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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정>이 보였다.... 연애의 목적
kysom 2005-06-11 오후 10:58:50 1348   [2]

1.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사뭇 유쾌한 기분을 가질수 있도록 해주었다. 노골적이면서도 거침없는 대사와 연기를 통해 많이 웃을 수 있었고, 오랜만에 나온 문제작이었기에 반가웠다. <연애의 목적>이 표현해내고자 하는 것은(그것을 주제의식이라고 해야하나? 아님 단지 영화적 메세지라고 해야하나?) 엄격히 말하면 한국 영화에 있어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성과 사랑에 대한 솔직한 담론을 영화 전반에 기관총 쏘듯이 갈겨놓는 모양새가 90년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몇편의 작품을 생각나게 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새롭게 제기된 <성과 사랑>에 대한 담론은 근 10여년전에 제기되었던 것과 비교해 -그것이 원작소설가의 강한 주관이 개입되었기에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성에 대한 가학적/피학적 색채가 좀 제거된 것외에는 그다지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2. 이 영화에서 <이유림>을 연기하는 <박해일>을 보자. 그는 6년을 사귄 여자 친구가 있는 몸이고, 본인의 말대로라면 이제 권태기에 접어든 시든 사랑에 지친 상태다. 그는 온전히 탈출구를 찾고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때 그의 눈앞에 등장한 교생 <최홍>은 그에게는 말 그대로 탈출구(脫出口)이다. 지금의 상황을 잊기위해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벗어나려고 한 것 같지는 않다...처음에는) 들어가야 하는 구멍인 것이다. 이 영화는 마지막 20분을 제외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연애에 지친 <이유림>의 구멍 찾기와 들어가기를 반복하는데 온전히 바쳐진다. 그에게 있어서 연애는 철저히 섹스이다. 그의 행동과 언사에서 다른 어떠한 숨은 뜻/제스쳐를 찾을 수 없다.

 

 

3. 정말 재밌게 웃고 즐기는 사이에 씁쓸하게도 이 영화는 <섹스 코메디>의 장르적 한 단락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디스플레이가 안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그는 애인과의 일상의 만남 대신에 <최홍>과의 섹스에 더 골몰하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그가 소리높여 절규하는 쿨(Cool)한 연애관인 것이다. 그럼 그의 애인과의 만남은 연애가 아니고 다른 무엇이었는가? 난 이것이 모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유림> 그가 Cool하게 부르짖는 자신과 최홍의 관계는 결국은 <바람>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합리화시키는 단어가 바로 Cool한 연애이다. 그럼 이 영화는 다시금 한국 영화가 반복해왔던 진부화의 늪에 "철푸덕"하고 빠져버린 것인가?

 

 

4. 이 영화를 그 늪에서 끄집어 올린 것은 바로 <최홍>을 연기하는 <강혜정>이다. 단지 시나리오에 의해 그녀가 이러한 역할연기를 명받았다라고 말할수 없는 뭔가를 그녀는 영화에서 보여준다. 즉 욕을 바가지로 먹거나, 아님 대단한 명작으로 추앙받는 영화가 드러내는 특징이 특정 역할 연기나 캐릭터가 품을 수 있는 다의성(多意性)인데, 바로 <강혜정>의 연기가 그러했다.

 

 

5. 그녀는 <이유림>의 집요한 연애(=섹스) 요구에 대해 대단히 모호한 태도로 일관한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무시했다가, 한발짝 허용하고, 그리고는 다시 무시하고 비난했다가 또다시 반발짝 받아들인다. 그리고 영화가 보여주는 상황은 연기만큼 자연스럽지 못하지만 <강혜정>은 이것을 무난하게 즉 보는 관객이 여러가지 생각에 빠질수 있도록끔 연기해낸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결국 섹스를 하고, 그녀가 <이유림>을 사랑하고 있슴을 여러가지 면에서 보여준다. 대표적인게 최홍이 만든 닭강정을 담은 도시락통을 생각해보면 알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입은 사랑의 상처가 그녀의 현재 존재를 어떻게 규정짓고 있는가에 대해 절규하듯이 <이유림>에게 토로한다. 바로 이 장면이 큰 복선을 제기하게 되는데, 이후에 <최홍>은 너무나 놀랍게도 <팜므 파탈>로서의 잔혹함을 소름끼치게 보여준다. 이 영화 종반부는 두사람의 스캔들이 마무리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것이 <이유림>의 입장에서는 영락없이 "한 때의 바람이었어요.... 결국은 아무일 없었죠"라는 신파적 마무리를 의도했었고, 관객은 이대로 한국영화의 전통적 멜로성의 재앙을 목격하게 되나 하고 숨 죽이는 순간 <최홍>은 돌변한다.

 

그리고 이 영화 전체에서 <이유림>이 최홍에게 했던 모든 행동과 대응이 실은 자기 인생을 마는 것이었다는, 즉 <팜므 파탈>의 의도를 자기가 선도해서 "한 번 해결해 보겠다"라는 치기를 부리다가 쪽박차게 되는 것이었음을 주마등처럼 스치게 해준다. (여러분, 최홍의 녹음 테이프를 듣고 그 조교가 누군지 알아보라고 애인에게 부탁하던 이유림을 떠올려 보라.... )

 

 

6. <연애의 목적>은 이 마지막 반전(?)을 통해 이제 90년대식 멜로성은 그 유효기간이 다했슴을 우리에게 증거한다. 어쩌면 여자가 남자에게 버림받았다고, 또 여자가 남자를 배신했다고 울고 불고하는 신파도, 성과 사랑이 잘 안풀린다고 남자가 여자를 학대하고 여자는 그것을 즐기는 식의 가학/피학의 전통성도 다른 포장을 해야 할 때가 왔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마지막에 다시금 재회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가슴아프게 헤어졌다가 십년이 지나고, 우연히 길에서 다시금 만나는 식의 전통성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감독 나름대로의 새로운 비젼의 제시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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