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80억은 세트를 짓는 것과 폭탄투척씬을 찍는데 대부분 쓰여졌을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강혜정은 광년이로 시작해 광년이로 끝나서 아쉽기는 하지만 귀엽긴 했다. 그 역에 강혜정을 꼭 쓸 필요는 없었을 거 같지만 요즘 뜨고 있으니까 관객몰이 역할은 하겠다. 관객들은 그녀의 역할이 너무 허무하게 끝나므로 해서 당황스럽긴 하겠지만 말이다. 영화는 무거운 주제를 감동적으로 잘 풀어나가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너무 재밌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공동경비구역JSA와 비슷한데 자칫하면 식상할 수 있었던 주제를 신선하고 짜임새있는 스토리와 구성으로 영화를 잘 풀어나간거 같다. 특히 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동막골 사람들의 순수함은 도시생활에 찌든 관객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이들의 이러한 특성은 어울릴 수 없는 양극의 갈등을 풀어주는 역할도 겸한다. 억지스럽지 않고 기분좋은 웃음을 선사해준 영화 전중반이 흐르면 동막골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남북연합군(? ^^)의 희생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그런데 슬프고 감동적인 이 장면에서 아무도 우는사람은 없었다. 감동적이긴 했는데.
탄성이 나올만한 제작비에 비해 낯설기까지한 감독 박광현의 이름을 보고 실망하기도 했었지만 CF를 많이 다뤄왔던 그의 경력은 영화 중반부에 멧돼지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마치 주성치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새롭기도 했고 어쨌든 반응이 좋았다.
운이 좋아서 출연진과 감독이 무대인사를 왔다. 원래 앞 타임에 오기로 했는데 차가 밀려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앞타임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볼 수 있었다. 강혜정은 도착이 늦어서 못보긴 했지만 신하균을 본 것만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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