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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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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5 오전 1:38: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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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는 것 같음> 내게 있어서 '마다가스카'란 단어는 그리 낯선 단어는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예전에 모 아이스크림 광고에서 나왔던 '마다가스카르(그땐 이렇게 발음했었다)산 초콜릿'이라는 멘트가 아직까지도 기억에 생생해서 처음 제목을 듣고는 꽤 반가운 느낌이 들었던 것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들어보니 아프리카 지방같은 곳에 있는 순도 100%에 가까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닌 곳같은 단어. 그것이 '마다가스카'였다. 그러나 우리의 드림웍스는 이거 역시 그대로 놔두지 않고 한번 비튼다. 제목은 아프리카 지방에 있는 섬 이름이건만, 주인공들은 도시 생활이 익숙한 동물들이다. 야성을 기본 옵션으로 품고 있을 듯한 야생동물들이 도시 생활을 더 즐긴다는 설정과 그래서 자신들의 고향이나 다름없을 야생에 와서는 질겁을 한다는 설정이 우선 마음을 잡아끌었다. 드림웍스의 솜씨가 그러하니만큼, 그 과정에서도 다양한 재미를 심어놓았을 테고 말이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맨해튼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센트럴 파크 동물원에서 호위호식하며 살아가는 네 동물들-사자 알렉스(벤 스틸러), 얼룩말 마티(크리스 락), 기린 멜먼(데이빗 쉬머), 하마 글로리아 (제이다 핀켓 스미스). 그러나 이들 중에서 유독 야생이 그리운 친구가 있었으니 바로 마티. 런닝머신을 뛸 때마다 초원을 맘껏 달리는 상상을 하며 꿈에 젖곤 하는 것이다. 이윽고 마티는 자신의 생일날 밤, 자연의 삶을 즐길 수 있다는 코네티컷에 갔다올 결심을 하고 무작정 바깥으로 나서고, 이를 말리려 나머지 세 친구들도 쫓아나가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꿈꿨던 하룻밤의 도시 오딧세이는 사람들에게 무참히(?) 발각되면서 물거품이 되고, 문제를 일으키는 동물들이라 판단됐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배에 실려 쫓겨나게 된다. 그러던 중, 배 위에서 일어난 소란으로 인해 그들이 몸을 실은 상자를 바다 한가운데에 떨어지게 되고, 거기에 가까스로 도착한 육지는 인간의 흔적이라곤 하나 안보이는 야생의 섬. 마티만 좋아하지 나머지 친구들은 죽상이 된 채로 살아갈 궁리를 하게 되는데... 이번 애니메이션이 드림웍스의 전작들과 좀 다른 점이라면, 현실적이기 보다는 극도로 만화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자 알렉스의 갈기같은 곳에서는 섬세함이 엿보이긴 하지만, 동물들의 모습은 대부분 정말 실제 동물같다기 보다는 콧구멍이 부각되어 있고, 입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기도 할 만큼 과장된 묘사가 눈에 띄었다. 뉴욕 도시의 풍경이나 형형색색의 식물들이 자리잡은 마다가스카 숲의 광경은 꽤 세밀하고 화려하게 묘사되었지만, 캐릭터들의 행동의 폭이 대단히 크고 표정 연기의 스케일도 크다는 점-가령 놀랄 때는 이곳저곳을 뛰고 점프하면서 오버를 하며 몸부림을 치는 경우 등 에서 어느 정도 복고풍 컨셉도 잡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복잡하지 않은 선으로 단순화된 몸매와 무늬 등은 캐릭터들의 코믹한 이미지를 잘 살려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드림웍스의 주특기인 패러디와 감칠맛 나는 캐릭터의 재미는 여전했다. 물론 전작 <샤크>에서 패러디에 대해 좀 욕을 먹었던 모양인지, 이번 영화에는 패러디가 상대적으로 절제되어 있다. 그러나 알렉스의 몸 위로 고기들이 장미꽃처럼 떨어지는 장면에서 나온 <아메리칸 뷰티> 패러디, 알렉스 앞에서 얼굴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눈망울을 굴리며 경악하는 여우원숭이 모트의 모습에서 나온 <슈렉 2>의 패러디 등 수는 적지만 재기발랄함의 강도는 여전했다. 영화 속에서 흔히 나오는 '슬로우 모션 극적 상봉' 신을 패러디해, 알렉스와 마티가 반갑고 기뻐하며 뛰어가다 갑자기 쫓고 쫓기는 상황으로 바뀌는 것도 패러디 특유의 전복적인 재미가 있었다. 캐릭터 하나하나의 연기도 영화의 재미를 가속화시키는 데 한몫 단단히 했다. 네 주인공의 모습이야 말할 것도 없다. 가장 활발하지만 대책없기도 한 알렉스, 약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것처럼 보이는, 위생상태 꼼꼼히 체크하며 자기 몸 심하게 챙기는 멜먼, 의욕이 앞서 말썽도 일으키지만 그만큼 순박한 마티, 특유의 덩치로 친구들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가는 한편 덩치에 맞지 않게 섹시함도 맘껏 자랑하는 글로리아 등 네 주인공 하나하나의 개성이 제대로 믹스되어 빛을 발했다. 이외 중요한 캐릭터로 나오는 펭귄들과 여우원숭이 무리들도 빼놓을 수 없다. 땅딸막한 게 귀여워보이는 외모와는달리 인간들을 위협할 정도로 똑 부러지고 냉혹한(?) 