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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젊은 날의 사랑과 현실 비포 선셋
aliens2020 2005-06-04 오후 5:14:43 1437   [3]
 


 1995년 개봉된 <비포 선라이즈>는 젊은 관객들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최고의 로맨스 영화라 평가 받았던 작품이다. 실제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쓴 소설을 토대로 영화로 만든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2004년 속편인 <비포 선셋>을 내놓으며 다시 팬들을 열광시켰다. 물론 <비포 선셋>은 전편보다는 가슴 훈훈한 로맨스나 낭만적인 데이트가 줄어들어 다소 뒤떨어지는 면이 보이지만 두 작품의 성격이 다른 이유는 따로 있다. 젊은이들이 낯선 곳에서 만나 처음 보는 순간 끌려서 여행하는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누며 자신들의 삶에 대한 철학적(?)인 말들을 주고받으며 해가 뜨길 기다리는(Before sunrise) 낭만적인 로맨스에서 9년 만에 만나 30세가 훌쩍 넘어버린 서로를 보며 자신들의 일상들을 털어놓으며 위로 받으려는 두 사람의 모습까지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말하고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 갇혀 형식적으로 살기보단 좀 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만남을 가지길. 파리로 여행을 온 제시(에단 호크)와 부다페스트의 할머니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셀린느(줄리 델피). 두 사람은 열차에서 독일인 부부의 싸움에 의해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눈다. 맨 먼저 열차에서 싸우는 부부를 두고 각자의 의견을 토론(?)하고는 서로에게 끌린 나머지 이 기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목적지를 남겨두고 하루 동안 데이트를 하기로 하며 다음 역에서 바로 내린 두 사람. 와~, 어찌 이 보다 더 낭만적일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일상을 빠져나와 자신의 기분에 맞춰 형식에 매달리지 않은 채 보는 것만으로도 끌리는 이성과 하루이상 교재를 할 자격은 있다고 본다.

그래. 두 사람은 열차를 나왔다. 하지만 왠지 어색하네. 서로에게 끌린다고 쳐도 두 사람은 방금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먼저 열차에서 내렸으니 일정이 좀 빗나갈 것이다 라고 대화를 시작하려하는 셀린느. 그런 셀린느의 마음을 아는지 제시는 그녀를 데리고 기차역 밖으로 나온다. 파리의 도시 전경들을 감상하며 산책을 하는 제시와 셀린느는 자신들의 일상과 가장 낭만적이었던 순간들에 대해 털어놓는다. 이러면서 차츰 서로에게 적응해가고 친밀감을 느낀 연인들은 데이트 중간 중간 무명연극 배우들을 만나거나, 거리의 시인(?)에게 적선을 하여 아름다운 시를 선물 받고, 카페에서 점쟁이를 만나 손금을 보는 등 여러 재미있는 일들은 자기들끼리 다 하다 공원에서 밤을 새고 해뜨는(Before sunrise)걸 보고는 헤어진다. 자신들의 운명을 시험하듯 서로의 전화번호나 주소를 모르기로 하고는 다시 만나자며 따로 열차를 타곤 6개월 후에 만날 것을 기약한다. 과연 두 사람은 만날 수 있을까? 영화는 답을 주지 않은 채 길게 늘어진 열차 선을 롱테이크 한 다음 엔딩 타이틀을 보여주었다.

