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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영화인의 시선에서 본 엘리자베스의 탄생! 엘리자베스
aliens2020 2005-06-19 오후 10:44:28 3336   [3]
 


-> 1998년. 많은 언론들이 <엘리자베스>의 개봉을 두고 많은 논란을 두었다. 이 영화의 감독이 인도출신인 ‘세자르 카푸르’가 연출을 맡았다는 것이다. 인도인의 시각에서 본 영국의 이미지는 나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감독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왕위를 이어가면서 벌어지는 갈등들을 잘 포착하여 적으로써의 영국보다는 한 시대에 남자의 역할을 짊어지고 가야했던 나약한 여성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이 영화의 연출자가 인도출신인 점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영화라는 매체가 국적을 넘나든다는 점이 그러했고, 또 <음식남녀>,<와호장룡>을 만든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이 영국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연출을 담당했던 것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국적 탓인지 두 사람 다 연출한 영화들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를 때 감독상 후보에 못 올랐던 점이 안타깝다.

제목에서와 같이 이 영화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영화는 젊은 ‘엘리자베스 1세’를 통해 당시 영국의 시대상을 보여주며 한 여인의 변화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엘리자베스>의 포인트는 무엇일까?

영화는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가 다른 신도교들과 이도교라는 모함을 받고 화형당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카메라는 그들을 머리 위에서 바라보며 이들의 고통을 바라보는 동시에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영국의 욕심 많은 ‘메리’ 여왕의 신교도 박해가 계속되고, 어머니에 이어 ‘엘리자베스’도 감옥에 갇혀 사형을 언도 받는다. 하지만 신의 뜻인지 메리여왕이 유산과 암으로 고통스러워하며 왕위 계승을 위해 하는 수 없이 이복동생 엘리자베스를 풀어주고 왕위를 물려준다. 영화는 런닝타임 초반에 조금 등장하지만 비중 있는 메리 여왕을 조금은 인간적인 면모로 바라본다. 엘리자베스의 어머니를 창녀라 욕하고, 엘리자베스를 경멸해하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왕위를 물려주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인상적이다. 메리 여왕이 서거하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왕위를 물려받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여왕’이라는 책임이 있다. 잦은 군대지원과 적국들의 선전포고, 결혼 서약들, 로버트 경과의 불안한 사랑 등에 시달리며 젊은 한 때를 고통에 시달려야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겠다고 다짐하고 자신을 견제하려는 교황청의 앞잡이들을 죽이는 등의 포악함을 보여준다.

과연 누가 엘리자베스 여왕을 이렇게 변화시켰을까? 비록 허구적이긴 하나 영화는 초반엔 엘리자베스를 그저 순진한 여인으로 묘사한다. 또 억지로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구도교들 앞에서도 떳떳하며, 메리 여왕 앞에서는 정도의 냉정함으로 분노를 삭이는 안면도 보여준다. 하지만 여왕이 되면서 그녀는 사생아에 매춘부가 여왕이 되는 것에 불만이 있다 말하는 여러 세력들로부터 견제 받고 암살 위기까지 맞게 된다. 또 적국들의 정략혼인 압박으로 로버트 경과의 사이까지 멀어지며 점점 사랑하는 이들을 잃어가는 엘리자베스. 여인으로써의 삶과 동시에 한 시대에 불우했던 왕국을 지켜야했던 이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엘리자베스는 나중에 거의 폭군 수준까지 오게 된다. 이렇게 영화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전성기를 누리게 될 정도의 왕권과 통치체제를 가진 여인이 된 배경을 제시함으로써 끝을 맺은다. 머리를 삭발하며 지난날의 추억을 잊고 처녀성을 되찾은 기분으로 돌아와 가발을 쓰고 얼굴을 하얀 분으로 덮어 영국과 혼인서약을 하고 ‘버진 퀸’을 선포한 그녀의 모습. 마치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베이더가 된 사연을 보는 듯 하듯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상변화도 그녀의 심리를 대변하듯 가슴이 확 패인 드레스에서 점점 단추단의 옷과 조이는 부채꼴 의상으로 목을 조르는 의상의 변화는 정말 정교하기 그지없다. 이 점에서 의상디자이너 ‘알렉산드라 번’의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감독이 남자인 만큼(인도인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엘리자베스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었다가 말다하는 모습의 연출이 여성의 내면을 탐구하려는 감독(남자)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엘리자베스>는 아름답고, 또 정교하다. 이런 면에서는 세자르 카푸르 감독을 칭찬할 수 있겠다.

 또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작품이 개봉되었던 98년에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개봉했다는 점이다. ‘제프리 러쉬’와 ‘조셉 파인즈’의 캐스팅 또, 극중에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비슷했다. 그리고 흥행 면에서도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더 우세였고, 그 해 아카데미상에서도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등을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게 빼앗겨야했다. (개인적으로 여우주연상은 기네스 펠트로 보단 엘리자베스 1세의 젊은 시절을 섬세하게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이 받아야 했다고 본다.) 하지만 사뭇 진지한 시선으로 재해석된 영국의 모습을 본다면 단연 <엘리자베스>가 더 우세할지도 모른다.

아름답고 순수했던 여인이 사회구조로 인해 폭군에서 위대한 군주가 되기까지의 모습을 담은 영화 <엘리자베스>. 이 영화의 매력은 인도 출신 감독이 빚어낸 영국의 배경이 아니라 우리가 역사공부로 잠시 기억하고 잊혀버린 한 여인의 인간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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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1998, Elizabeth)
제작사 : Working Title Films, Channel Four Films, PolyGram Filmed Entertain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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