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 삼아 하는 괴담을 많이 들어옵니다. 학교, 병원, 묘지 등이 장소로 많이 애용되고, 사진 같은 것들이 소재로 이용되기도 하죠. 신체 일부분을 변형 또는 극대화시켜 표현한 얘기들도 있고, 병이나 몸의 통증을 연결시켜 이야기를 구성한 얘기들도 있습니다. 너무나 많아서 도대체 새로운 내용들이 이제는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괴담을 즐깁니다. 비슷한 얘기, 구성임에도 그 순간 긴장하고 가끔씩 파편처럼 떠오르는 생각들로 슬쩍 뒤를 돌아보기도 합니다.
공포 영화도 다를 게 없습니다. 뻔한 이야기 전개, 여기저기서 본 이미지들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찾아가고 그 앞에서 화들짝 놀랍니다. 그 이유를 도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그 불가사의한 이유 덕택에 공포 영화를 비롯해서 비슷비슷한 장르 영화들이 숱하게 재생산되고, 그 중 하나가 태국 영화인 <셔터>입니다. 영화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의 주요 소재는 사진기에요. 사진에 찍힌 영혼의 모습으로 인해 사건이 심화되고 결말이 유도됩니다. 역시 진부한 소재입니다. 또한 '여자의 한'이라는 것이 흔히 말하듯 동양의 정서와 통하는 것이고, 권선징악의 메시지가 옛 괴담 스타일의 전형이라면 이 영화는 영락없이 태국판 '전설의 고향'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이 영화를 깎아 내린다면 그건 성급한 결론입니다. <셔터>는 기본에 충실합니다. 다시 말해 꼭 필요한 순간, 예측된 순간에 음향 효과와 느닷없이 등장하는 이미지로 착실하게 관객들을 놀라게 합니다. 그리고 깜짝 놀람을 위한 상황 조성 또한 무리 없어요. 그것은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 짧은 상영 시간과 함께 한 편의 공포 영화를 산뜻(?)하게 볼 수 있게끔 해 주죠. 게다가 영화는 뜻밖의 순간에 관객들에게 장난을 치는 애교스러움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공포 영화에서 새로움을 찾는다는 건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듯합니다. <셔터>에도 새로움 같은 것은 없습니다. 익숙한 소재, 익숙한 이야기, 익숙한 이미지의 연속이니까요. 그러나 그 익숙함이 진부한 지루함보다는 친근한 긴장감으로 다가오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 아마도 이 영화의 내용이 딱 현대판 '전설의 고향'이기 때문에 그럴 거에요. 그리고 그 때문에 이 영화에 등장하는 원혼이 서구식 원혼의 분장과 일본식 원혼의 기이한 신체 변형의 영향 가운데서도 묘하게 우리나라 처녀 귀신의 이미지와 겹쳐지는 것일 테구요. 태국이란 나라에 대한 근거 없는 문화적 우월감만 없다면 <셔터>는 기본은 충분히 하고도 남는 공포 영화가 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