누구나 <비포 선라이즈>를 보면 두 사람의 데이트를 따라하고 싶어질 것이다. 질펀한 일상에서 벗어나 단지 느낌만으로 타인과 사랑을 나누며 파리를 산책한다는 내용의 데이트를 안 부러워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또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부모나 형제,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말들이나 지속적인 사랑의 부담감 없이 성생활 농담도 장난스레 할 수 있다니 말이다.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과연 실제로 이런 낭만적인 로맨스를 겪어봤다는 것도 믿기 힘들 정도로 <비포 선라이즈>는 아름답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두 연인이 6개월 후 다시 파리에서 만나지 못함으로 팬들의 아쉬움을 남겼다. 그로부터 9년 후, 아름다운 두 청춘남녀의 모습은 많이 변한다. 제시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장시간에 걸쳐 소설로 내놓은 덕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잠시 파리를 방문하게 된다. (이 부분도 <비포 선셋>을 소설로 내놓은 링클레이터 감독과 닮았다.) 어느 서점에 기자회견을 하면서 9년전 셀린느와의 로맨스를 말해주는 제시를 보니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한 모양이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셀린느. 그녀를 보곤 잠깐 말을 잊은 채 급하게 회견을 마친 제시는 셀린느에게 달려가 반갑다는 인사를 한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연인들의 모습치곤 두 사람의 인사는 너무 정중하다. 남은 시간은 1시간 반 정도. 제시는 곧 비행기를 타고 귀국해야 하지만 셀린느를 배웅해준다며 9년만의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 역시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까? 셀린느는 6개월만에 만나지 못한 것이 걸려서 제시에게 그날 왔었냐고 질문을 한다. 제시의 “아니. 나도 못 갔어.”라는 말을 바로 눈치 챈 셀린느는 제시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할머니의 장례식이 있어 가지 못했다고 말해준다. 무엇이 이 두 연인들을 갈라놓았을까? 단순히 셀린느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 때문에 돌아가신 할머니께 더 일찍 죽으시거나 좀 더 버텨 보시지... 라는 말은 할 수 없다. 셀린느와 다정히 사진 액자에 걸려 미소 짓는 할머니의 얼굴을 보고 누가 감히 그런 말을 하겠는가?! 참! 주제가 잘못 들어갈 뻔했네. 계속해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눈다. 그 이후 자신들의 일상이 어찌 되었는지 말해주는 두 사람. 셀린느는 전전긍긍 살아가며 자릴 잡았고, 친구들과도 가끔 모이는 것 말고는 일상이 무료하고, 같이 살고 있는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별 진전이 없다며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다는 제시를 원망(?)한다. 하지만 제시도 결혼 생활이 다 겉으로만 좋아 보일 뿐 찌든 일상과 대학시절 아내를 임신시켰다는 책임감에 억지결혼을 하고는 갱년기에 접어들어 아내와의 단절된 의사소통 속에서도 아들에 대한 죄의식으로 이혼도 못하고 산다고 털어놓으며 두 사람은 전편처럼 서로를 위로해가며 산책을 한다. 9년 전 데이트를 끝내고 밤에 공원에서 동침을 한 순간을 부정하다 나중엔 제시의 주장에 손을 들고 마는 셀린느와 산책길들을 둘러보며 9년 전을 추억하는 제시에게 9년 전의 사랑은 젊은 날의 추억이자 안타까운 사랑으로 남을 것 같다. 영화 런닝 타임 내내 대화를 나누며 산책하곤 셀린느의 집으로 들어간 두 연인을 보여주는 영화는 전편에서도 대화를 나누며 데이트를 즐기던 두 연인을 통해 우리 내 일상에 대화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전화번호나 주고받으며 계속 만나다 서로 질려서 더 이상 만나지 못할 바엔 서로를 이해하면서 새 사람과 새 경험을 하는 쪽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영화는 두 사람의 데이트 내내 쓰는 소비들을 자세히 보여주며 단순히 먹고 즐기며 데이트를 즐기는 현대 젊은이들의 피폐한 연애문화도 풍자하고 있다.

흥미진진하고 낭만적이었던 사랑이야기가 막 중년으로 접어든 것 같은 두 연인의 현실로 변하여 아쉬워하는 관객들도 많았겠지만,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이 작품을 통해 배우라는 고정된 배역을 벗어나 각색작가로의 데뷔에도 성공하여 200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링클레이터 감독과 셋이서 나란히 각색상 후보에 오르는 등의 놀라운 성과도 보여주었다.

마지막이 될 것 같은 만남에 아쉬워하며 셀린느의 원룸 안에서 음악을 키고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해질 때를 기다리는(Before sunset) 두 남녀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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