으로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그의 영화는 여전히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남자 주인공인 동수(김상경)와 상원(이기우)은

한심하기만 합니다. 여자 주인공인 영실(엄지원)은 여전히 영화속에서 주체가 되지 못합니다.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하는지 무심한 저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으며, 솔직히 이해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극장전]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아쉬움을 한번에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홍상수 감독의 진수를 느낄만한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극장전]은 두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영화속 영화 이야기로 어눌한 19세

청년 상원이 첫사랑이었던 영실과 우연히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이고, 두번째 이야기는 영화를

보고나온 동수가 자신이 보고나온 영화에 출연했던 여배우 영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두가지 이야기는 서로 다른듯 하면서도 서로 어눌함이 닮아 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홍상수 감독은 첫사랑이라는 아련한 감정을 현실의 이야기속에 구겨 넣습니다.

첫사랑과의 재회 그리고 동반 자살이라는 지극히 영화적인 소재를 지니고 있으면서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나도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동반 자살을 하기위해 수면제를 잔뜩사서 한알,

한알씩 나누던 이들의 모습을 보며 '킥킥'거렸던 웃음은 결국, 한번의 구토와 함께 멀쩡히 걸어나가는 영실의

모습과 가족들에게 핀잔만 잔뜩 듣고 이번엔 투신 자살을 하기위해 아파트 옥상으로 갔지만 아무도 뒤쫓아오지

않음을 알고 머쓱해하던 상원의 모습에서 박장대소로 이어집니다. 영화적인 상황이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과

겹쳐지며 터져나오는 어눌함은 이렇게 유쾌한 웃음이 되어 제게 돌아왔습니다.

두번째 이야기인 동수와 영실의 만남입니다. 암으로 투병중인 선배의 회고전을 찾아 영화를 본 그는 우연히

극장앞에서 영화의 여주인공인 영실을 만나고 그와 영화같은 하룻밤을 보냅니다. 이 두번째 이야기의 핵심은 동수라는 캐릭터의 어눌함입니다. 동수는 홍상수 감독의 다른 영화속 남성 캐릭터들처럼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물입니다. 이미 [생활의 발견]을 통해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김상경은

그래서인지 홍상수 감독이 즐겨그려내는 한심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냅니다. 동수라는 캐릭터를 보면 정말

한심한 인간의 군상을 본다고 할까라는 표현이 어울리겠지만 그의 공상과 가까운 사고 방식과 행동표현양식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주변에 한번은 보았을 법한 그런 친근한 친구또는 선배를 연상케해 절로 웃음을 유발시킨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언제나 그랬듯이 이렇게 한심하도록 어눌한 동수는 영실이라는 매력적인 여성과 만나며

영화같은 하룻밤을 보냅니다.하지만 첫번째 이야기인 상원과 영실이 그랬듯이 동수와 영실의 하룻밤의 여정역시 영화적인 상황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입니다.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동수와 상원의 캐릭터가 겹쳐집니다. 동수가 영실과의 술자리에서

영화속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라며 주장하는 것에서 홍상수 감독은 두 캐릭터를 동일시합니다.

하지만 그런 동수와 상원의 캐릭터의 겹침은 영화를 보고나온후 자연스럽게 현실속의 저와 겹쳐지기도 합니다.

물론 동수라는 캐릭터가 극단적으로 한심하긴 영화를 보면서 점점 동수라는 캐릭터에 정감이 느껴집니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먼저 이룬 선배에 대한 질투심... 10년동안 감독 준비를 했지만 감독 데뷔가 이뤄질지 알수 없는

암울한 상황...그런 상황에 부딪힌다면 저 역시도 동수처럼 저렇게 행동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현실적인 캐릭터가 바로 홍상수 감독의 힘이죠. 홍상수 감독은 항상 지극히 현실적인

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내면에 내재된 욕망을 극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영화 곳곳에

스며들게 합니다. 그래서 어떤 관객들은 그의 생각을 전혀 이해할수 없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

공감한다고 합니다. 저도 사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지금까지 봐오면서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수 있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듯 싶군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극장전>또한 이해하고자

해도 알수 없는 부분이 많고,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지 조차 자신이 없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머리속이 텅 비는 느낌이랄까요. 마치, 영화상영시간 내내 졸았다고 하는 기분,

그리고 매번 같은 감독의 영화가 아니라, 동명이인의 감독이 제작한 작품이 아닌가하고 엔딩크레딧에

올라오는 '홍상수 감독' 의 이름을 째려보곤 했죠. 이번에도 역시 영화가 주는

여운보다는 마치 내 숨겨진 생활의 단면을 보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런 기분이 들더군요.

아마, 제 생각에는 앞으로의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쭉 이런 느낌으로 맥을 이어 갈듯 하군요.

그럼에도 끌리는 것은 아마 홍상수 감독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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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전(2005)
제작사 : (주)영화제작전원사 / 배급사 : 영화사청어람
공식홈페이지 : http://www.cinema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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