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동막골] 오래전부터 공을들인 한국 블록버스터급 영화다. 소재는 아니나 다를까 남북소재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최고흥행작들을 보면 남북소재인 것들이 대다수다. 그 대열에 있던 [실미도]의 정재영과 [JSA]의 신하균이 손을 잡았다. 블록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시사회 10만명이라는 당돌한 마케팅을 펼치는 쌩뚱맞는 영화다. 하지만 그것은 자만심이나 겉멋이라기 보다 영화에 대한 진정한 자부심과 믿음이 깔려있음을 드러낸 것이리라~
영화의 배경은 한국전쟁이 무르익고(!) 인천상륙작전이 막 진행되던 찰나, 강원도 산중으로 헤매는 남정네들이 있었으니, 그들부터 소개해야겠다. 대위랍시고 파일럿행세 하다가 이유없이 추락하는 성은 스요~ 이름은 미스~ 바로 이 영화 비극의 발단이 되는 캐릭터 닐스미스 대위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냉전중이다가 적군에게 기습을 당하는 인민군 리수화(정재영 분)와 그 일행 장영희(임하룡 분), 서택기(류덕환 분), 또 한 쪽 구석에는 먹을 게 없어서 총구를 입에 갖다대던 표현철(신하균 분) 소위와 약간은 비겁함과 어리숙함이 공존하는 위생병 문상상(서재경 분)이 있다. 이 남정네들은 교묘하게도 동막골이라는 곳에서 만나게 되는데,,,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판문점에서처럼 서로가 서로를 악수하며 만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 총구부터 들이대고 동막골을 다 휘집어 놓는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 알수없는 작대기질(!)보다 벌과 멧돼지에 신경을 곤두세우는데,,,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강점이다. 아이처럼 막(!) 살자라는 의미의 동막골 사람들은 정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순수하고 밝기만하다. 그런 곳에 한국전쟁 중 연합군, 인민군, 국군이 한데 모인 꼴이라니 환장할 노릇이다.
이제부터 영화는 동막골이라는 고립된 강원도 두메산골에 포인트를 두게된다. 마을정경에서부터 밥짓는 내음이 나는 그곳은 사막 속의 오아시스, 피폐한 도심 속의 유토피아 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동막골 사람들의 무지에서부터 나오는 코믹적인 요소는 대단히 흡입력이 강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거기에 말투만 들어도 웃음을 자아내는 강원도 산골사투리까지 이 영화는 많은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동막골로 장소를 옮기면서 펼쳐지는 조연들의 열전(?)은 상상을 초월한다. 크레이지 걸 여일(강혜정 분)의 언행은 동막골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고,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묵직묵직하면서 깔끔한 조연들의 연기는 이 영화를 꽤 매력적으로 다듬어 준다. 그리고 장진의 연극원작때문인지 영화 곳곳에 장진만의 독특한 호흡법이 내재되어 있다. 멧돼지 scene에서 그 호흡법은 정점에 달하는데, 이것 또한 이 영화의 색다름을 보여준다. 맺고 끊음이 어딘가 모르게 언발란스하지만, 그래도 들숨과 날숨이 다채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호흡이 살아있는 영화인 것이다.
혼자 살아남아서 중대장 딱지를 붙이게 된 리수화, 소위로서 전쟁 속의 죄책감을 느껴 탈영과 자살까지 결심했던 표현철, 그 밖에 군인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하지만 갈곳없는 그들의 처지가 그네들을 한데 묶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수류탄을 잘못던져 곡식창고가 날아가게 되고, 멧돼지 출몰사건까지 겪게 되면서 그들은 전쟁이란 것은 잠시 잊고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시간을 갖게된다. 이 영화는 동막골 속에서 구수한 누룽지맛 감동을 느끼게 해주고 시원한 박하향 재미까지 선사해준다. 동막골 사람들과 군인들이 동화되어 즐거운 저녁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흐뭇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보는 관객들은 이런 광경 속에서 해피엔딩이 가까워 오고 있다고 느끼기 보다는 불안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낼 것이다. 맞다! 이 영화는 그리 행복하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소재가 남북소재가 아닌가? 그것도 전쟁이 배경이다. 아니나 다를까 연합군은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해 오버(?)했던 경력을 살려 이번엔 스미스를 구하기 위해 무책임한 작전을 감행한다. 영화는 이제 재미와 웃음보다 슬픈 우리의 역사와 그 현실 속에서 억울하게 당해야만 했던 사람들의 처지를 이미지로 형상화시켜간다. 중후반을 지나가면서 블록버스터의 면모를 나타내지만, 감정은 격해지고 슬픔으로 가득해진다. 극중 인물들에게 닥친 불행과 그로인해 죽음까지 치닫았을 때, 영화는 감성적인 이미지를 고조시키고 관객들의 마음은 장면 하나하나가 주는 자극에 미묘하게 반응하며 흔들린다.
[웰컴투동막골]은 연출이 가장 돋보이는 영화다. 배우들의 관계나 조연들의 연기도 좋았고, 블록버스터인만큼 보여주는 이미지도 좋았을 뿐더러, 그 유명한 히사이시 조의 음악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독특하게 버무린 조화미의 연출이 참 좋은 영화였다. 아무래도 장진 원작이기에 그만의 영화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신인 박광현 감독의 연출력도 굉장히 높이 사고 싶다. [묻지마패밀리]에서 "내 나이키"를 연출했을 때도 어찌보면 장진 감독의 연출스타일과 흡사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 점에서 둘의 콤비가 이 같은 멋진 영화를 탄생시켰다는 생각도 해본다. 신인감독으로서 이같은 대작을 맡은 것도 관심대상인데, 이렇게 잘 표현한 것은 주목받을만한 감독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부터 후속작이 기다려진다.
이 영화는 끝까지 아이러니함으로 다가온다.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기분에 따라 교묘하게 해석 될 수 있을 것이다. 비극으로 치닫지만 그 속에서 행복한 미소를 머금게 해주는 영화가 될 수도 있고, 반면에 흐뭇한 재미와 밝은 감동이 있는 영화지만 다시금 생각하면 우울하고 슬픔이 솟구치는 영화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떠나서 [웰컴투동막골]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한국전쟁에 대한 감성,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소유하고픈 순수함에 대한 동경을 잘 녹여만든 영화다. 거기에 독특한 연출과 아름다운 영상, 잔잔한 선율까지... 부담없는 흥행작으로서의 요소는 고루 갖췄다. 이 영화의 끝이 기다려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웰컴투동막골]은 어른들의 환타지를 그린 영화다. 재미와 감동이 공존할 것이다.
가식적이고 가벼운 웃음 보다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기를...
슬프기만한 감동보다는 인간의 감성어린 눈물을 떨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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