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동막골> 시사회 단관은 참으로 뜻 깊었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영화의 흥행을 예감하게 한 영화라는데 주저 하지 않는다.
박광현 감독과 장진 감독의 연합하에 만들어진 영화는 관객들이
원하는 모든 요소를 골고루 분배하는데 멋지게 성공했다!
<킬러들의 수다> 에서 약간의 끼를 보았지만 장진 감독의 해학
의 힘이 제대로 발휘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여일역을 맡았던
강혜정, 인민군 역의 리수화(정재영),장영희(임하룡),서택기(류덕환),
탈영한 국군 병사 표현철(신하균), 문상상(서재경)등의 모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실력이 발군으로 발휘된 영화가 한층 영화의
재미를 높여준다. 그들 뿐만 아닌 조연역들인 동막골 주민들을
비롯한 촌장, 연합군 병사 스미스(스티브 태슐러)의 연기도 영화
의 리얼리티를 한층 끌어 올려 준다. 웰컴 투 동막골은 태백산맥
줄기에 있는 함백산 절벽들 속에 자리 잡은 마을, 동막골 근처에
서 교전중 살아남은 병사 리수화,장영희,서택기와 탈영하여 도주중
이던 국군 병사 표현철과 우연히 합류하게 된 문상상이 동막골이
라는 구심점을 중심으로 모이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동막골을 전쟁의 열화속으로 빠지게 하는 사건의 계기를 가져
다준 동막골에 추락한 미 전투기 P-47D 의 조종사 스미스 대위!
그들의 동막골에서의 대면장면까지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은 자연스럽
게 연출되는 해학적인 분위기로 부자연스러운 위트가 아닌 리얼리티
를 살린 그러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1950년대 한국전쟁이라는 비
극적 소재의 배경을 코드로 잡고 있지만, 영화가 흘러가는 분위기와 캐
릭터들의 행동과 표정을 자연스럽게 연출했다는 것에 참으로 감탄을
금할수 없었다. 특히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여일의 순박하고 티하나 묻
지않은 행동과 바보스러운 분위기는 과장된 면이 느껴지지 않고 자연
스러운 영화의 흐름을 유도한다. 동막골에 도착해 대치하게 되는 국군
측과 인민군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속에서도 그들에 대한 적대감을 드
러내지 않고 순수한 인심을 드러내는 동막골 주민들의 분위기는 국군
과 인민군의 대치상황의 위화감을 자연스럽게 씻어 버린다. 대치중에
떨어진 수류탄, 그리고 식량을 저장해 두던 곳간을 날려버리는 해프닝
속에 옥수수알이 튀어오르며 팝콘비를 내리는 모습은 웃음을 유발하
는 동시에 그들 사이에 대치된 긴장감을 말끔히 씻어버린다. 동막골 주
민들의 순수한 마음과 그들에 의해 감화된 인민군측과 국군의 병사들
은 어느사이엔가 그들을 통해 같은 단일민족이라는 그런 유대감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친근감을 가지게 된다. 조심스럽게 생각해보면 이것
은 어쩌면 같은 민족의 비극적 상황속에서 결국 우리는 단일민족이며
서로 총부리를 겨누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넌지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평화로운 동막골 분위기에 교화되던 국
군병사와 인민군 병사가 허물을 벗어던지게 된 계기가 되는 사건은 멧
돼지 출현사건(!?)이다. 다양한 표정연출과 재기발랄한 감각적 기법으
로 묘사되는 이 부분에서 국군병사가 인민군병사를 위해 몸을 날리고
연합군병사도 힘을 합하며 서로 서로가 연합하여 멧돼지를 격퇴하는
부분을 그리고 있는데 이 사건은 서로간에 격의를 허물게 되는 계기가
되어 그들 사이에는 어느새 인간적인 기류가 형성되게 된다. 영화의 중
반부까지 이어지는 동막골의 평화와 그들속에 동화되어 가는 국군병사
들과 인민군병사들, 그리고 연합군 스미스대위...그들의 캐릭터적 공통
점을 찾아 볼수 있다면 그건 인간적인 정이 많은 그들의 속마음이다.
리수화같은 경우는 처음에 다친이들을 사살하여 가려는 칙사로 온 이
의 말을 거부하며 그들을 데려가려 했고, 표현철은 다리를 폭파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끝까지 거부하려고 했었다.문상상과 장영희는 형과 아
우 사이하는 허물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서택기는 여일의 바보스
럽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모습에 호감을 느낀다. 그들이
형성하는 마음속에 내재된 정은 동막골에 사는 주민들과 결코 다르지
않다. 그들이 동막골 주민들에 감화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속에
내재된 있던 따뜻한 인간적인 정이 표면으로 돌출되어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스미스 대위의 추락사건을 이미 복선으로 깔아 준듯
영화의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그곳에 적군이 주둔한다고 생각하여
국군병력을 파견되어 지면서 평화를 지켜가던 동막골은 전쟁의 열화속
으로 빠지는 계기가 되고만다. 여일의 죽음과 아무것도 모르는 동막골
주민들에 대한 폭력에 마음 을 합친 국군병사들과 인민군 병사들, 그리
고 연합군 병사 스미스대위...그들의 마음속에는 동막골을 지켜야 한다
는 공통된 기류가 흐른다. 전쟁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순박한 동막
골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유도사격으로 유인하려는 그들
의 모습은 결코 적이 아니고, 총을 들고 서로의 목숨을 취하는 전쟁속
의 광기에 물든 병사들이 아니다. 그들은 전쟁속에서 평화를 유지하며
순박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뭉친 새로운 연합군이었다.
이기기 위해 자신이 살기위해 뭉친 것이 아닌 순수한 동기로 뭉친
그들의 노력은 비장함을 연출한다. 가해지는 폭격속에서 유도사격을
하며 끝까지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죽어가는 그들의 모습. 자신의 목숨
을 가장 챙기던 문상상은 장영희의 죽음에 분노하며 생사를 초월해 폭
격기에 총격을 가한다. 그리고 투하되는 수많은 폭탄속에서 표현철은
웃는다. 그리고 리수화도 웃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정말 한동안 잊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내 머리속에 자리 잡을 듯 하다. 어떻게 그들은 죽
음을 앞에 두고 웃을수 있었을까? 그것은 아마 "그래! 우리들은 동막골
을 지켰어." 라는 그런 유대감이 통해서 였지 않을까? 유쾌한 웃음과
매력적인 스토리라인, 그리고 전쟁속에서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순박
한 동막골사람들의 삶과 비장함 섞인 전쟁의 참혹함까지 느낄수 있는
이 영화는 침체된 한국 영화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좋은 영화가 되지 않
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영화속에 등장했던 "나비" 는 상징적의
미를 가지고 있다. 죄와 부활을 의미한다고 한다. 전쟁이 가져온 참혹
한 상황이 "죄" 에 비유된다고 한다면 "부활" 새로운 연합군인 그들의
희생으로 지켜낸 동막골 주민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
고 지금 나를 이자리에 서있게 해준 선조들의 희생이 동막골주민들
인 "우리" 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수 있도록 자리마련을 해주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이번 영화의 감상평을 마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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