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보면, 몇분 아니 몇초가 멀다하고 짧은 웃음이 터져나옵니다. 입에는 모두들 웃음이 가득하구요. 하지만 누구 하나가 시종일간 엄청난 유머감각으로 나머지 친구들을 모두 웃겨버린다면, 그건 원맨쇼지 수다가 아닙니다.
'수다' 로 일컬어지는 장진 사단의 영화를 보면 말그대로 친구들과의 수다를 연상시킵니다. 한명이 위트넘치는 말을 하면 또 한명이 받아치고, 진지한 말을 꺼내는 친구의 말을 듣고 공감하다가..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또 한명이 웃겨버리고..이런 장진사단의 영화가 저는 너무 좋습니다.
이번에 본 웰컴투 동막골 역시 한국전쟁이라는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를 재치넘치게 그려놓았더군요.. 주제의식이 깃든 후반부의 느슨함과 그 상황 설정에 얼굴이 굳어지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미소를 띈 채 극장을 나오게 하더군요.. 좋은 영화를 봤다는 것에 대한 기쁨에 당시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섞여 환한 웃음이 나오진 않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해 봤는데요.. 전쟁의 허상함일까 아님 6.25는 외세의 개입으로 일어난 비극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걸까.. 대부분의 전쟁영화가 그렇듯 전자가 주제가 되는 것이 맞겠지만, 지금의 시대상황과 분위기로 봤을 땐 충분히 후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연합군과 또다른 연합군의 전투를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 또다른 연합군이야말로 진정한 한국군이지요.
하지만 5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분단상황에서 동막골은 환상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일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더군요. 영화에선 나비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나비는 환상이나 영혼을 상징하는 곤충이라고 합니다. 문승욱 감독의 나비라는 영화에서도 아픔을 치유하는 바이러스가 있는 곳으로 인도하는 것은 나비라는 설정이지요.. 동막골에서도 미군병사, 남한군병사, 북한군병사가 동막골로 들어설 땐 항상 나비를 보게 됩니다. 그런 행복한 마을자체가 상상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곳이라서 그럴까요?.. 그런 현실에 살고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어느 담배회사의 광고처럼 그런 상상을 예찬할 필요는 있다고 보네요.. 언젠가 현실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PS: 울 아부지가 6.25참전 용사시거든요.. 울아부지가 이영화를 봤으면 엄청 화를 내셨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세대간의 갈등으로도 발전한 우리 시대의 이 문제는 과연 누구 때문일까요... 우리가 아니라 영화에서처럼 그들이라면 솔직히 맘이 참 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