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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떠나 훌륭한 영화다! 여고괴담 4(사): 목소리
sweetlife 2005-07-31 오전 1:06:30 1837   [10]

여고괴담4는 그저 겁주려 만든 여고괴담3가 떨어뜨린 여고괴담의 자존심을 다시 회복시킨다.

 

일단, 영화의 단점은 확실히 인정하고 들어가겠다. 장르적으로 보자면, 이 영화는 성공하지 못했다.

공포 영화 치고는 너무 안 무섭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후반부 설명부분은 너무 말이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 훌륭한 주제의식들이 복합되어 있는 잘 만든 예술영화다.

내 말이 우습다면, 이 영화에 대한 각종 잡지에 실린 리뷰들을 읽어보라.

악평은 하나도 없고 듀나를 비롯한 몇몇 평론가들은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씨네 21의 편집장은 여고괴담4와 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어 한국 영화의 미래가 밝다고 했고,

또한 이 영화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의 리뷰를 4주에 걸쳐 네개나 실었다.(모두 호평이다.)

 

참신한 구성이나 시도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 귀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꽤 잘 풀어나갔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영화가 덜 무서운 것도 사실이기에...

 

하지만 영화는 귀신, 즉 영언을 통해 기억과 존재와 우정과 환상,자아에 대해 하나하나 매력적인 은유법으로 성찰하고 있다.

 

영언은 죽었다. 귀신이 되어 학교를 떠돈다. 교실이라는 같은 공간에 앉아있지만, 그곳에 속해있지는 않다.

학교 사회가 쫓아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그 곳에 속하지 못한다. 

자신은 목소리만 존재하는, 부유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는 극심한 사춘기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해할만한

정서 아닌가. 나도 한 때는 유령이라 느끼며 살았던 것 같다. 교실에 앉아 있어도 그곳에 속하지 못한.....

 

그리고, 영언은 선민에게 죽도록 매달린다. 왜?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고 불안한 부유하는 존재인 그녀에게,

그녀의 존재를 확인받을 수 있는 곳은 오직 단짝 친구..  선민 뿐이기 때문이다.

정착하지 못하고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그녀에겐, 친구선민만이 오직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자 위안이다. 이 역시 우리 모두 학창시절에 겪어 봤던 일이다.

 

하지만,학교를 벗어난 우린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한 때라는 것을.

널 보낼수 없어. 널 보내지 않을 거야 .하며 서로를 간절히 열망하는 우정의 견고함.

그것은 한 때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우린 가슴이 아프다.

누구들 손잡고 화장실까지 가던 친구를 다시는 안보게 될 줄 알았겠는가.

여고괴담은 한 때 우리 모두가 믿었던 환상을 되짚어 보기에 애잔함을 남긴다.

 

가장 중요한 영화의 포인트는 바로 '기억'과 '자아'다.

<귀신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해.>

<넌 내가 아냐. 아니, 부정하지마.>

<왜 내가 듣는 목소리와 남이 듣는 목소리가 다르지?>

영화의 핵심 대사들이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지루해하며 생각없이 흘려 보냈을 대사들이다.

 

사람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만 기억한다. 우리는 대부분 학창시절을 좋게 기억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그 당시 순수하지도 않았고 지독히도 괴로워 했던 것 같다.

사람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주관적 자아'와 남이 보는 '객관적 자아'가 다르다.

(왜 내가 듣는 내 목소리와 남이 듣는 내 목소리가 다른지에 대한 이유다.)

우리는 객관적 자아에 주목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둘이 일치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정말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학교를 맴돌며 위협하는 또다른 귀신이 바로 또다른 영언의 자아라는 설정은, 훌륭한 반전이기에 앞서 영화의 주제의식이 드러나는, 뜻깊은 반전이다. 

결국, 이 불안한 성장기의 소녀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살인을 저질렀던 것이다.  슬프지만 비열하다.

영화는 멜로 분위기가 흐르고, 전반적으로 슬프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주제의식들 역시 모두 애잔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상미와 음악 또한 뛰어나며, 신선한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나는 사운드 트랙 앨범과 5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총 0명 참여)
ksjgsdkok
저도 여고괴담중 가장 인상 깊었고 굳이 무섭지 않아도 되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2006-01-15 23:2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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