펭귄 무리들은 특유의 짧지만 날렵한 날개 퍼포먼스(?)로 웃음 기폭제가 되어주었다. 여우원숭이들은 또 어떤가. 지 잘난 맛, 지 영리한 맛에 사는 자칭 '킹' 줄리안과 이러한 왕을 제대로 대접하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불성실한 신하 모리스, 크다 못해 거대한 눈망울을 주무기로 삼는 꼬마 원숭이 모트 등 주인공들을 제압하는 개인기를 지닌 여우원숭이들도 볼거리를 많이 선사해주었다. 그들이 로봇춤까지 선보이며 제대로 보여주는 'I Like Move It! Move It!' 댄스 장면만 봐도 그들의 숨은, 아니 확실히 드러난 끼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마다가스카>는 야생을 두려워하는 야생동물들이라는 기막힌 설정, 하나하나 활동적으로 살아숨쉬는 캐릭터들, 적절히 가미된 패러디 양념까지 갖춰 전작 <샤크>처럼 너무 과잉하지도 않은 드림웍스식 재미를 어느 정도 선사해주었다. 그러나 이렇게 기술적, 재미적 측면에 비해서 내용 구성적 측면에선 드림웍스가 좀 몸을 사리지 않았나 싶은 게 사실이다. 야생을 두려워하는 야생동물들, 정말 귀가 솔깃해지는 소재였다. 그런데 이런 기발한 소재를 끝에 가서는 지극히 뻔한 '우정'이라는 소재로 귀결시키다니. 물론 '우정'은 언제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바람직한 덕목이지만, 처음 설정이 참 기발하고 '역시 드림웍스답구나!'하게 만드는 데 반해 그 설정을 너무 뻔한 결과로 연결시켜 아깝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드림웍스는 <슈렉> 시리즈를 통해 패러디, 유머 등 겉으로만 보이는 재미 부분의 요소말고도 메시지 면에서도 참 전복적이면서 공감가게 전달해주었다. 피오나 공주가 당연히 미녀로 다시 돌아오겠지 하던 예상을 깨고 그대로 추녀로 남아 있을 때, 하지만 슈렉이 그 모습을 보고 '당신은 아름다워요'라며 키스를 나눌 때 우리는 상당히 예상외였지만 얼마나 뿌듯했던가. '외모보단 마음씨가 중요하다'는 명제는 어찌보면 지극히 뻔한 얘기지만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박혀 있던 '미녀가 언제나 주인공'이라는 설정을 깨부수며 나온 이 메시지는 뻔하면서도 참 대담했다. '미녀가 안되면 어때? 지금 이 모습이면 사랑할 수 없는 것도 아니잖아?'라고 반문하는 모습은 드림웍스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사실 드림웍스는 <슈렉> 말고는 이런 메시지의 대담성 측면에서 좀 몸을 사린 측면이 없지 않다. 최근작 <샤크>만 해도 아무리 패러디 향연이고 재기발랄하면 뭐하나. 끝에 가서는 결국 모든 주인공들이 화해하는, 바람직하긴 하나 매우 낯간지러운 결말로 다다르는데. 이번 <마다가스카>는 물론 한결 나아졌지만 그래도 끝맺음을 너무 '모범적으로' 맺은 점이 없지 않다. 알렉스가 원래 사자의 본성을 찾아가며 친구들까지 먹이로 노린다고 하더라도 우정 몇번만 되새겨주면 다시 관계를 회복한다? 물론 교훈적이고 바람직한 결말이다. 그러나 드림웍스가 이 영화를 단순히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아닌 전 연령층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려했다면 이런 결말은 좀 에러가 아닌가 싶다. 못생긴 이의 입장에서 '외모가 못생겨도 사랑은 할 수 있다'고 당당히 외쳤던 <슈렉> 시리즈의 경우처럼 <마다가스카>도 동물들 그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관찰할 수 있었다. 초반에 잠시 나왔던 '동물들을 가두는 것에 대한 문제'를 다소 진지하게 유지했다면, 야생에 버려진 주인공들이 기겁하다가도 자연에 점차 적응해 가며 자신들이 미처 못깨달았던 도시에서의 구속적인 측면, 자신들을 한낯 전시물인양 보며 즐거워하는 인간들을 비웃었다면, 우리가 즐겁게 구경하는 동물들을 그 야생성을 제거한 채 우리 안에 가두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를 어느 정도 심각하게 물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후반부와 결말은, 마치 동물들이 야생에서의 본성을 찾아가는 게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발톱을 숨기던 사자 알렉스가 갑자기 발톱을 내밀고 덤벼드는 것, 물론 공포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사자가 본연의 난폭하지만 자연스런 본성을 숨기면서 도시 사람들의 사랑스런 마스코트가 되는 게 바람직하기만 한 일일까? 결국은 동물원으로 돌아가는 게 과연 동물들에게는 해피 엔딩인 끝맺음일까? <슈렉>에선 그렇게 대담하게 나갔던 드림웍스가 이 영화를 포함한 그 외의 영화에선 왜 유독 좀 보수적이고 경직된 결말로 나가는지... 너무 진지하게 생각한 건 아닌가 모르겠는데, 그만큼 드림웍스는 지금보다 더 '대담'해야 한다. 디즈니 또는 픽사가 지극히 보편적이고 따뜻한 메시지를 가족적으로 전하며 대중적으로 호소하는 데 주력한다면, 드림웍스는 그 반대로 어른들도 공감하고 대담하며 과감한 시선을 던지며 전복의 쾌감을 맘껏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드림웍스의 목표였을 것이고 관객들 또한 기대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만 튀고 과감하면서 정작 메시지나 내용 측면에선 디즈니와 별반 다르지 않게 매듭짓는다면 드림웍스만의 '차별화'라는 슬로건이 다소 뻘쭘해지지 않겠는가? 이를 위해서라도 드림웍스, 조금만 더 과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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