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는 정말 볼만한 영화들이 많았지만 특히 3d로 만든 영화 2편이 많은 화제를 낳았다. 이전까지는 3D가 영화의 특수효과나 게임의 오프닝동영상으로만 쓰여왔지만 이젠 영화로서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슈렉과 파이널 판타지는 같은 3D 영화이지만 그 기본 컨셉은 서로 다르다. 슈렉이 가장 미국적인 스토리와 컨셉을 가지고 있다면 파이널 판타지는 그 주제나 방식이 너무도 일본적이다. 슈렉은 기본적으로 해피엔딩 스토리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수 있고 엽기적인(?) 유머감각과 시종일과 웃음을 떠나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다. 반면 파이널판타지는 실사와 너무도 똑같은 모습을 한 캐릭터와 다소 무거운 주제, 멋진 그래픽의 배경- SF적인 영화의 모든 면을 다 가지고 있다. 또한 캐릭터에 치중하는 일본 애니의 한 면을 볼 수 있었다.
이 두 영화때문에 미래에는 오스카상도 디지털배우가 차지할거라는 말도 나왔지만 진짜로 그래픽 기술의 발전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뭐랄까?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상상의 세계로 지평을 넓혀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젠 실제 영화에서 만들지 못한 장면들을 3D 영화에서는 너무도 쉽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영화가 주는 주제에 조금은 진지해질 필요도 있다.
얼마전에 Difeca 동아LG국제만화.게임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거기서 나의 흥미를 끌었던건 국내작가가 만든 3D애니메이션 대상작품이었다. [등대지기]라는 작품인데 8분 남짓한 그 작품을 보면서 눈시울이 적셔지는 감동을 느꼈다. 이 작품은 SF를 다룬 것도 아니고 재기발랄한 코믹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나 너무도 서장적인 배경에 동화적인 스토리와 진지한 이야기 구성은 찡한 감동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물론 슈렉이나 파이널판타지만큼 멋진 그래픽 기술력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깔끔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은 감동을 주기엔 충분했고 우리나라의 3d영화도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영화관객의 한 명으로써 올여름 두 편의 3d 영화는 무척이나 재밌고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 것 같다.
2001-08-08 오후 3: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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